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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말할 수 있다!" 서지훈-박태민의 그 사건!
게시물ID : starcraft_221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얼버데블님♡
추천 : 11
조회수 : 159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1/28 02:06:42
인연이라는 것은 참 끈질긴 놈인가 보다. CJ 서지훈과 SK텔레콤 박태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 CJ의 전신인 GO시절 한솥밥을 먹던 그들은 같은 대학교를 다녔고, 박태민이 SK텔레콤으로 이적해 좀 소원해지나 싶었더니 이젠 동반입대다. 서로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설 연휴 특집으로 어떤 기획 기사를 쓸까 고민하다가 오는 2월16일 공군 입대 날짜를 받아놓은 두 사람을 함께 인터뷰하기로 했다. 눈이 내려 온통 길이 하얗던 날, 약속장소인 서래마을에도 둘은 어디서 만나서 오는 건지 함께 나타났다. 옷을 맞춘 건 아닐 텐데 둘 다 똑같이 체크무늬 남방을 받쳐입고 말이다. ◆소띠와 쥐띠의 만남 사실 이번 인터뷰를 기획하게 된 것은 2009년이 기축년 소띠 해였기 때문이다. 엉뚱하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원래는 85년 2월 생인 서지훈이 소띠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새해를 맞아 특별 인터뷰를 기획했던 것이다. 하지만 스케줄이 틀어지는 바람에 인터뷰는 취소됐고, 후일을 기약하다 설 연휴를 맞아 서지훈과 박태민을 함께 섭외하게 됐다. 동반입대도 앞두고 있으니 겸사겸사,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 아닌가. 알고 보니 서지훈의 음력 생일은 12월이란다. 띠는 원래 음력 생일이 기준이기 때문에 음력 12월이라면 응당 쥐띠가 맞다. 하지만 서지훈은 자신이 소띠라고 우긴다. “사주 봐주는데 가면 다들 소띠로 봐줘요. 저 소띠 맞아요!” 84년생인 박태민은 당연히 쥐띠다. 그러고 보면 과묵하게 말이 별로 없는 서지훈은 소와 어울리고, 발랄하고 까불거리는 성격의 박태민은 쥐와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나 과묵한 서지훈도 ‘절친’과 함께라면 트레이드 마크인 포커페이스가 금세 무너져 내린다. 사진촬영을 위해 대화하는 척을 하라니까 서지훈이 박태민을 보며 뻐끔거리는 시늉을 한다. 뭘 흉내 내는 것인지 기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데, 박태민이 자지러지게 웃으며 외쳤다. “야, 그거 내 ‘짤방(본래 뜻은 ‘잘림 방지용 사진’이지만 보통 표정이 이상하게 찍히거나 합성 등을 이용해 만든 웃긴 사진을 가리킴)’이잖아!” 아하, 머리 속을 스치는 ‘짤방’이 하나 있긴 하다. 일명 ‘박태민 역 변태 짤방’ 중의 한 장면이다. 서지훈이라고 처음부터 과묵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말이 많은 편이었지만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성격이 변했단다. “원래 초등학생 때는 골목대장이었어요. 하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에 서울로 전학 오면서 말 수가 줄어들었죠.” 말 수가 적은 것이 GO팀에서 생활하기에는 오히려 편했(?)다. 선수는 말이 많을 필요가 없다는 게 조규남 감독의 신조였기 때문이다. “태민이는 말이 많다고 감독님께 맨날 혼났어요. 시끄럽다고(웃음).” ◆GO 시절 이야기 자연스럽게 화제가 GO팀 시절로 넘어갔다. 조규남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성격이 변할 수밖에 없었죠. 게이머로서 경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규남이형(조규남 감독)이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그게 모범답안일 수도 있고요(박태민).” 당시 GO팀이 주는 느낌은 조용하고 폐쇄적이라는 것이었다. 기자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자 서지훈도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사실 활달하고 까불거리는 성격의 박태민은 팀 분위기에 맞추는 게 힘들기도 했단다. 그래도 팀의 육성방식을 열심히 따라갔던 것은 GO팀이 실력 면에서는 최고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기업팀으로 지내던 어려운 시절부터 CJ 창단까지 원년 멤버로 자리를 지켰던 서지훈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의리를 지키겠다는 생각보다 이 팀이 좋았기 때문에 끝까지 남아있었어요. 선수들도 다들 열심히 하고, 실력도 좋으니까. 돈 욕심이요? 