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이 뒤바꿔었다. 선한 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악한자는 활개를 친다. 심판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백성은 피끓는 비명을 지르니 현세지옥이 따로없다. 시체더미 위에서 나찰과 야차의 쇠긁는 듯한 웃음소리가 하늘에 울려퍼지니 피륙을 먹고 마시는 그들에게는 천국이 따로없다. 젊은 자의 정신은 이미 세월의 풍파를 거친 이와 다를 바 없어 지쳐버렸고, 옛 사람의 정신은 순수한 마음을 지켜왔으나 악한자에게 이용당하고 있다. 그들은 난세 속 영웅을 바라고 있지만 자신의 내면 안의 영웅은 외면하고 있다. 어제의 지옥도는 사라지고, 오늘의 지옥도가 새로 그려진다. 그려지고,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