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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적인이별의추억에 대한 자세
게시물ID : freeboard_5546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리킹조리킹
추천 : 0
조회수 : 3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25 13:05:33
하나...
둘......
셋.......
넷........

차분하게 숨을 내쉬고 나니 마음이 가라 앉는다.
폐부를 쥐어짜듯 가쁜숨을 내뱉는 동안에는 무척이나 어지러운 느
낌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지만
어느새 가라앉은 호흡이 내게 '다시 달려!!'라고 소리치는 느낌이다.
"후욱...후욱!!"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가득고인 진득한 침이 입술 양사이를 비집고 
나오려는 느낌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수가 있다.
한바탕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것도 없다....
적막하고 한적한 공원의 귀퉁이에 선 나
이마를 타고 흐른 땀은 볼을 지나 턱끝에 모여 방울방울져 떨어진다.
초가을이 다가오는 계절, 집에서 입고나온 검은후드트레이닝복 사
잇새로 싸늘한 바람이 스치자 몸이 으슬거리는
느낌에 홀로 팔짱을 낀채 다시한번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역시...아무도 없다.
땀에 흠뻑 젖은 목늘어난 흰티셔츠가 무척이나 불쾌하게 상체를 휘
감는다...
 
 
트레이닝복 상의 지퍼를 열자 가을바람이 더욱 매섭게 들이닥치는 
느낌에 뒷머리가 쭈볏하고 선다.
"훌쩍..."
소리내어 코를 들이마시자 코가 얼얼한 느낌과 함께 한웅큼 콧물이 
느껴진다.
감기인가...?
추적추적 으슬대는 몸을 이끌며...식어가는 몸뚱이를 끌어가며 걷는
다.
 

붉은빛으로 타들어가는 노을빛에 눈이 부신것도 잠시...사위는 어둠
에 천천히 잠식되어 간다.
어느새 흐르던땀들은 온데 간데 없고 흠뻑 젖어버린 흰티셔츠들도 
가을바람에 차가운 온도와 함께 식어간다.
걸음을 멈췄다.
아니...
멈춰야만 했다.
또 그곳이다.
또..그곳...
빨간...너무나도 새빨간 전화박스...
누구나 추억이 있다는 참 보편적인 로망스의 편린이 담긴 빨간전화
박스...
나도 참 보편적이고 평범하다는건가??
쿡...쿡쿡쿡.....큭큭큭...
진득한 침이 비집고 나오던 입술사잇새로 이젠 자조적인 비웃음만
이 흘러나온다.
머리가 회전하고 기억이 떠오른다.
추억에 젖어버리자 몸에 걸친 옷이 젖어버린건 기억조차 나지않는
다.
그사이 떠오른 과거의 추억들에 혼자 분노한다.
몸이 뜨거워진다.
머리위로 뭉게 뭉게 수증기가 피어오르는게 보일듯 몸이 가열된다.
 
 
사랑이란 감정에 목숨이라도 걸수 있을줄 알았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의례 소설속 드라마속 그리고 세상풍자를 통해 
억지주입된것일지도 모른다.
내세울것 하나 없는 나에게 사랑에 대한 의례적인 통념들...죽을만
큼 사랑해  너만사랑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하는 사람에겐 미안하다고 하는거 아냐  사랑밖에 난몰라  등등
등 이러한 통념들에 사로잡혀서 살았다.
짧지만 긴시간 1년...
1년동안 무척이나 많이 바뀐줄 알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사랑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그자리에 선 상태였다.
누군가를 더사랑하지도  더미워하지도 못하는 그런상태...
 
 
그러다가 마음이 열렸다.
세상을 보는시각이 달라지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세상에게 소리치는 방법이 달라졌다.
마음이 열리자 가슴이 따듯해졌다.
열린 마음속으로 한아름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따듯한 것들이 내가
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행복함에 사로잡힌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힘든일들
도 행복으로 상쇄하는 일이 많아졌다.
울기보단 웃는쪽을 택했고, 화내기보다 설득하기를 미워하기보다 
사랑하기를...
 
