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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수출 시장으로서의 식민지
게시물ID : history_218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킬라칸
추천 : 4
조회수 : 74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7/04 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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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다음 글은 한 쪽 이론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전개된 글입니다. 읽으실 때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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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몇가지.. 


 ...  


일단, 맑시즘 부터 얘기하자면 약간 사실관계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엄밀한 의미에서 맑스가 식민지와 본국 사이의 경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맑시즘 이론에 식민지라는 것이 중요하게 자리잡은 것은 레닌 이후부터인데, 레닌은 경제학자 홉슨의 연구서인 "제국주의"의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말하자면, 레닌이 정치경제적인 의미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세계 최초의 비판론을 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부분은 맞습니다만, 레닌은 맑시즘에 대해 '변명'을 한 적도 없고 또 홉슨과 레닌이 설명한 식민지론도 경제적 의미에서 직접적인 수탈의 중요성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가 멸망하지 않는 이유가 식민지에서 뜯어먹은 덕분이다.. 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죠. 오히려 그런 쪽의 얘기를 한 사람들은 자유주의적인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애초에 질문이 올라온 글에 답글을 달면서 이전의 식민지와 19세기 이후의 식민지의 성격이 다르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 얘기가 바로 이 얘기입니다. 19세기 이전의 식민지 경영은 뭐랄까.. '지정학적'인, 혹은 '무역론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해당 영토를 직접지배하고, 대규모 식민도시를 짓고, 인구를 정착시키고, 그 토지의 산물을 갈취하는 형태로 실물적인 영역에서 경제적 수탈을 행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삼각무역이라든지 중개무역 등,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우는 무역형태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산물의 직접생산 및 거래를 위해 식민지가 필요했다는 것이죠. 식민지를 통해 시초축적에 필요한 경제규모를 증대 시킬 수 있었으며 그에 대한 수탈의 가속화를 통해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이론은 이쪽에 속합니다. 

 문제는, 19세기에 오면 이 양상이 변하게 됩니다. 즉,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이윤의 증식을 위해 토지나 산물을 직접 통제하고 거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즉, 서방국가들이 1800년대에서 1875년 정도 사이의 기간 동안 크게 확장된 식민지들을 통해 실물 차원에서 경제적 이익을 본 것은, 언급된 것 처럼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예컨데, 영국이 인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몇가지 원자재의 수급 정도였고, 오히려 인도 및 중동을 직접지배영역으로 두기 위해 필요했던 지출수준이 실질적인 무역으로 벌어들인 흑자를 능가할 정도가 됐죠. 

 그럼에도 서구 국가들이 이 식민지들을 유지한 것은, 식민지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수출의 시장으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고도로 조직된 금융거래의 등장은 상품거래의 시장으로서의 식민지 보다는 자본수출, 전환, 투기의 시장으로서 식민지를 더욱 필요로 했던 것이죠. 바로 이 점에 홉슨과 레닌은 주목했습니다. 어찌보면, 자본주의가 극을 달리던 시절에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계급의 이기주의가 가장 노골화된 형태가 식민지경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즉, 식민지 경영을 통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경제력이 향상되는 것은 거의 없는데 어쨌든 식민지를 통해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있었다는 겁니다. 오늘날 흔히 얘기하는 '경제적 종속관계'가 실제로 식민지를 경영한다던가, 그곳에 식민활동을 벌이는 것 보다 더 짭잘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죠. 

 19세기에 집중된 식민지 사업이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었는가를 보면 그 과정이 드러납니다. 세계 열강들이 열을 올리며 추진한 가장 큰 사업들은; 1) 철도부설권 확보, 2) 전신/전보국 설치, 3) 현지 금융기관 설립 - 이 세가지 정도였습니다. 비교를 해보자면, 19세기 이전에는 식민지에서 벌인 가장 큰 사업들은; 1) 정착촌 건설, 2) 현지에 본국형 관료제 도입, 3) 산업/농업시설 설립.. 이 세가지였습니다.

 19세기에는, 직접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팔고 살고 하기 보다는 식민지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돈을 벌기가 쉬웠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영국의 부유한 사업가가 있다고 칩시다. 이 사람이 돈을 벌고자 한다면, 국내경제의 자본순환에 돈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이지만 본국에는 여전히 규제수준, 법률적 문제 등이 존재하죠. 따라서, 이들의 자본은 모조리 외국으로 탈출하는 겁니다. 저리로 영국은행에서 돈을 빌린 후에 그 돈을 인도의 사탕수수 농장이나 면화농장 등에 투자합니다. 아니면, 철도부설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투자할 수도 있죠. 그러면, 이 돈이 인도로 유입되어 헐값에 부리는 식민지 노동력을 통해 현지에 기초적인 수준의 시설들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 돈은 다시, 식민지 현지의 관리나 사업가들에 고리로 빌려주는 기초자금이 되고, 이렇게 돈이 한바퀴 돈 뒤에 다시 영국으로 들어올 즈음에는 여기저기 이자가 붙은 상태로 왕창 불어서 돌아오게 되는거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세운 시설이나 공장, 농업시설 등이 큰 돈을 못 벌거나 별다른 생산량이 없는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미미한 수익을 올리거나 현지에서 일부 손해를 본다고 해도, 시설이 계속 돌아가고, 그에 의존하는 현지 노동력이 존재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본국인들이 있고, 이 본국인들에 필요한 물자를 대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돈이 새끼칠 수 있는 공간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지에 공장을 세우거나 하는 것으로 실제 뭔가 생산해서 팔아서 번 돈은 없는데, 현지에서 돈놀이를 하면서 불린 돈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죠. 이 게임에서는, 애초에 투자를 한 사람은 돈을 배로 불릴 수 있지만, 직접 관리를 하거나 공장에서 일하거나 하는 인력들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됩니다. 게다가, 현지인력의 경우에는 자본관계 등에 밝지 못한 관계로 이러한 손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개인 사업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자본수출/환수의 과정이 국가적인 차원으로 벌어질 때 철도부설권 등의 이권사업이 큰 문제로 떠오르게 됩니다. 식민지 정부나 지도자들은 나름대로 자기들이 관리하는 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업구상이 있고, 그러한 구상을 현실화 할려면 본국의 "큰손"들로부터 돈을 빌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큰 손들이 19세기 영국에서는 금융인들인 동시에 정치인, 경제인이며 또한 사회의 상류층이었죠. 

