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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지 못할 편지를 써본다.
게시물ID : lovestory_381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owdoisay
추천 : 5
조회수 : 16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20 23:04:12
너랑 안지 오늘로 184일,
사귄지는 150일, 
그리고 완전히 헤어진지 하루째.
오늘 오전, 그리도 내가 싫냐는 나의 물음에 
며칠 동안 연락이 없던 넌 결국 헤어짐을 고했다. 


너와 같은 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큰 이유가 되어 샀었던 스마트폰은 
눈을 뜬 순간부터 잠이 드는 그때까지 너와 연락을 주고받느라 손에서 놓지 못했고
추우면 춥다, 더우면 덥다, 배고프면 배고프다
이야깃거리도 안되는 시시콜콜한 나의 모든 감정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너와 공유했다.

친구들과 괜찮은 음식점을 갔다온 뒤에는 
꼭 다음엔 너와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영화를 본 뒤에는 내색치 않고 꼭 너와 함께 다시 보았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걸 보면서
즐거워 하는 너의 옆모습을 보는게 나에겐 큰 기쁨이었다.
쓸만한 어플 있으면 기억해 두었다 꼭 알려줘야지 생각했었고
니가 스치듯 관심을 표한 어떤 것이 있었으면 
어딜 가서도 그것만 찾고 있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어떠한 좋은 것이라도 너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괜찮아 보이는 옷이 있으면
니가 입으면 참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내년에 내가 취직을 해서 지금보단 넉넉한 사회인이 되면 
맘껏 사주리라 생각했었다. 

2주 전, 나에게 잘해주지도 못하는 자기의 어디가 그리 좋냐는 물음에 
원체 표현이 적은 성격의 내가 쑥쓰러워서 차마 하지 못했던 대답은 이거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184일 동안
너는 이미 나에게 뗄 수 없는 일상의 큰 부분이자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너와 함께 있던 함께 있지 않던, 내 머릿속은 온통 너만으로 꽉 차있어서
니가 없는 내 생활같은 건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고.
니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너는 이미 내 목숨 그 자체라고.
그리고 지금 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 또한 그것일 것이다. 

메일을 뒤지다 우연히 세 달전에 내보냈던 
카톡 대화내용 텍스트 파일을 발견했다.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잡담을 주고 받던 너와 나의 대화
자느라고 연락을 받지 않는 나를 향한 너의 투정
깨어나서 웃음 표시와 함께 날린 하트 모양 이모티콘
꽤나 긴 스크롤을 천천히 읽어 내리다 닫아버렸다.
이제 다신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음에, 
단지 추억 그 이상의 것이 될 수는 없음에 눈물 흘리며.
그 때의 너와 난..  많이 행복했었다. 
서로를 보며 웃음짓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그 때의 너와 난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세 달 전의 너와 나는 분명 행복했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버린걸까....


사랑에 빠진 여자의 촉은 그리도 예민하다고 했던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게 무관심해져가는 너를 느끼고부터
말할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너의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던 나에겐
너의 미묘한 변화조차도 커다란 해일이 되어 다가왔다.
나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것이냐고, 너 요즘 변한 것 같다고,
드라마에도 흔히 나오는 그 대사들을 나는 읊지 못했다.
니가 싫어할까봐, 이미 내 목숨이 되어버린 니가 
날 질려할까봐, 속으로 혼자 삭히고 삭혔다.
아닐거라고, 단지 바빠서 그럴 거라고,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고
이미 넌 나에게서 맘이 떠나가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면서도
너도 아직 나를 사랑하는게 맞을 거라고, 
나의 희망사항을 머리에 주입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었다.
그리고 참다 참다 터진 발작적 히스테리에 너는 기겁한 듯 했고
아마 거기부터 본격적으로 너와 난 삐걱대기 시작한 것 같다.

모두 너의 탓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 탓도 없잖아 있었음을 느낀다.
내가 너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상냥히 넘어갔다면,
니가 날 전처럼 사랑하진 않더라도 싫어하진 않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욱 무뚝뚝해지는 내 애교없는 성격이 이렇게 미웠던 적은 없었다.
너는 나의 목숨같다는 말, 언제고 어디서고 항상 너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 
이젠 하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말.. 할 수 있을 때 매일 매일 말해줄 걸 그랬다. 
그랬다면, 너도 조금쯤 내게 맘을 달리 할수도 있지 않았을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내가 그렇게 싫냐는 물음을 던진 뒤 잠에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니라고, 날 사랑한다는 대답을 보고 행복에 겨워 눈을 떴다.
그래, 그건 꿈이었다. 나를 아직 사랑한다는 너는 내가 만들어낸 꿈 속에 있을 뿐이고 
헤어지자고 본심을 말하는 니가 바로 나와 마주한 참담한 현실이었다.

잠들고 싶지 않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비슷한 내용의 꿈을 꾸고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극렬한 희망에서 깊고 깊은 지옥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오늘의 경험을
셀 수 없이 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다신 잠들고 싶지 않다.


니가 밉지는 않다. 
내가 많이 잘해준 것이 없어 정말 미안하고,
몇 달 동안이나마 너 덕분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내게 그런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니가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하는 건 알지만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하는지는 모르겠다.
너랑 내가 사귄 날짜도, 며칠 사귀었는지도 모르는 니가
만약 이 글을 본다고 해도 너와 나의 이야기인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흔히들 말하는 무도회장에서 처음 만나 관계를 이어왔던 너와 나,
그런 곳에서 만난 남자에게 진짜로 마음을 주는 건 아니라며 
나를 많이 말렸던 친구들..
어쩌면 너는 가볍게 생각했을는지도 모르지만 
난 진심으로 너를 사랑했고 내가 너를 힘들게했던 그 모든 것들도 
나에게 있어선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걸 니가 단지 알아만 준다해도
나는 더 바랄 게 없다.



가을방학의 노래를 들으며 미치도록 니가 안고 싶어져서,
그리고 너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었음에 눈물 흘릴 때가 있을테지만
이제는 정말로 너와 나의 관계에 종말을 맞이할 때가 왔음에,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접고 겸허히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언제라도 니가 다시 내게 온다고 하면..
아무 말 없이 널 꼭 안아주고 싶다. 한참동안.
앞으로 너의 앞길에 햇살만 가득하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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