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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상미 - 오후 세 시
게시물ID : art_19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8비트
추천 : 1
조회수 : 5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21 00:40:43
오후 세 시의 정적을 견딜 수 없다 
오후 세 시가 되면 모든 것 속에서 내가 소음이 된다 
로브 그리예의 소설을 읽고 있을 때처럼 
의식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주변을 어지럽힌다 

낮 속의 밤 
똑 똑 똑 
정적이 정적을 유혹하고 
권태 혹은 반쯤은 절망을 닮은 멜로디가 
문을 두드린다 
그걸 느끼는 사람은 
무섭게 파고드는 오후 세 시의 적막을 견디지 못해 
차를 끓인다 

너 또한 그렇다 
부주의로 허공 속에 찻잔을 떨어뜨린다 해도 
순환의 날카로운 기습에 눌려 
내면 깊이에서 원하는 대로 
차를 마실 것이다 

공약할 수도 훼손시킬 수도 없는 
오후 세 시의 적막 
누군가가 일어나 그 순간에 의탁시킨 
의식의 후유증을 턴다 
그러나 그건 제스처에 불과하다 
오후 세 시는 지나간다 
읽고 있던 책의 한 페이지를 덮을 때처럼 
뚝딱 뚝딱 뚝딱 ...... 
그렇게 오후 세 시는 지나간다 

정적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정적 또한 지나간다 
흐르는 시간의 차임벨소리에 놀라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는 건 
우리 자신의 내부, 
그 끝없는 적막의 두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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