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놀러왔다가 게시판이 뒤집힌걸 보고 무슨일인가 알아보다보니 군대 얘기였군요. 단지 군대 문제가 아닌, "18개월로 뭘 지켜요" 라는 말이 문제가 되는것 같습니다. 그 외의, 전역후 혜택에 대해서는 오유양 님은 타당하다고 말씀하셨고요.
그러면 논점은, 오유양님의 "견해"인, "18개월로 뭘 지키느냐" 일 겁니다. 두가지 측면에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기간이 짧다? 2. 말투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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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2년 2개월, 즉 26개월동안 군복무를 했습니다. 그 전에는 2년 6개월이었죠. 기간이 줄어들어서 좋아라 하면서 갔다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역할 때 쯤에는 복무기간이 2년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돌았고요. 그당시에는 대부분 (군대에 복무중인 사람들의) 생각은 어땠냐 하면, 2년가지고 무슨 군생활을 하겠냐.. 였습니다. 실제로 제 입으로 "24개월로 무슨 군생활을 하냐"는 말도 했습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모르겠고, 다음 내용은 비록 저와 가까운 몇명과 나눈 잡담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 근거는 이렇습니다. 훈련소에서 1개월~2개월 훈련을 받고 옵니다. 그리고 "경험상" 1년은 자대에서 지내봐야 군생활에 "적응"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대배치 받고나서 1년이 지나야 비로소 "쓸만한" 군인이 되는거지요. 입대하고 나서 1년 2개월이 지나서 입니다. 그러면 실제로 1년동안 "제대로" 군생활을 할 수 있는거지요. 그 기간동안 자기 맡은일도 하고 (그게 주특기든 작업이든) 후임도 가르칠 수 있지요. 배우는데 1년이 걸리니, 1년동안은 제대로 붙어있어야 군대가 돌아가겠지요. (왜 굳이 1년이 걸린다고 하느냐 하면...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은 대충 이해하실테니 그냥 넘어가렵니다)
그런데, 군대가서 나라를 지킵니까? 정말로 "나라를 지키다" 전역하신 분들이 얼마나 됩니까? 저도 전방에서 근무했지만 저의 주된 업무는 주특기 병과에 관련된 것이 아닌, 공사장 막노동에서나 경험할 만한 일들만 하다가 왔습니다. 전역하기 1개월 전에는 전부대가 벌목작업에 (방화대 공사라는 이유로) 투입되었죠. 지금도 군대하면 생각나는건, 삽질과 공괭이질, 미장, 목공... 뭐 그런것들 뿐입니다.
각설하고, 24개월이든 18개월이든, 더 줄어들어서 1년이 되든, 그 기간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남성 누구든지, 한창때 군대에 "끌려"가서 귀한 시간을 "낭비"한다는 점에서는, 기간에 관계없이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위에서 말씀드린 이유로, 최소 2년 이상은 되어야 "나라를 지키"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의미에서는 분명히 짧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점은, 군대에서 하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것 보다는 온갖 잡다한 "작업"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나라를 지키는" 방법을 가르치고, 순수하게 "국방의 의무"에만 매진할 수 있다면, 1년이면 충분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즉, 개인에게 있어서는 18개월은 충분히 긴 기간이지만, 군사력 측면에서 본다면 (현실적으로) 18개월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대부분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유양 님의 발언 문제는 (1번. 기간이 짧다) 는 것이 아닌 (2번. 말투에 문제가 있다)로 좁힐 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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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분명히, 오유양님은 (내용 자체는 저도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경솔한 발언을 했고, 그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더욱 문제가 커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저도 요즘 군대간다는 후배들에게 18개월 갔다오는게 무슨 군생활이냐고 말하곤 합니다만...)
하지만 반대로, 또한가지 무시할 수 없는 점은,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오유양 님이 "여자로서의 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른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오유양 님이 "여자는 당연히 남자에게 ~~~ 해줘야 한다" 고 생각하고 계시다면, 그리고 그 점을 분명히 했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유양님이 주장하시는대로,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라는건, 본인이 책임질 수 있을때만 가능한겁니다. 오유양님의 문제는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고, 그때문에 더더욱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아래는 처음 문제의 발단이 된 댓글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으로 달린 댓글이 지극히 부정적이다 못해 공격적입니다. 그러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방어할 방법을 찾습니다. 그게 사람이고, 그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124님의 욕플은 오유양님의 "독단적인" 견해를 완고하게 만들어준 겁니다. 그리고 2차/3차 방어로 "그냥 내 생각을 말한것 뿐인데~" 하게 되지요.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리고나서, 18개월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에 발끈한 댓글들이 달리고, 나중에는 남자들도 18개월은 짧다는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조하게 되자, 내용이 아니라 "말투"가 문제라는 양상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 이후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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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군 복무기간에 대한 문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어느쪽이 옳은것은 없습니다. "18개월"은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사람의 견해를 반박할 때 덮어놓고 욕만 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댓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오유양 님의 생각이 어째서 잘못되었는지, 그 잘못을 지적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유양 님은 스스로가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느껴지겠지요. 나중에 차분하게 지적한 글들은, 이미 생각이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된것은 그때문일 겁니다.
세줄요약: 1. 오유양 사태는 복무기간 문제가 아니다. 2. 사태의 발단은 오유양이라기 보다는 악플에 있다. 3. 악플이 오유양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 하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