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미국 카슨(홈 디포 센터), 한만성 기자 = 박주영의 대선배 이영표가 병역 연기 문제를 두고 아끼는 후배가 논란에 휩싸인 데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근 박주영이 과거 AS 모나코에서 활약하던 시절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장기 체류 자격을 얻어 향후 10년 간 그의 병역의무가 연기된 소식을 두고 여론의 찬반양론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꼼수'를 썼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영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여론이 박주영을 두고 '편 가르기'에 나서기보다는 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영이 내린 결정의 옳고 그름은 개인의 의견에 달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영표는 18일(한국시각) 열린 밴쿠버 와이트캡스와 치바스 USA의 북미프로축구(MLS) 2라운드 경기 후 '골닷컴 코리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박주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가 최근 일고 있는 '박주영 논란'에 대해 묻자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가장 먼저 이영표는 "주영이가 병역을 기피한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반문했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모두가 각자 마음 속으로는 옳거나 틀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주영이가 지금 당장 군대에 가서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주영이는 축구를 했을 때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가장 많은 친구"라고 설명했다.
이영표는 "무엇보다 병무청에서 병역 연기를 인정해줬다"고 강조한 뒤, "주영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자신의 동생이 주영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때, 동생을 비난할 수 있다면 주영이를 비난해도 그들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주영이를 욕해서는 곤란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이영표는 "병무청에서 병역 연기 승인이 난 사안을 두고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또한, 그는 "주영이는 병역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여론이 병역 '회피'와 '연기'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영표는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오른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선수단에게 주어진 병역특혜의 수혜자다. 당시 이영표가 받은 병역특혜는 그가 2003년 PSV 에인트호번에 진출한 후 무려 7년 간 토트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유럽 생활을 이어가며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르는 데 발판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이러한 병역특혜는 타종목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없어졌다. 이 때문에 박주영은 지난 2010년 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병역특혜를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