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일 힘겹게 하는 환자는 의사의 의견을 듣기 전에 스스로 자가 진단을 하고 오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은 불편한 증상을 물어보는 의사의 질문에 암, 빈혈, 간염, 위염 등의 정확하지 않은 질병명으로 대답을 한다. 잘 나가는 ‘명의’가 되려면 그런 환자들에게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먹고 싶은 약을 처방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검사 결과를 보니 간이 안 좋으시네요. 간장약을 드셔야 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먹고 싶은 약을 처방해 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해주게 된다. 별 이상 없다고, 약 같은 거 먹을 필요 없다고, 그러면 기대했던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똑같은 진찰과 검사를 반복한다. 자기를 간염으로 진단해 주는 '명의'를 만날 때까지 말이다.
이런 것을 우리 업계 용어로 환자들의 ‘의료쇼핑’이라고 표현한다. 유시만 장관이 지적했듯 피 같은 의료보험이 낭비되는 또 한 가지 원인이다.(물론 의료보험 재정은 그것 말고도 여러 곳에서 줄줄이 새고 있다.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넘어가자.)
차떼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껌인 ‘특껌’의 경우도 바로 의료쇼핑과 맥락이 같다. 이 친구들은 사건만 터지면 형사 콜롬보도, ‘CSI 과학 수사대’의 그리섬, 호레이쇼 반장도 아닌 것들이 별 증거나 분석도 없이 지들 꼴리는 데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결론을 먼저 내놓는다. 그리고 경찰, 검찰이 수사한 결과가 지들 결론과 어긋나면 무조건 특검으로 가야한다고 지랄을 친다. 결국 특검 굴리는데 깨지는 엄청난 예산은 우리 국민의 부담이 된다.
그저께 어느 미친 놈 하나가 차떼기당 수장의 면상을 면도칼로 그어 버렸다. 차떼기 아이들 개거품 물고 ‘정치테러’라고 합창을 한다. 서프의 몇몇 논객들도 정치판에서 폭력은 안 된다고 개탄들을 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보고 여운형, 송진우, 백범 김구, 장덕수 등 해방직후에 유행하던 정치테러 및 암살을 연상하는데 나는 전혀 다르다. 차떼기가 지들 마음대로 유아기적 상상력을 가지고 결론을 내듯이 나도 나의 건전한 상식을 총동원해서 생각해 보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절대로 정치테러가 될 수 없다.
단지 정치인이 대상이 된 묻지마 증오범죄일 뿐이다.
비슷한 예를 한 가지 들겠다. 미국 대통령 레이건 저격사건. 이것이 정치테러인가? 존 힝클리라는 정신질환자가 여배우 조디 포스터를 짝사랑하다가 자신의 상처받은 왜곡된 사랑을 세상에 알리고자 저지른 황당한 사건에 불과하다. 자신의 뜻대로 세상사가 풀리지 않아서 자신이 품은 세상에 대한 울분과 적개심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레이건 저격사건은 표적 대상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중대한 인물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요즘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는 유영철류의 증오범죄, 묻지마 범죄와 일맥상통하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결코 정치테러가 아니란 말이다.(여기서 레이건 사건 이면에 서린 음모론으로 또 시비 걸지 말기….)
차떼기가 울부짖듯이 박근혜 피습사건이 정치테러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의심되는 배후들의 범행동기가 확실하고 범행으로 인해서 누가 유리해지는가를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사건이 난지 사흘 정도가 지났는데 지금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라고 생각들 하시는가? 다름 아닌 차떼기당 자신이다. 이 사실은 차떼기당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들 인정하는 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자면 병상에 누운 박근혜 존재 하나는 청와대 바깥으로 나와 전국을 24시간 논스톱 유세하는 노무현 대통령 열 명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 자작극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차떼기 당이 아무리 막가는 패륜 정당이라도 정치판에서 ‘자해공갈단’이라는 새로운 장르까지 개척하는 엽기를 저지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탄핵정국이라면 모를까, 현재 선거 국면에서 이렇게 잘 나가는 마당에 범행동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차떼기당 주장대로 범인이 박근혜를 확실하게 죽이려고 했다면 오히려 문제는 더 골 때리게 된다. 박근혜가 만약 암살을 당했다고 치자. 그럼 이번 선거와 다음 대선에서 열우당의 정동영, 김근태가 확실하게 떠줄까? 아님 이명박과 손학규가 탄력을 받을까?
정말로 배후가 있어서 박근혜를 죽이려고 작정했다면 범행동기에서 수사 우선순위에 올라갈 인간들은 오히려 이명박, 손학규 쪽이 된다. 하지만 내가 박근혜를 죽이려고 킬러를 고용한다면 절대로 지모 씨 같은 어설픈 인간을 택하지는 않겠다. 나이 오십에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눈 실명 상태에다가 선택한 암살무기가 동네 문구점 커터날….
이건 개도 웃을 코미디이다. 지모 씨가 정치테러범이라면 세계 테러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쟈칼’을 찜 쪄 먹을 위대한 킬러가 탄생한 거니까….
겉보기에 어리숙해도 필살기를 익힌 무림고수일 거라고? 맞다. 노무현은 컴퓨터 개표조작으로 대통령 되었다. 만족하니?
결국 차떼기의 편집증적 상상과는 달리 나의 상식으로 볼 때 이번 피습사건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미루어 보면 정치인이 대상이 된 묻지마 증오범죄가 정답이다. 유영철류의 범죄대상이 유력정치인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서 대처해야지 정치테러니 선거폭력이니 원론적으로 개탄하는 일은 정말 번지수 잘못 짚은 거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딱 두 가지만 말하고 싶다.
1. 우선 경찰과 검찰이다. 대통령과 맞짱 뜨는 패기와 기백을 보여준 것처럼 이번 사건 수사에서 절대로 피해자들 눈치 보는 일 없길 바란다. 언제나처럼 이번 사건의 피해자 집단은 망상적 편집증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음주 발언 운운하면서 경찰청장 물러나라고 지랄하는데 거기에 절대로 기죽지 마라. 경찰서나 검찰이나 조사실에서 피해자들이 소란 피우면 그대들이 보여주는 행동 그대로만 하면 되겠다. 어설프게 눈치 보면 정말 재미없는 줄 알아라.
2. 열린우리당. 이번 사건 핑계로 절대로 유세장에서 경호 강화하지 마라. 내 판단대로 증오범죄라면 지금도 나를 포함하여 대다수 시민들은 그런 범죄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국민의 종복이 되겠다고 나서는 인간들이 연예인 스타도 아니면서 돈 펑펑 써가며 검은 양복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서 유세하는 꼬라지 보여주려거든 선거고 뭐고 지금 당장 사퇴하길 바라겠다.
프랑스 대통령 드골은 2차 대전 때 파리해방 당시부터 5공화국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무수한 암살기도에도 불구하고 경호를 거부한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나의 운명은 프랑스 공화국이 결정할 것”이라는 믿음 한 가지가 그의 유일한 방탄복이었다.
모방 범죄, 보복범죄 무섭다고 몸 사리지 말고 차라리 이참에 경호대를 완전해산 해라. 그리고 민중의 바다로 뛰어들어서 그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야단맞고, 울고 웃으면서 호흡하라. 계란을 맞든, 낫으로 베이든, 칼침을 맞든 그것은 이제 당신들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열우당 지금 당신들이 진정으로 무서워해야 하는 것은 차떼기로 등을 돌린 민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