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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려보는 여동생썰
게시물ID : bestofbest_2184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onobo
추천 : 281
조회수 : 40770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9/10 22:56:31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9/08 15:55:45
예전에 올렸던건데 묻혀서 다시 올려봐요!
편의상 반말로 갑니당

 
 우리 집엔 나와 내 밑으로 동생이 2명이 있다. 둘째는 남자고 엉뚱하지만 조용한데, 막내는 비글같은 여자애다. 나랑 막내는 무려 9살 차이가 난다. 지금은 고딩인데 내가 안아재우고 기저귀도 갈아줬던 꼬물이가 이렇게 커버린걸 보고 있으면 참...징그럽다. 그래도 나름 여동생이라고 귀여운(?) 면모가 있는데 몇개 써보고자 한다.

1.

 몇 년전 전역하고 백수로 몇달 놀고 있을 무렵 막내는 학교를 다녀오면 꼭 게임하는 내 옆에 붙어서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30분씩 떠들고 나서야 방에 들어가곤 했다. 평소 말이 없는 나는 그 모습이 신기하고(우리 집에서는 자기 일상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 막내 빼고) 귀여웠다.


 2.

이건 지금 생각해도 뭔가 웃기고 신기한데, 막내는 노래 부르는걸 좋아한다. 어느날 유난히 집이 떠나가라 노래를 부르길래 입에 고기라도 넣어주면 닥치겠지 해서 먹던 갈비를 들고 슬쩍 봤다. 분명 소리만 들었을 때는 침대를 무대삼아 폭풍무대매너를 선보이며 노래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막내는 얌전히 일자로 누워 이불까지 덮고 양손은 포개어 가슴에 놓고(표정도 무표정해서 마치 파라오 같았다....)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표정과 노래의 괴리감에 나는 빵 터져서 갈비를 떨어트렸고, 우리집 강아지가 얼른와서 받아먹었다. 그러자 막내는 "아 오빠 그런거 주지마" 그러더니 아무렇지 않게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 동생이 너무 신기했다.  


 3.

막내는 소유권주장이 강했다. 간식을 먹을때도 그랬는데, 다 같이 자기 몫을 먹고 남은 간식중 몇개에 자기 이름을 써놓곤 했다.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둘째, 그리고 아빠까지 과자봉지에 써있는 이름을 보고 '막내가 글씨연습을 했구나!' 정도의 의미밖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막내의 뜻이 존중된 적은 없었다. 막내는 억울해 하며 엄마에게 일렀지만 엄마는 "먹고 싶을때 먹으라고 넉넉하게 사온건데 왜 이름을 써 니가 나빴네." 라고 쿨하게 말씀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다녀와서 냉동실을 열었는데 뭔가 평소와 다른 위화감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냉동만두봉지들이 수상하게 한구석에 쌓여있는걸 알 수 있었다. 아빠가 뭐 좋은 보양식이라도 숨겼나 하고 치워보니 그 안에는 빠삐코 하나가 있었다. 누가봐도 막내가 숨긴거였다. 겨우 빠삐코 하나 먹을려고 이렇게 숨겨놨다니... 막내가 측은하고 귀여웠다. 빠삐코는 먹었지만.


 4.

막내가 어린이집 다닐 시절 이야기다. 이 당시 아빠가 자영업을 하실 때라서 아버지가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곤 하셨다. 어느날 오후 막내가 밖에서 뭘 하고 놀았는지 망나니같은 머리모양을 하고 와서는 머리를 묶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묶을 줄 몰라서 그렇다고 말하니, "머리는 남자들이 묶어주는건데 왜 오빠는 묶을 줄 몰라??" 뭔 소리를 하나 하고 생각해봤더니 매일 아빠가 묶어주니까 '머리묶기 = 남자가 잘함'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오빠는 딸이 없잖아." 하니, "아... 글쿠낭..." 하고 다시 산발인 채로 나갔다.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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