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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대한민국
게시물ID : sisa_1371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웰컴투두개골
추천 : 2
조회수 : 3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22 19:35:10
울지 마라, 대한민국 

                                       시인 · 안 도 현 


2004년 3월 12일을 죽음이라 부르자 

막 꽃 피우려고 일어서던 꽃나무를 주저앉히는 

저 어처구니없는 폭설을 

폭설의 검은 쿠데타를 

달리 뭐라 말하겠나, 죽음이라 부르자 

이건 아니다 

지붕이 무너졌다 

서까래가 내려앉았다 

도란도란 민주주의의 밥을 끓이던 부엌도 까뭉개졌다 

냄비도 그릇도 국자도 숟가락도 파묻혀 버렸다 

이건 아니다 백 번 천 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 

거대한 눈보라의 음모, 

미친 바람의 장난, 

아아 끝까지 막아내지 못하고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슬픈 두 눈의 대한민국을 죽음이라 부르자 

하지만 2004년 3월의 죽음을 

다시 겨울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일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도 전에 

사랑을 끝낼 수는 없는 일 

채 한 줌도 안 되는 금배지들보다는 

우리가 힘이 세다 

국민이 힘이 세다 

삽을 든 자는 삽으로 검은 눈더미를 치우자 

펜을 가진 자는 펜으로 정면 대응하자 

돈을 가진 자는 돈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우자 

빈주먹밖에 없는 자는 빈주먹으로 저항하자 

사랑해야 할 것과 

결별해야 할 것이 분명해졌으니 

울지 마라, 대한민국! 

울지 마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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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도현씨가 노전대통령 택핵때 쓰신 시인데 오늘도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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