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여준다는 여자랑 영화도 보고, 어디 놀러가자는 여자랑 놀러도 가고, 그애랑 같이 하는게 당연했던 많은 일들을, 나도 잊어보겠다고 없이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랑 있어도 그애랑 있었던 그 설레임, 그 떨림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그애를 싫어할려고 해도, 싫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있는 그 시간들이 멍하니 지나가는 것도 싫었습니다.
오늘, 여느때처럼 돌아다니다 혼자 돌아오는 지하철이였습니다. 지하철에 내리고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에 갑자기 멈추어서 오른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왠지, 오른쪽에서 우연히 지하철에 내려서 만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애없는 다른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더군요.
그때, 제 왼팔을 툭툭 치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그 애가 있었어요.
칸은 달랐지만, 같은 지하철을 타고 오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아무렇지 않게 어디 갔다오냐고 말을 걸면서, 집에 가기전에 서점에 들르는데 같이 가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서점에 같이 가고 길을 걸으며 이야기하다가 집으로 바래다줬어요.
집에 도착하고 나서 전화를 했어요. 사실 크리스마스때 난 의미가 있는 만남인 줄 알고 이리저리 갈 곳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너한테는 다른 약속을 잡을 만큼 별로 의미가 없어서 서운했다.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동안 저한테 미안해서 연락을 안했었대요. 제가 화난줄 알고 연락하기를 망설였대요.
전화가 끝나기전에, 내일 밤에 줄게 있다고 그리로 간다고 했어요.
크리스마스땐 만나지도 못했지만,
그때 주려고 했던, 같이 알바하고 오는 길에 이거 같고 싶다고 해서 혼자 오는길에 몰래 샀던 그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려구요. 아무래도 이건 줘야겠어요..ㅋ
그리고 솔직히 제 마음을 말할꺼에요. 안될꺼 알지만, 받아줄껄 기대하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동안의 저에대해 설명하고 싶어요. 너에게 맞춰 살아갔던 저에대해 말해주고 싶어요. 이대로 내가 널 좋아했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흘러가는게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