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넘치는 헛소리꾼인가보다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오유양 님께서 의외로 (비록 내용이 헛소리고 논리가 조악할지라도)또박또박 말씀하시길래 차근히 생각해보시라고 글을 씁니다.
일단, [[저는 만약에 여자도 의무화가 된다면 주저없이 갈수 있어요.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칭찬을 드리고 싶네요. 멋집니다. 남자들 중에도 주저없이 가는 사람 없어요. 가기 싫어 죽겠는것이 군대고 실제로 안가려고 버팅기는 사람, 뉴스만 틀면 끝도 없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거 손해 맞습니다. 군대는 회사나, 학교같은게 아닙니다. 부모, 친구, 친척 누구도 만나지 못하며,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계급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인간취급을 덜 받으며 보내는 곳입니다.
군 생활이란 것은 업무와 훈련은 고된 육체적 노동이며 시급이 200원이라는(2000원의 오타가 아닙니다. 이백원입니다)극한의 월급, 주변 어디에든 사람이, 그것도 나를 욕하고 제재할수 있는 사람이 넘쳐서 눈뜰때부터 잠들때까지 단 1분도 자유시간이 없는 숨막히는 단체생활의 스트레스, 자던 중 일어나 몇시간씩 보초를 서고, 인터넷이나 티비 등과는 일절 관련이 없는 정체된 시간 속에서, 사회에서 익히고 사랑하고 즐기고 쌓았던 것들이 조금씩 모래성처럼 무너져가는 것을 인내하는 과정입니다.
우리 나라는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휴전'중인 전쟁위험국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 수많은 젊은이들이 눈물을 삼키고 나라를 지키러 한몸을 던지는 것이죠. 그게 손해가 아니면 무엇이고, 그걸 좋아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헌법에는 '국민은 모두 국방의 의무를 지니며...'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여성도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가 없는 것은 곧 국민이 아님을 뜻하는데 여성도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이니까요. 전쟁나면 총알이 여자를 피해서 남자에게만 날아들고, 폭탄과 미사일이 여자들 없는데서만 터지는거 아니잖아요. 따라서 여성 역시 국방의 의무를 지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상용화할 제도가 없기 때문에 여성들은 실제로는 국방의 의무를 실행하고 있지는 않은 거랍니다.
따라서 결국 군인들은 그러한 여성들의 의무까지 함쳐서 배가 넘는(군대를 못가는 남성도 있으니)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게 불공평하다는 것은 이해하시겠습니까? 태초에 '남자는 군대에 가라'라고 십계명에 적혀있던거 아니에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쩔수 없이 하는겁니다. 사람들은 흔히,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리고 자신이 죽을때까지 일관적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고 국군을 징병하기 시작한 역사는 채 150년이 안됬어요.
그래서, 그 갖은 고생을 하며, 여성들의 짐까지 대신 짋어져 그 땀과 눈물, 고생, 이전까지의 인생과의 단절(님이 2년전에 썼던 일기나 2년전에 풀었던 문제집 흝어보세요. 기억이 나나요? 남자들은 보통 대학공부를 하다가 군대를 갑니다)을 다 열심히 버티고 이를 악물고 나라를 지키고 왔더니,
그래 그 고생을 하며 지켜준 사람이 한다는 말이 '2년은 너무 짧잖아요?' '2년은 너무 짧잖아요오오오오?'
...
군인으로 가는 사람은 어디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과 똑같이 먹고 자고 살고 사랑하고, 힘들어하고 배고파하고 외로워하고 엄마 아빠 친구 애인이 있는 아주 평범한, 당신과 성별이 다를 뿐인 그냥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2년간을 저 고생을 하며 당신을 지켜줬을때, 당신(여성)에게 바라는 건 하나입니다.
당신에게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요, 당신을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여성이, 여성의 몫까지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는 군인들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건 사회가 군인에게 해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하지만은.
최소한, 당신의 목숨을 위해서, 당신의 자유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그 젊음들에게 말이라도 이쁘게, 너네 덕에 내가 걱정없이 살아요,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나라 지키느라 수고하시네요!
설사 그것이 빈 말이라도(마음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 에스퍼가 아니니 모르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요)그저 말뿐인 빈 말이라도 좀 곱게, 남자들이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대견스럽게 여길 수 있게, 자신이 빼앗겨버린 2년을,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견뎠던 세월을 '그래도 나는 나라를 지켰다'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게, 그래서 그것으로 조금이나마-아주 아주 약간이나마, 기분으로나마 보상받을수 있게 해달란 말입니다.
이것이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바라는 것입니다. 이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요? 그렇게나 불평등한 일인가요?
근데 그런 말은 커녕 그 앞에서 '2년은 너무 짧고요, 나라 지키러 가는데 3년은...'
...휴, 담배를 어따 놨더라...
자 이제, 오유양님이 왜 욕을 먹는지 좀 이해가 가셨으리라 생각하고 이만 글을 맺습니다. 무슨 말이든 꺼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게 맞습니다만, 앞으로도 군대 관련 문제는 특히 한번 더, 두번 더 생각하고 써주세요. 많은 남성들의 심정을 이 글로 인해 조금이나마 이해하셨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