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아이 키우는 30살 아빠입니다.
오늘 생일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 였습니다.
같은 직장에 어머니가 더 계급이 높으셨죠ㅎ
아무튼, 그래서인지, 저는 친구들을 불러서 생일파티를 열어본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도요.^^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서 저는 깨달았어요.
생일은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 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머니가 말그대로 "죽을 고생"을 해서 저를 낳아주신 날이기도 하다고 말이죠.
그래서 아빠가 된 이후로 저는 축하받기보다 감사하는 날로 제 생일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제 생일이 오면 한국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말씀을 드리고, 아들에게도 "할머니 아빠 낳아줘서 고마워요" 라는 말을 전하게 했죠.
그리고 아이의 생일이 왔을때도, 생일을 축하함과 동시에 "마마가 이날 정말 너 낳느라 힘들었어. 감사도 해야하는 날이야." 라면서 일러주기도 했구요.
아무튼, 오늘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어요.
토쿄의 날씨는 추적추적 비가 왔구요.
한동안 고기를 잘 안먹어서 오늘은 고기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있잖아 오늘 아빠 생일이니까 고기먹으러가자."
아들도 콜.
같이 근처 고기집(이름은 "도라지"ㅋㅋ)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길래 우산을 펴들었는데 아들이 말합니다.
"아 아빠, 우산, 내가 들래"
어른용 사이즈라 꽤 크고 무거운데.
"들 수 있겠어? 꽤 무거운데?"
그랬더니 녀석이
"오늘 아빠 생일이잖아. 생일 선물로 내가 우산 들어줄게."
라네요..^^
음.....사실 이런말 하긴 좀 쑥스럽지만,
몇년만에 받아본 생일선물 입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아들에게 처음 받아본 생일선물이기도 하네요.
그냥, 제겐 정말 두말할 나위 없이 "딱"인 생일선물 이었습니다.
힘껏 우산을 들쳐올린 아들의 두 팔이, 그 마음 씀씀이가, 우산위에 나부끼는 빗소리가 모두 너무나 완벽한 생일선물 이었습니다.
"제 목도 가누지 못하던 녀석이 이젠 내게 우산을 씌워주는구나."
"쌀밥도 잘게잘게 갈아서 먹던 녀석이, 이제 고기의 씹는 맛에 대해 평가를 하는구나."
"울음소리 밖에 못내던 녀석이, 이젠 생일축하한다는 말을 내게 하는구나."
"많이 컷구나. 건강하게 잘 커줬구나."
그런 생각에 잠기며 와인한잔 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생일이었어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