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손이 이마를 어루만진 듯해 여자는 잠에서 깨어났다. 창 밖 숲을 적신 뒤 숲그늘을 묻혀가지고 들어온 달빛이 파랗게 그들의 베갯머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남자가 잠결에 몸을 뒤척이더니 팔을 뻗어왔다. 여자가 몸을 일으켜 앉은 탓에, 남자의 손은 빈 이부자리 위에 힘없이 얹혔다. 달빛이 밝아, 그의 감긴 속눈썹, 어린아이처럼 벌어진 입술이 고요히 드러났다. 여자는 허리를 수그렸다. 남자가 잠결에 쓸쓸해질까 봐, 그 손등에 얼굴을 가만히 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