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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새벽에 배추 5백포기 사왔어요[서프]
게시물ID : humorbest_219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Q
추천 : 61
조회수 : 2696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12/11 14:21:39
원본글 작성시간 : 2008/12/11 09:16:44

 

아버지가 새벽에 배추 5백포기 사왔어요
(한토마 / dosol / 2008-12-09)


얼리어답터네 집구석

 

우리 아버지는 취미가 고상해요.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야 하고, 한 술 더 떠서 남들이 안 하는 것도 하시는 분이예요. 아버지가 최근에 사오신 것들이에요.

 

커피 메이커 158만원짜리예요. 당근 커피를 따로 넣지 않으셔도 되고여, 커피를 마실 때 그 앞에 서 계시면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 냉, 온 커피가 자동으로 나와요. 내부에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고 인도네시아산 고양이가 그 커피열매를 집어 먹고 배설하여 최고급의 커피가 항상 나온다고 하던데요. 한 번 사시면 평생을 사용할 수 있구여. 근데, 고양이의 먹이가 부족하거나 고양이가 변비에 걸렸거나, 고양이가 그 안에서 뒈졌다면 그 커피 메이커는 사용 할 수 없데요. 당근, 반품은 때려 죽여도 안되고여.

 

한 대에 1500만원짜리 디카예요. 껍데기는 중국산 금박이구요. 목에다 걸고만 있어도 각종 시위대의 모습을 자동으로 찍어 줘요. 셔터는 루비로 되어 있고 인화도 자동, 셔터도 자동으로 눌러져요. 촬영 후 무선으로 컴퓨터랑 연락해서 - 단 컴퓨터는 990만원짜리랑만 호환해야 된데요. 안그러면 터진데요. 자동으로 수배 명령을 내려준데요. 호환을 잘못해서 터졌을 경우, 그래서 사용자가 뒈졌을 경우 연기금으로 다시 보상해 준다네요.

 

소형 컴퓨터 990만원이예요. - 주식 예보 가능하데요, 맞는지는 몰라요, 단지 원칙이 그렇다는 이야기래요. 실물 경제와 상관없이 사용자의 비위에 맞추어 모든 예보 가능하데요. 747. 3000, 비행기 가격 환산표, 멜라민 성분 자동 표시기능, 수입산 소고기 원산지 식별 불가능, 대운하 주변의 땅값시세 실시간 예보, 외환 보유고 달랑거릴 때 자동 경보 안울림 기능. 이루 열거 할 수 없이 많은 능력을 갖춘 컴퓨터래요. 단, 코드를 꼽고 부팅을 시킬 줄 아는 사람만 쓸 수 있다네요.

 

비디오 카메라 7200만원이예요. 아직 개봉 안했어요. 개봉해 봐야 쓸 사람도 없고, 쓸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포장지부터 재질이 달라요. 빠닥빠닥 금종이로 되어 있는데요 먹을 수도 있다나 뭐래나. 어떤 사람이 묻기를 도대체 어떤 비디오이길래 7천2백만원이냐고 하지만 사실 말씀드리기는 좀 거시기 하지만........다단계 제품이예요. 이게 무지 좋은 거라고 하더군요. 이걸 사는 바람에 저희 처조카 이모의 고모의 사촌이 사는 그 옆집 아줌마가 골든레벨로 올라가고 차를 한대 갔다는 소문은  있는데 모르겠어요. 원가는 모르지요. 나중에 포장을 뜯으면 다시 알려 드릴게요. 어쨌든 7천2백만원짜리 비디오가 있기는 있어요. 7십이만원짜리로 오해하지 마세요.

 

파라솔 2개 샀어요. 한 개는 그냥 파라솔 176만원, 한 개는 야외용 파라솔 5백만원짜리루여. 야외용은 뭐냐구여? 말 그대로 야외용으로 쓰는 파라솔이지요. 방수? 되지요. 햇볕? 막아 주지요. 그럼 그냥 파라솔은 뭐냐구여? 말 그대로 그냥 파라솔이지요. 방수? - 될 필요 없지요. 그냥 파라솔인데. 햇볕? - 막아 줄 필요 없지요. 그냥 파라솔인데. 그럼 왜 샀냐구여? 그걸 내가 알아요. 우리 아버지 맘인걸. 우리 아버지라서 말은 못하는데 남들이 그래요. 그놈 **거 아니냐구. 사실 뭐 객관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해요.

 

프롬프터 2개 3천5백만원이예요. 나도 처음에는 뭔지 몰랐어요. 비까번쩍한게 막 광채가 나고 그래서 집구석을 나이트클럽 만드는 줄 알았거든요. 사실 이것은 저도 좀 낯간지러워요. 우리 아버지가 티브이 방송 데뷔 때 쓰려고 장만한 건데......하도 사람들이 시끄럽게 지랄해서 티브이 방송에는 안 나가고 라디오에만 나가거든요. 그래서 쓰지는 못하고 그냥 골방에 쳐박아 놨어요. 돈 아깝겠다구여? 아니예요...... 우리 돈으로 산 거 아니거든요. 동네 사람들이 동네에 큰일 났을 때 쓴다고 모아둔 돈으로 산거예요. 그러니까 골방에 쳐 박아 놔도 상관은 없어요.

 

언제 한 번 구경 오세요. 6백2십5만원짜리 외빈용 의자에 앉혀 드릴게요. 무지 좋아요.

 

더 쓰고 싶은데 우리집 자랑하는 것 같아서 못 쓰겠네요. 참 오늘 새벽에 배추 500포기 들여왔어요. 아버지도 참. 저런 배추 누가 먹는다고 사왔는지. 괜히 생색낸다고 사와가지고 또 무단투기 하러 가야겠네요. 요새 어디에 감시 카메라 없는데 있나요? 후딱 버리고 오게요. 여의도 어디에 냄새나는 물건 쌓아둔 곳이 있다고는 하는데......어딘지 아세요?

 

 

※ 출처 - http://blog.hani.co.kr/dosol/14069

 

ⓒ dosol




원문 보기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8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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