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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7. 짧은 이야기
게시물ID : readers_219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취향은단발
추천 : 3
조회수 : 23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0/03 22: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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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의 정확한 날은 기억나지 않는다

  새벽 뒤늦게 과제를 작성하고 있던 날이었다. 잠시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눈이 감겼고, 곧 문 닫힌 방안에는 시계소리와 컴퓨터소리를 삼킨 고요함이 맴돌았다.


- 쩝!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에 눈을 뜨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 소리를 들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과제의 부담과 책임을 느낀 무의식의 표현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나는 내가 들은 소리가 진정으로  외부에서 났다는 것을 알았다.


- 쯔업! 쩝!


오른쪽. 쓰지않는 책상과 여러권의 책들, 그 외의 저금통이나 필기구등이 있는 그 장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한번더 들려왔다.


- 이건 맛이 없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나에게 가장 먼저 보인 풍경은
쓰지 않는 그 책상에 걸터앉아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낯빛과 눈빛(그러나 그 색을 표현하지 못하는것은 진짜 그 색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을 가진 어떤 것이 몇 일전 초고를 쓴 글이 적혀있는 내 노트를 한 입 베어물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어...! 웁!!!" 


그것은 자기보호본능이 나의 공간에 들어온 낯선 물체에 대해 느낀 적대감과 두려움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오기전 들고 있던 내 노트를 내 입에 쑤셔넣어 소리를 막아버렸다.


- 시끄러! 조금 있다 갈꺼니까 이상한 짓 하지마!


나는 입에 넣어진 노트를 꺼내며 그것을 주시했다. 그것은 나에게 등을 돌린 채 내 책장에 있는 몇권의 책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뭐야? 당신 누구야?"


우선 그것에 대해 아는것이 우선이었다고 판단했으리라 싶다. 나는 이 상황과 나의 공간에 있는 이물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생각되는 말투로 말을 걸었다.


- 이건 네가 적은 거냐?


그것은 나의 질문은 무시한채 (그러고 보니 그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체를 말해주지 않았다!)내가 방금 입에서 꺼낸, 그 전엔 그것이 두입 정도를 베어물어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노트를 가리키며 질문을 했다.


"네....."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때 이쪽을 바라보던 그것의 눈빛에 알 수없는 무서움을 느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것의 눈빛을 본다면 지위나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존대를 했을 것이다.


- 그 글은 맛이 없어. 버리고 다른 걸 써봐.


"무....무슨...?"


- 말 그대로야. 맛이 없다고. 그 글은 아니야


- 할짝.


그것은 말을 끝내자마자 책장에서 어떤 책을 꺼내더니 아이스크림을 먹듯 핥았다.


- 이건 역시 괜찮네. 물리질 않아.


그 책이 <검은 고양이>였는지 <어린왕자>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것은 정말 사탕을 먹듯 그 책을 핥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그거 왜 먹고 계신 건지....?"


- 넌 글을 왜 쓴다고 생각하냐?


그것은 또 나의 질문을 무시했다! 이내 책을 핥는것을 마치고 그것은 본격적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 돈? 아니! 돈을 벌겠다면 다른 일들이 많아. 지위? 지X같은 소리. 글로 명예를? 헛소리지. 그렇다면 이때까지 셀 수 없는 놈들이 글을 쓰고 좌절하고 그러고도 또 글을 쓰는 이유가 뭐겠냐고.


"......" 

- 요즘 것들은 되지도않는 미사여구가 너무 많아!
글의 가장 큰 목적은 그게 아니야! 저작권? 탈무드와 별주부전, 심청전을 쓴 녀석을 본 적이 있나? 그 녀석들이 왜 작자 미상이라는 되지도 않는 이름의 가면을 쓰고 현재까지 자신의 글들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공감? 세상 어떤 글도 아기의 울음소리와 그걸 들은 어미만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없어.
대체 되먹은게 말이야! 먹을 만한게 있어야지! 썩을 것들! 새로운 맛을 느낄게 없다고!


- 빡!


그것은 내 손에서 노트를 거칠게 뺏어들더니 벽으로 집어던졌다. 그러나 노트는 몇 장이 그것의 손에 잡힌 상태로 나머지 몇장만이 벽으로 던져졌다.


- 어랏? 뭐야 이건?


그것은 손에 남은 몇 장의 종이를 쳐다보았다.


- 이것도 네가 쓴거냐?

 
"네? 네......"


그것은 그 종이를 입에 넣더니 작은 고기를 먹듯 질근질근 씹어댔다.
 

- 이건 괜찮네. 괜찮아.


그것은 이윽고 내 방 문으로 가더니 닫힌 손잡이를 잡았다.


- 철컥


- 근데...... 아무튼 너는 아니야. 


그것은 이 말을 남긴채 방문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엔 축축한 책 한권과 벽에 내팽게쳐진 내 노트가 남아있었고 나는 아직 과제를 하지 못했다. 과제의 남은 부분을 그녀석이 먹고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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