그 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왜 돈 욕심을 내지 않았을까요(웃음)?” 사실 GO팀 시절 서지훈은 모 기업팀에서 이적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팀에 며칠 머물면서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조금 연습해서는 도저히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적 제의를 거절하고 돌아왔다. 삭막하게 연습하는 시절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둘은 가장 재미있었던 시절로 GO팀 숙소가 서울 구로동에 위치했던 초창기를 꼽았다. “그 땐 차가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대회장에 갔어요. 유니폼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탔죠. 스폰서는 없었지만 게임을 즐기면서 하던 때였죠. 밥도 맨날 똑 같은 거 먹어도 맛있고.” 박태민의 말에 서지훈도 맞장구 쳤다. “난 밥을 못 먹어도 불만이 없었어(웃음). 하고 싶은 거 하니까.” 하지만 지금 와서 그렇게 하라면 못 할 것 같다는 데에도 둘 다 동감했다.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때 아름다운 가보다. ◆지훈아, 자제! 서지훈과 박태민 하면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화제가 바로 박태민의 낙서 사건이다. 무슨 내용인고 하니, 온게임넷의 ‘G피플’을 통해 공개된 “서지훈 자제하면 스타리그 2회 우승”이란 낙서가 한동안 누리꾼들의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낙서를 한 장본인이 박태민이었고 말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없어도 스타크래프트 팬들이라면 대부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하리라 믿는다. 화제를 꺼내자 박태민이 얘기하기가 애매하다며 우물쭈물했다. “장난으로 쓴 거예요. 철없던 시절이죠. 제가 나름대로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하고 싶어서 설칠 때였죠(웃음).” 원래는 명언들을 적어놓던 보드였는데, 어느 날부터 박태민만의 명언(?)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집중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팀 동료였던 강 민에게 쓴 문구도 있었다. “그 땐 다들 이름보다 별명으로 불렀거든요. 민이형이 그때 태규형과 결승을 앞두고 있었는데, ‘강양락형 만태규형만 이기면 우승’이라고 써놓기도 했어요.” 강 민의 당시 헤어스타일이 개그맨 최양락 같다고 강양락이라 불렀단다. 이 일로 서지훈과 박태민 사이가 머쓱해졌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단다. 피해자(?)인 서지훈 역시 그 일에 대해서 박태민에게 유감은 없다. “태민이한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어요. 사실 우리끼리 그냥 서로 놀리고 웃고 끝날 일인데, 네티즌들이 그 일을 가지고 놀리는 게 미웠죠.” 사실 그 낙서가 방송을 탔던 당시에는 큰 화제가 아니었지만, 오히려 박태민이 SK텔레콤으로 이적한 뒤 재탕, 3탕이 되면서 커뮤니티에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제가 GO팀에 있을 때는 인지도가 별로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SK텔레콤으로 이적하면서 이것저것 화제에 오르다 보니 그 얘기도 다시 떠오른 거죠.” ◆세팅 히스토리 서지훈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한 번 짚고 갔으니 이번에는 박태민 차례다. ‘박태민’하면 또 떠오르는 건 세팅 아니겠는가. “원래 제가 데뷔 초창기 때는 세팅에 거의 신경을 안 썼어요. GO팀에 합류하고 나서 규남이형이 ‘네가 완벽히 준비가 됐을 때 경기를 하라’는 생각을 심어줬죠. 그리고 그 때 마우스 드라이버를 바꾸면서 적응이 안돼서 감도에 민감해졌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보니 대회장에서 점점 세팅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죠.” 옆에서 서지훈은 ‘SK텔레콤 이적 후에 세팅이 점점 길어지는 거 같더라’며 한마디 했다. 박태민의 ‘세팅 사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위메이드 이윤열과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30분 간 세팅을 한 뒤 패한 일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태민도 나름대로 억울함이 많다. “실제 세팅 시간이 그렇게 길었던 건 아녜요. 