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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광장에서 살수포를 맞은 어떤 남자의 후기
게시물ID : sisa_139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탄의사수
추천 : 11
조회수 : 60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11/24 00:53:29
수업이 끝나고 조모임도 끝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뻐쓰를 타고 집으로 가던 평범한 하루였다.

동거남 : 야 시♡ FTA 문제 ♡나 심각한데 왜 네이버는 조용하냐?
나 : 네이버야 뭐...네이트 봐봐.
동거남 : ♡도 기사 없는데?
나 : 오유 봐봐 오유.
동거남 : ...이건가?
나 : 올ㅋ

FTA에 관련된 글이 조목조목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7시에 시청광장에서 모인다는 글이 있었다. 혹시 인천에는 뭐 없나했는데 뭐 없었다. ㅅㅂ.

동거남 : 야, 갈까?
나 : 시♡, 모든 역사는 우발적으로 이루어진다.
동거남 : 지랄말고 ㄱㄱ
나 : ㄱㄱ

그래서 시청광장으로 갔다. 솔까, 나는 별로 내가 언제 죽든, 내가 비루하게 살든 말든 상관 없고, 내가 별 볼일 없는 존재란 걸 알기에, 내 인생이 어찌되었는가는 별 상관이 없어따. 그런데,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나라가,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세계가 무너지는-중2병 돋는 표현이지만, 결국 나를 위한 세상은 나를 둘러싼 모든 세계와 내가 속해있는 국가라는 생각밖에 못하는 정도의 사고를 가진 나라서-건 인정할 수 없었다.

언제나 F학점이나 학고라는 글자와 절친한 나지만,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은 구별할 수 있는 사고를 가졌다고. 자부해왔다. 정의라는 것의 정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나라서.

참을 수 없었다.

집회에서 함성을 지르며, 비준 무효, 명박퇴진을 목놓아 외쳤다.

나에게 유관순누나가 빙의된 것처럼, 그렇게 목놓아 외쳤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어느 정도는 침묵을 유지했지만. 나에게 옳은 것은 분명히 외쳤다. 지금 목이 쉬었지만 ㅋ

뭐...아무튼.

그렇게 모임은 끝이났고,

집에 갈까 생각했다.

동거남 : 이번 역에서 탈 수 있겠냐?
나 : 위로 가자.
동거남 : 그래, 그럼 거기서 타면...

은(는) 무리수였다.

<System>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전경이 사방을 둘러싼 상태였고, 우리는 갈 곳을 잃었다.

나 : 야, 이, 개♡끼들아!! 집에 가게 비켜 씨♡!! 나 통금 있는 남자거든?!!!(뻥)

<System>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빡쳤다.

그래서 안에 갇힌 채로 빙빙 돌고 있는데,

어떤 여성 : 어머, 저거 뭐야?

<BGM> 물빛이 내린다 - feat, 경찰청장.

나 :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거남 : 어, 저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우산을 펼쳐들고 동거남과 살수포에 대항하기 위해 힘썼다. 근데 너무 쎄드랔ㅋㅋㅋ.

나 : 야 이 씨♡놈들아!! 얼어 뒈지겠는데, 너희들은 애미애비도 없냐?!!!

난 그분들의 부모님이 아니었지만 너무 빡이 돌았다. 이때 동거남은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 동거남, 그외 광장에 모여주신 모든 분들 :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비준 무효, 명박퇴진!!

진짜 목이 너무 쉬어서 디질 것 같았다. 비에 젖은 몸도 버틸 수가 없었다. 살짝 저승사자가 내 손목을 잡는 느낌도 오고 해서 물러나기로 했다. 끝까지 투쟁하시던 분들께 미안했지만, 나와 동거남은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뒤돌아서면서까지 비준 무효, 명박퇴진을 외치던 나와 내 동거남을 위해 치얼스?

은는 훼이크고

정말 다들 모여주신 분들 너무너무너무너무 멋졌어영♡ 사랑함. 특히, 오유!라고 외쳤던 여성분 더 사랑함. 저는 왠지 거기서 오유!라고 동의하면 정말 안생길것 같아서 아닫했지만 암튼,

오늘 시청광장에 모여주신 모든 여러분,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그만한 행동을 보여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는,

마탄의사수였습니다. 헤헹. 갑자기 존댓말.

아무튼,

아무튼 말이에요.

정의는 승리할 거에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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