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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돼지들. 맹목적 찬미를 경계하다.
게시물ID : sisa_220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구한접시
추천 : 0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8/19 02:16:50

 

도미니카 공화국 옆의 아이티 공화국은 다들 아실겁니다.

이 아이티 공화국에서 1983년 6월을 마지막으로 한개의 생물 종이 멸종했습니다.

꼬숑 플앙쉬-라는 검은색의 토종 돼지이죠.

생물종의 멸종이야 근대 이래 하도 빈번한 일이니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만 이 아이티 돼지들의 멸종은

조금 특이한 과정을 가집니다.

바로 아이티 국민들이 아닌, 미국이 개입해서 의도적으로 '멸종을 유도' 한 것이죠.

1978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돼지 콜레라가 창궐합니다. 이웃나라인 아이티 공화국의 돼지들도

당연히 비상사태를 맞이했죠.  그리고 3년, 의외로 아이티의 돼지들은 멀쩡했습니다. 이 검고

작고 튼튼한 녀석들을 죽이기에는 콜레라 균이 너무 약했거든요. 타고나기를 콜레라에

면역을 가진 이 놈들은 거의 피해를 받지 않고 돼지 콜레라 폭풍을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1981년부터 미국의 지원(과 협박)을 받은 아이티 정부는 모든 꼬숑 플앙쉬를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미국이 이 작전에 투입해준 금액만해도 돼지 사살용 헬기 부대(야생화되어 살아가는

꼬숑 플랑쉬도 많았습니다)에만 2300만 달러였습니다.

농민들은 이 어마어마한 학살에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이미 미국에게 받을 것 다 받은 아이티 독재

정부는 농민들의 비명에는 관심이 없었고 돼지들은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가 결국 인류가 멸종시킨

종의 목록에 그 이름을 올립니다.

아, 물론 미국은 그렇게 무자비하고 도덕을 모르는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이 작고 볼품없는 돼지들

대신 간지나는 미국산 위버 슈바인 품종의 돼지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했죠.

사실 꼬숑 플랑쉬에 비하면 그야말로 거인인 이 돼지들은 무려 무게가 3배. 비육기간도 압도적으로

짧았습니다. 다만 미국은 이 돼지들을 위한 콘크리트 우리와 몸을 건조하지 않게 유지할 급수 시설을

설치해야만 돼지를 준다고 한 것 뿐이죠. 물론 아이티에서 그 정도 시설은 사람 사는 집에 갖추기도

아주 사치스러운 축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간지 넘치는 미국 돼지님은 아이티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찌꺼기나 벌레, 배설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항생제가 포함된 특별 사료만이 그들의 입맛을 돋웠죠. 문제는 이 사료가 미국이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했음에도 년간 90달러는 지출해야만 살 수 있을 정도인데 그 당시 아이티 농부들의 평균

1년 벌이가 130달러였다는 것 정도입니다.

자, 돼지의 멸종 이후 아이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인구의 80%를 차지하던 자경농이 몰락했습니다.

식량은 밭에서. 그 외의 학용품이나 학비같은 자녀교육을 포함한 잡비를 돼지 사육에서 얻던 농가들은

그대로 망햇습니다. 돼지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쓰레기를 치워줄 축생이 사라지니 인간에게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전체가 불결에 찌든거죠. 심지어 미국이 주는 돼지를 간신히 조건을 맞추어

얻어낸 농부도 이내 목을 메달았습니다. 이 돼지들은 무더운 아이티의 날씨에는 너무 약했거든요.

결국 아이티의 학교 출석률이 76%에서 25%까지 떨어져버렸습니다. 사람들은 필사적을 아직 살아남은

마지막 돼지들을 찾아해멨죠. 하지만 미국과 결탁한 아이티 정부는 그들을 '공산주의 사보타주 주의자'로

단정하고 마구 잡아들입니다. 진짜로 돼지가 멸종한거죠. 이제 더는 아이티에 돼지는 없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첨언하자면 미국 정부가 돼지를 교환해준 후에도 잠시간 야생 돼지나 아직

고집을 꺾지 않은 농부들의 돼지는 남아있었습니다. 아이티 정부에 의해서 돼지 소유주가 공산주의자가

되기 전까지는요.)

그리고 10년이 지났을 때 아이티에는 자작농은 없고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팔아버린 비참한 도시 노동자와

모든 토지를 차지한 대농장주(대부분 미국인이거나 혹은 돼지 학살에 서명한 아이티 관료들)들만이 남았습니다.

뭐, 아이티의 식량 자급률이 30%까지 내려간 것은 별 것도 아니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미국이라고하면 무조건 선하게 생각하는 딱한 분들이 간간히 보여서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국가를 위해 생각하고 일합니다. 그들이 선한 의도를 내세운다고 거기에 넘어가지는 마세요. 종북주의보다는 아직

희망이 있고 정상에 가깝지만 그래도 치료가 필요한게 무조건적인 친미입니다. 우리가 미국에 의존하고 또, 동맹관계인

것과 미국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니까요.

잊지 마세요. 아이티도 그 당시까지 아프리카 국가 중 미국과 가장 관계가 좋은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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