컴퓨터에 문제가 있어서 교체를 하느라 걸린 시간이 상당했는데, 방송국 측에서는 그 시간도 다 세팅 시간인 것처럼 얘기했죠. 안티들이 더 과장시켜서 소문을 내기도 했고.” 일각에 돌았던 ‘손 풀면서 울트라리스크까지 뽑았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란다. 그래도 그 사건 덕분(?)에 공인PC 도입이 적극 추진됐고 에이스 결정전 5분 세팅 룰이 생겼으니, 나름 e스포츠 발전에 일조한 셈이다. “세팅을 오래하는 게 팬이나 방송국에게는 확실히 좋은 게 아니었죠. 그때 제 입장에서는 이기고 봐야 하니까 세팅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참 많이 민감했어요. 요새는 그렇게 길게 안 하죠.” ◆다가오는 입대 옛 추억 얘기도 좋지만 팬들은 둘의 근황이 궁금했을 것이다. 박태민은 운전 면허학원을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며 평범하게 지냈다고. “주말에는 체력 좀 키울 겸 운동을 했어요. 원래 같이 축구를 하던 친구들이 있는데 요새 다시 모여서 하고 있죠. 스스로 체력에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 운동을 규칙적으로 안 하다 보니 기초체력이 떨어졌더라고요. 왕년엔 자신있게 웃통 벗고 화보도 찍었는데(웃음).” 한때 esFORCE 에스프리 코너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벗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박태민이었다. 서지훈은 휴가를 받아 여행을 갔다 왔단다. “일본에 다녀왔어요. 한 번 여행 다녀오니 이제 돈 없어서 안되겠어요(웃음). 앞으로 2년 간은 돈 벌 일이 없을 텐데 아껴야죠.” 또 서지훈 역시 체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공군에서 체력 테스트를 받는데 너무 힘들더라고. “매일 등산을 하겠다는 목표를 잡았어요. 그래서 오늘 청계산을 가려고 새벽 6시에 일어났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온 거 있죠? 이거 좀 힘들겠다 싶길래 오늘은 포기했어요(웃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입대 날짜는 2월16일. 입대일을 받아놓은 둘의 심정은 어떨까. “두려움 반 걱정 반이죠. 입대 전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알차고 후회 없이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친한 친구끼리 동반 입대한다는 것이라고. “학교를 같이 다니니까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고, 같은 타이밍에 지원해서 같이 가기로 했어요. 혼자 가는 것보다 낫죠.” ◆2009년은 새로운 시작 곧 군에 입대할 선수들에게 새해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기가 머쓱했다. 박태민은 딱히 계획이랄 게 없다며 운을 뗐다. “군에 가면 그냥 짜인 스케줄을 따라가는 거죠. 죽어라 게임하는 거. 저 이미 100경기 출전 예약했어요(웃음).” 그래도 딱 하나 걱정은 있다. 바로 생체리듬 조절. “일단 훈련소를 무사히 다녀오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입대하기 전에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연습을 좀 하려고요. 생체리듬을 맞춰놔야 군에 가서 고생을 안 하죠. 생체리듬을 안 맞춰놓으면 생리현상 같은 게 조절이 안 되잖아요? 그것도 세팅이 돼야 해요(웃음).”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박태민 때문에 옆에 있던 서지훈은 웃음보가 터졌다. 서지훈에게는 군입대가 좀더 의미가 깊다. 평생 이적이라고는 해보지 않은 서지훈이 프로게이머 생애 최초로 소속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 “새로운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한 팀에서만 생활했잖아요. 전혀 다른 사람들과 생활한다는 게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 또 외부의 시선으로 제 자신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두 선수와 다양하고 방대한(?) 화제들을 오가다 보니 어느덧 몇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면으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 인터뷰를 마친 두 선수는 다음 날 약속을 정하고 있었다. “농구 보러 올 거야? 표는 구해놨는데.”, “이따 전화할게.” 같은 팀 동료로 시작해 동반입대까지 이어진 저 끈질긴 인연이, 그리고 끈끈한 우정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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