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왕훈 특파원 = 미국의 `국가(國歌)' 격인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의 작사가이며 애국자로 존경받고 있는 프랜시스 스콧 키의 후손을 비롯해 많은 미국인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싫어서 캐나다 이민길에 오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베트남전 참전용사이며 전직 잡지 편집장인 크리스토퍼 키씨는 하루라도 빨리 캐나다로 이민갈 계획이다. 그는 아름답고 정든 이웃이 있는 현거주지 워싱턴주 벨링엄과 미국을 사랑하지만 "미국은 내가 자라면서 신봉하게 된 나라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고 밝혔다. 프랜시스 스콧 키의 후손인 키씨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회의를 갖고 있던 자신에게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마지막 일격'과 같은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후 그에게 반대했던 진보성향의 미국인들 가운데 분노와 허탈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캐나다 이민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캐나다 정부는 대선 직후 이민을 문의하는 미국인들이 하루 2만여명에서 11만5천여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선의 기억은 희미해 가고 있지만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끊임없이 우경화하고 관용과 자비, 평화적 이상을 포기해가는' 미국이 싫어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밴쿠버의 린다 마크 이민 변호사는 "실제로 캐나다에 이민 신청을 접수하거나 구체적으로 이민을 계획중인 미국 시민의 수는 평소의 3-4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시애틀 소재 간질 재단의 직원인 멜라니 레드먼(여. 30)씨는 캐나다인인 약혼자와 뉴욕으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캐나다로 목적지를 바꿨다. 레드먼씨는 "나는 이 행정부가 이곳이나 세계에서 하고 있는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고 이민을 계획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는 "고향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조차도 내 결정에 실망하고 있으며 이 일은 나 자신에게도 슬픈 일"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지금 미국에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금융 설계사 마이크 에이브스(40)씨는 캐나다에서 직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고려중이다. 그는 "아내에게 캐나다로 이민갈 경우 지금의 화이트 칼라에서 블루 칼라로 사회경제적 추락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이를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데이비드 코언 이민 변호사는 그러나 부쩍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캐나다로 이민가는 미국인들의 수는 미국의 3억 인구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03년의 경우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미국인은 6천명 정도였다"면서 "따라서 올해 이민자가 그 때의 3배로 늘었다고 하더라도 1만8천명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떠나간 이민자들로 인해 텅 비게 되는 사태는 없겠지만 스스로를 사람들이 도피해 찾아가는 곳으로 여겨 왔던 미국에게는 적은 주민의 상실이라도 사소한 사건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email protected]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표정 참 쌩뚱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