며칠 전부터 그 남자의 문자가 그녀의 휴대폰을 꽉꽉 채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 출근해서 한번. 점심시간에 한번. 한참 바쁜 오후에도 몇번씩. 그리고 저녁시간과 잠들기 전까지. 용건은 ‘이번 주말에 만나서 영화나 보자’ 는 것이다.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별다른 대꾸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럴수록 남자는 더 집요해졌고 문자를 보내는 빈도도 잦아졌다. 마침내 여자는 두 손을 번쩍 들고, 그에게 짤막한 문자를 보낸다. [
나 바쁘거든? 예매해놔 ]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금요일 저녁까지 남자에게서 별다른 연락이 없다. 초조해진 여자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
내일 몇시에 만나? ] 그러나 남자는 대꾸가 없었다. 오기가 생긴 그녀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는데 세시간 쯤 지나자 이런 문자가 도착했다. [
나 지금 여자친구랑 있거든? 문자 좀 그만 보내 ] 이 장면이 만화였다면 이쯤에서 그녀는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졸지에 주말을 혼자 보내게 된 여자는 분해서 이대로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득 지난 겨울 자기가 차버렸던 남자가 떠오른다. 가끔씩 만나달라는 전화가 왔지만 그동안 매몰차게 뿌리쳐 왔는데 어이없게 처량한 신세가 된 그 주말. 갑자기 그 남자의 주가가 치솟았고 그녀는 당장 전화를 했다. 그런데 무릎을 꿇고 감사해할 줄 알았던 그 남자가 요즘 좀 바쁘다며 시간날 때 전화하겠다고 하고는 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불과 한달 전, 그녀가 그의 전화를 끊었을 때 처럼 꼭 그렇게. 이런 사건을 겪으면 여자들은 심한 충격을 받는다. “아니, 만나달라고 애원할 때는 언제고?” 그러나 남자가 만나달라고 애원할 때, 정말로 그들이 나를 못만나 시들시들 말라갈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당신이 어쩌다 가끔 전화하는 그 남자들이 정말 당신에게 중요한 남자들이었는지. 그들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와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나 어쩌다 처절한 주말을 맞게 되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여자에게 만나자고 졸라대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때를 제외한 다른 시간에 그들도 나름대로 인생사에 바쁘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로서는 가끔씩 전화를 해서 당신이 여전히 싱글인지를 확인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김C의 음악살롱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