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도 견딜 정도로 튼튼한 다리가 산들바람에 무너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1937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해협(Tacoma Narrows)에 첫번째 다리가 건설되었을 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량이라고 격찬했습니다. 타코마 브리지는 당시도 신공법이었던 현수교(suspension bridge)로 건설되었고 미항으로 이름난 타코마 항에 썩 잘 어울리는 훌륭한 교량이였습니다. 당시는 현수교 건설이 붐을 이루었고 더 가볍고 날렵한 현수교를 만들기 위해 기존에 사용되던 트러스 보강형 대신 플레이트거더 보강형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완공 3년만인 1940년 11월 7일에 붕괴되었습니다. 원인은 바로 바람입니다.
타코마 브리지의 설계풍속은 53m/s로 토네이도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되었으나 붕괴당시 풍속은 19m/s로 설계풍속 이내였습니다. 타코마 브리지가 설계풍속 이내에서 붕괴된 원인은 바로 공진(Resonance)이었습니다. 공진은 물리시간에 배웠듯이 강제진동수과 고유진동수가 일치하여 진폭이 점점 커지는 현상입니다. 우연히도 타코마 브리지의 고유진동수와 바람의 강제진동수가 같게되어 공진이 일어난 것입니다.
공진에 대해서 잠깐 설명하자면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수라는 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유진동수란 어떤 물체가 진동할 때 1초에 몇 번 진동하는가 입니다. 예를 들면 그네를 탈 때 그네가 1초에 2번 왕복한다면 그 그네의 고유진동수는 2입니다. 그네의 고유진동수에 맞추어서 뒤에서 밀어준다면(강제진동)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그네를 높이 올릴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진현상입니다. 공진현상은 오래전부터 인간들이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옛날 로마시대의 병사들이 행군할 때 교량구간에서는 발을 맞추지 않고 건넜다고 합니다. 아마 발을 맞추어 행군하다가 교량이 무너진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량에서의 고유진동수는 교량의 강성과 지간장에 좌우됩니다. 강성이 크고 지간장이 짧을수록 고유진동수가 커지게 됩니다. 기타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길수록, 또 줄이 짧을수록 높은음이 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보통 교량의 고유진동수 만큼 큰 진동수를 가지는 바람은 불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코마 브리지의 경우는 보강형의 강성은 작게, 지간은 길게 설계하여 고유진동수가 작아졌고 교량의 고유진동수와 비슷한 바람이 불어와 붕괴된 것입니다.
풍동역학에서는 풍하중에 의한 구조물의 거동을 다음과 같이 분류합니다. 정적거동으로 Torsional divergence (풍속이 증가할수록 교량단면의 뒤틀림이 서서히 증가하다가 파괴에 이르게 되는 현상), 동적거동으로는 Vortex shedding (바람이 구조물에 부딪칠 때 구조물의 후면에서 와류에 의해 파르르 떨리는 현상, 금속 피로에 영향을줌), Flutter(공기역학적 불안정 현상으로 바람이 일정한 속도에 도달하면 구조물이 진동하며 발산 파괴를 유발, 일종의 공명현상임), Galloping(바람의 방향과 직각인 방향으로 구조물이 거동하는 현상) 등이 있다. 타코마 브리지의 경우는 Flutter에 의한 발산진동이 붕괴의 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