 따라서, 실제로는 쌀 한톨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수치상으로, 그리고 돈의 액수 상으로는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물론, 이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은행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외부로 대출되어 유출되고, 그렇게 몇바퀴 돌면서 계속 이자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거죠. (악담이지만, 숫자와 그래프를 통해 "경제"를 얘기하려는 현대자본주의의 악취미는 이 때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19세기에 뻑하면 일어나는 일이, 이렇게 돈이 도는 관계에 뭔가 장애가 발생할 때입니다. 본국에서 바깥으로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니, 이 돈이 환수되지 않으면 국내경제가 타격을 입게되는거죠. 예컨데, 최근에 우리 나라에서 러시아 유전사업에 개입한답시고 돈 투자했다가 날려멱은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현지인들이 '배째라'라고 나올 때 - 이렇게 되면 망한다는거죠. 왜냐하면, 고도로 조직된 자본주의일수록 특성상 신용거래가 늘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기 수준에 없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들어올 돈을 갖고 그것을 담보로 삼아 다시 돈을 빌리거나 하는 골때리는 거래가 많아집니다. 이 과정이 잘 되면 좋은데, 한번 어딘가 막히면 변기통 막힌 듯이 자본거래 자체가 중단되어 공황상태에 빠진다는거죠. 

 그러한 배째라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은 - 강압적 무력입니다. 

 즉, 식민지를 통해 벌어들인 상품이나 산물은 별로 없다고 해도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속해서 인력을 투입하고 식민지를 지배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 국내의 자본가들이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손해보는 돈, 날아가는 돈, 적자폭 등등은 누구에게 전가되느냐? 식민지 인력 및 국내의 노동인력에 전가되는 겁니다. 손해량을 메꾸려는데 외국에서 그게 안되면 국내에서 더욱 박터지기 기계를 돌려 박리다매 식으로라도 해야 했으니까요. 

 따라서, 식민지 경영은 자본수출, 전환, 그리고 환수의 과정에서 각별한 중요성을 띕니다. 말하자면, 오늘날 '돈세탁'하는 것을 좀 더 대규모로, 합법적으로 벌이는 것이 당시의 식민지 경영이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식민관계가 변한 것은 20세기 부터인데, 두 차례의 전쟁으로 인해 유럽 내부에서 자본투자할 수 있는 구멍이 많이 열렸고, 2차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소련에 맞서기 위해 서구 국가들은 서로에 대한 자본투자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서로 적대적인 열강들 끼리, 서로서로 열심히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영국의 사업가들이 독일에 투자하고, 독일의 사업가들은 프랑스에 투자하고 등등.. 

 게다가, 식민지들이 독립하고 난 이후부터는, 이들에게 좀 더 나은 조건에서 보다 '약한 강도'의 경제적 종속을 부여하는 한 이전에 필요했던 만큼의 자본시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었습니다. 

 예컨데, 인도의 경우에는, 독립을 하지 않을 수는 없죠. 게다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으면서 좋든 싫든 "근대화"의 필요성은 도래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갓 독립한 인구 몇억의 거대국가가 누구에게 의존하겠습니까? 다시 서구국가들에 의존합니다. "예전의 식민지 시대의 구원은 잊자. 그리고 서로 번영하자.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좋은 것 아닌가?"라는 거죠. 따라서, 이제 서구 국가들은 직접 식민지를 강압적으로 지배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갓 독립한 식민지의 자생적 정부가 외부의 투자를 요청하게 됩니다. 근대화를 하긴 해야 하니까요. "커먼웰스"의 발생은 정치적이기 보다는 경제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겁니다.

 레닌의 경우에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단계가 "최고 최후의 단계"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죠.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20세기 초반 이후 아직까지도 현대자본주의의 흐름에서 뭔가 결정적으로 다른 발전단계는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보화 경향이라든지 다른 첨단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그것을 통제하고 사용하는 방식, 조직화되는 경향 등등은 솔직히 말하자면 20세기 초반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요즘 말많고 탈많은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20세기 중반의 수정자본주의를 밀고나가다가, 이걸로는 자본가들에게 필요한 이윤율을 도저히 보장할 수 없으니 다 포기하고 다시 구시대적인 "보이지않는 손" 이론으로 돌아간겁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크게 유행한 이론들이 예컨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심부-주변부" 이론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이론들은 식민지국가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 이론이고, 본원적 제국주의론 자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어쨌든, 레닌은 현재 단계가 자본주의의 마지막 단계라고 확신을 했기 때문에 혁명을 일으키기를 원한 것이었고요. 다만, 그가 틀린 것이 있다면, 설사 지금이 마지막 단계라고 해도 그 막판이 몇십년, 몇백년을 갈 수도 있다는 것 까지는 생각을 안했다는 것이죠. 그의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건드리면 깨질 것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어느 면에서는 실제로 19세기 중반이 될 때 까지는 서구제국은 계속해서 부서져가고 있는 형편이었고요.  
출처 http://cafe.daum.net/shogun/9xm/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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