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가 곤색 기지 바지를 사오셨는데, 기장이 너무 길다. 집에 미싱이 있지만, 수선을 맡기기로 했다. 쌔삥을 손댄다는 게 좀 야마돌지만, 간지나는 옷이 되기 위해서는 완벽한 수선이 필요하다. 수선 집에 맡기고 나오는데 맛있어 보이는 낑깡이 다라이에 담겨 있었다. 장사꾼 아저씨는 마수라며 좋아서 봉다리에 이빠이 담아 준다. 크크 내일 회사 창고에서 노가다해야 되는데 좀 싸가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단 생각을 하니 입에서 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 십팔번을 흥얼거리면서 아파트 입구에 들어왔다. 우리 아파트는 고바이에 있어서 걸어 올라가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에잇 차를 끌고 올걸.'이란 생각이 났다. 아참, 차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마후라가 터졌는지 시끄럽고, 어젠 빵구도 났었다. 빠떼리도 영 시원찮고, 쇼바도 내려앉고, 라지에타에서 물도 뚝뚝 떨어진다.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 망까이하려면 고장 없이 잘 타야되는데. 쩝. 땀을 쫄쫄 흘리면서 올라오니 삐까뻔쩍한 외제 차가 주차장에 있는 게 아닌가? 우와~ 하며 입이 벌어진 날 놀리기라도 하는 듯 부릉 부릉 부릉~ 후까시 넣고 있다. 예전에 동생과 분빠이해서 외제 차를 사기로 했었는데 먹고 죽으래도 돈 없다며 땡깡 부리는 동생과 아다리가 안 맞았던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저런 차엔 기스나면 죽을 만큼 맘 많이 아플거야. 큭큭거리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 집에 올라와서 땀 묻은 난닝구를 벗어 던지고 나시로 갈아입었다. 이제 씻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