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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의어느날밤 ★
게시물ID : sisa_2190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연의마음
추천 : 3
조회수 : 29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8/10 16:18:06

2006년 여름 어느 날, 대학생이던 우리는 뙤약볕이 쬐는 여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난 후 피로로 지친 몸을 이끌고 허름한 여관방으로 향했다. 땀에 절어 있는 몸을 씻는 둥 마는 둥... 고단하지만 그냥 잠들기는 뭐하고 조금씩 돈을 모아 치킨과 술을 사다가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술잔을 몇 잔 나누던 시점에 문이 열리며 들어온 그 사람.

어떤 정치인이 군대도 안간 대학생들 술자리에 벌컥 들어오겠는가.

그는 시원한 런닝 바람에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였다.

정치인 하면 생각나는 권위주의와 거만함이 그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 늬들만 맛있는 거 먹냐?” 누룽지 한 사발 들이킨 듯 구수한 말투로 첫말을 꺼낸 그는, 다 같이 술을 돌리고 나서 게걸스럽게 닭을 뜯었다.

무슨 정치인이 이런가... 솔직히 황당했지만,

마음 한켠으론 웃으며 다가온 그가 싫지 않았다.

 

그렇게 그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어 처음의 긴장감도 사라져 갔다.

많은 술은 아니었지만, 낮의 봉사활동의 여파로 몸이 노곤해져서 금방 취기가 올랐다. 그도 살짝 취기가 오른 듯 보였다. 우리는 취기가 오르자 평소 고민하던 문제를 하나씩 꺼내게 된다. 등록금.. 취업.. 등등의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현실의 위기들. 그는 묵묵히 얘기를 듣다가 말을 꺼냈다.

“...힘들지? 등록금도 그렇고 취업도 그렇고 살기가 참...”

“...”

우리 모두 침묵했다. 그가 정치인으로서의 어떤 믿음을 주는 이야기를 해주길 바랐는지도..

나도 그렇다. 나도 참 살기가 힘들다.”

또 한 번의 황당함.

이 사람은 대체 정치인이 맞기는 한건가.. 너네 힘드냐. 나도 힘들다라니.

우리의 침묵은 더 길어졌지만, 이어서 그가 꺼낸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다.

나도 너도 전부 팍팍하기만 한 세상은 뭔가 잘 못된게 아닐까? 알고는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부터 바꿔야할지, 바꾸는게 가능은 한 건지.. 방법은 모르겠고....

그게 말이다. 혼자 힘으로는 무엇이든 절대 바꿀 수가 없어. 하나 힘으로는 정치한다는 사람도, 격투기 선수도 그저 개인일 뿐이니까.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들을 찾는 거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음악가 작곡가 연주가가 되어 노래를 만드는 거지. 나는 그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광대가 돼서 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그게 내 진심이야. 여기 있는 여러분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누군가는 여러분의 힘을 얻어서 열심히 뭔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들에게 처음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낮선 정치인은 마음속에 없었다. 치킨에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고 우리 같은 학생들과도 웃으면서 속내를 말 할 수 있는 쿨한 옆집 형 같은 그가 있을 뿐이었다. 그날 밤. 그는 우리라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다른 사람도 알아줬으면 한다. 그의 진심에 대해서. 부디 이 글을 읽은 당신도 알았으면 한다. 우리가 무언가 바꾸고 싶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믿어야 한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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