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는 29살 입니다. 곧 20일 가량 지나면 서른줄에 접어들죠..
이 나이 먹고 20대 마지막 소개팅이라 믿고 오늘 24살짜리 여성분과 소개팅 자리를
가졌습니다...
참 큰맘을 먹고, 나름 그래 요새 유행하는 스타일로 가보자 싶어서
촌스런 긴머리를 미용실 가서 샤기컷..으로 자르고, 왁스 떡칠에 힘 좀 주고
생전 신어보도 않은 하이탑슈즈에.. 차마 배기핏 바지는 못입겠어서 나름 좀 붙는 진에
알록달록 후드티에 패딩점퍼.. 참 어려운 복장입니다 제겐.. 이런 말도 안되는(평소에 입는걸 본다면)
복장까지 갖추고는 만나기로 한 커피숍엘 갔습니다.
"유행에 되게 민감 하신가봐요"
막 터지는 웃음을 참는듯한 표정으로 그녀가 묻더군요.
"아, 사실 마음만이라도 10대로 돌아간 느낌 받고 싶어서 이랬어요. 저보다 좀 어리시단 얘기
듣고, 곧 서른인 사람도 그리 고리타분하다는 느낌만은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평소엔
하지도 않는 꾸밈을 해 봤네요. 겨우 옷만 이렇게 입었어도 진짜 젊어진 기분이네요."
이런 말 저런 말 오가다보니 분위기 훈훈하고 좋았습니다.
근데 사실 선약이 있어서 일찍 좀 가봐야 한다기에 연락처를 물었죠.
제 명함도 드리고..
선뜻 가르쳐 주더군요..
그리고 집에 와서 참 설레는 마음, 두근거리는 마음 올만에 느껴본다 하는 기분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약속 하신데는 잘 가셨냐. 추운데 조심해서 다녀라
답장이 없네요......
그리고 주선해 준 후배가 문자가 왔습니다.
패션이 너무 깨서 싫다구... 했다네요..
ㅅㅂ........ 안 생기네요.....
오늘 오바질만 안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