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 꿈 속 너의 모습을 기억해 두려고 무던히도 애썼지만 나를 보며 환히 웃어주던 너의 얼굴이 흐릿하다.
요즘 부쩍 건조해진 공기 때문에 일어나고 나면 코와 목이 영 뻑뻑하다. 의미없는 목쉰 소리를 내며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고, 냉장고에서 주전자를 꺼내어 한 모금 목을 축이고, 화장실로 들어가 간단히 세수를 하고. 그리고 나서야 수신알림을 해제해놓은 카톡을 확인한다. 남에겐 이제 기대하지 않는다 말하지만, 혹여라도, 혹시라도, 만에하나, 그럴 일 없겠지만, 어쩌면, 너에게서 톡 하나라도 오지 않았을까 하고.
처음 몇 번은 많이 놀라기도 했다. 핸드폰에 작은 진동이라도 오면 혹시나 니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내 몸도 같이 부르르 떨렸다. 자다가도 깨서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확인 해 보기를 여러번, 너에게 온 것은 하나도 없었고 이대로라면 내 정신이 망가질 것이 자명하기에 결국 알림을 꺼놓는 것을 선택했다. 덕분에 다른 친구들에게서 온 메시지까지 몇 시간 뒤에 확인하게 되었지만 하루종일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느니 차라리 친구들에게 욕을 먹는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분을 자던, 5시간을 자던 꿈 속에선 언제나 너의 얼굴이 보였다. 인간은 잠에서 깨어나고 5분이 지나면 꿈의 내용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나는 그 5분이 채 지나가기 전에 꿈 속에서 봤던 너의 모습을 기억해두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그 시간만큼의 난 여전히 행복한채로 너와 함께였다.
하지만 이젠 잠들고 싶지 않다. 꿈 속에서나마 너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위안 삼으려 했다. 하지만 꿈결속의 5분이 지나고 나면 여지없이 니가 없는 차갑고 건조한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멍하니 누워 한참동안 천장만 바라본다. 핸드폰을 눌러 시간을 확인한다. 냉장고에서 주전자를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세수를 하며 본 거울 속 내 얼굴은 퉁퉁 부어있다. 카톡을 확인하고, 너와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이별의 대화를 다시 한 번 읽으며 정말로 연락 한 통 오지 않았는가를 재차 확인하고. 나 일어났어. 요즘 날씨가 너무 건조해. 아무 표시도 없는 대화창에 나혼자 읊조리다 청승이다, 한마디를 끝으로 그의 부재를 느끼며, 며칠동안 하도 비벼대서 발개진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가장 잔인한 고문은 희망고문, 그 말에 이백퍼센트 동의하게 된다. 잠시간의 환상 뒤에 찾아오는 것은 지독한 그리움, 공허, 여전히 무엇을 하던 너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괴감...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울지 말자,,,, 훌쩍이는 목소리로 겨우 겨우 나를 다독이며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눈물은 어이없는 곳에서 터졌다.
장에 들러 바나나를 사오며 횡단보도 앞에 멈추어 섰다. 할 일 없이 멀뚱거리기엔 심심해 딱히 할 게 없음에도 핸드폰을 꺼내어 든다. 카톡, 틱톡, 마플을 모두 켜 보았지만 도착한 메시지는 한 개도 없다. 누구에게든 메시지를 보내려던 손이 멈칫, 했다. 난 이럴 때 뭘 했었지? 누구에게, 무어라고 말했었지? 나 바나나 사서 집에 가는 중이야. 맛있겠지? 사소하고도 사소한 이야깃거리도 안되는 이야기. 살을 에일듯한 찬바람보다 더 깊히 피부를 침투하는 너를 향한, 너에 대한 부재. 갈 곳 없이 방황하던 손은 핸드폰과 함께 다시 주머니 속에 꽂아넣었고 갈 곳 없이 방황하던 말은 입 안에서만 굴리다 꿀꺽, 삼키고 말았다. 장소도 가리지 않고 차오르려던 눈물과 함께.
너에게 이 편지를 전해줄 날이 있을까. 정말 만약에, 니가 다시 내게로 온다면. 나 이만큼 널 그리워했었어, 라면서 이 편지를 전해줄 수 있는 날이 올까. 혹여라도 올지 모를 너를 위해, 혹은 이렇게나마 너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며 조금씩이나마 너를 가슴에 묻어가는 나를 위해. 나는 앞으로 몇 통의 편지를 더 쓰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