 
하지만 그건 나혼자였다.
이미 닫혀버린 그사람의 마음을 열기엔 혼자만의 가슴떨림은 그저....그저....묻혀져가기만 했다.
진심으로 좋아하면 누구나 알아준다!!
라는건 누가 한 개소리일까??
진심이란 단어를 아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진심
진심
진실
진실
진절머리난다.
사람이 사람에게 보내는 진심을 느끼지 못한다면...얼마 무서운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긴...그러한 마음들이 여과없이 전해진다면 이세상은 전쟁도 없고 
폭력따윈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되어있었겠지...
 

십수년만엔가?? 갑자기 문득 어릴적 꿈인 과학자가 되고싶다는 생
각도 해보았다.
마음을 읽는기계
마음을 전하는 기계
마음을 보여주는 기계
말도 안되는 어릴적 상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휘몰아쳐간다.
 

"쿨룩 쿨룩!!"
내려간 체온탓일까...전화박스를 부여잡고있던 손에 전해진 냉기 탓
일까.
갑자기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밭은 기침에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한
껏 기침을 내뱉었다.
초첨이 흐려질정도로 강렬한 기침이 한바탕 지나가고, 허벅지에 손
바닥을 쓰윽 하고 문질러낸다음 멍뚱히 부여잡고 있던 전화박스의
문고리를 덜컹 하고 열어제꼇다.
끼익 하는 녹슨 경첩소리와 함께 옆으로 접히는 전화박스의 문....
이것참 어디서 많이본 장면이고 어디서 많이 표현된 문장인듯한 이 
사회통념적인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멜로드라마의 회상씬 같은 
장면...
그속에 내가있다.
 

진심이란 단어를 다시금 되뇌어 본다.
그리곤 고개를 가로젓는다.
알아주지도 않는 진심따위에 목을 메고 보낸 1년이었다.
처음부터 오갈데없는 진심을 소리치고 싶어도 소리치지 못하는 마음으로 묶어놓은 그진심을...
받아줄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난...결국 혼자였다.
 
 
가슴시린 추억을 꺼내보는 머리와는 반대로 손은 어느새 수화기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익숙한 색으로 빛을 발하는 '0'이란 전화기 액정에 표시된 숫자...
1년의 시간동안
표시된 액정의 숫자는
'20'
'40'
'200'
'2000'
'0'
으로 바뀌였다.
웃기지 않은가??
2000에서 0....
그야말로 찾나와 같은 시간많에 일년동안 쌓아온 모든것들이 '0'이 
되었고, 내가 바라던 모든 것들도 '0'이 되었다.
고작 2000원에서 0원이 된게아니다.
전화기에 들어간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왜 그렇게 뭐가 무서워서
뭐가 피하고 싶어서...
2000이란 숫자를 0으로 만들어 버리면서까지...
쳇 그만 자책하자
그래봤자 또 내 추억속에서 이쁘게 웃고있을 얼굴만 생각나서 다시
금 기분이 안좋아질테니...
 
 
주머니속에 손을 넣어 휘적휘적해보지만 급하게 뛰쳐나온지라 동전
따위 있을리가 없었다.
멍하니 잡고있던 수화기를 내려놓자 철그럭하는 낮은 쇳소리가 오
늘따라 무척이나 크게 들려온다.
다시금 전화기를 한번 쓰다듬어보자 차가운 바람에 냉각된 금속의 
느낌이 손끝에 타고 흐른다.
말없이 미소를 지어보지만...
누가 봐주지도 않는다....
봐주지도 않는데 웃어서 뭐할껀가!!란 생각에..
웃음이 줄어간다...
다시...
웃게 될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언제일까....
말없이 전화박스를 뒤로하고 발목을 돌려 몸상태를 확인한다.
신발끈도 잘묶여있는 모습, 이미 식어버린 땀, 그리고 내몸을 타고 돌고 있는 추억...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다시금...
나는 달린다...
도착지에서 숨을 헐떡거려도..
입에서 단내가 나도...
마른입에서 진득한 침이 흘러도...
그리고 서늘한 바람에 감기가 걸릴지라도...
우선은..
속시원히..... 
 
 
 
 
 
 
 
 

달리고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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