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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병과 으깨어진 중산층(squeezed middle)
게시물ID : sisa_1419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산숭배
추천 : 3
조회수 : 4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28 18:37:3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272120115&code=990201
경향신문 오피니언, 여적
유병선 논설위원


야구에선 득점을 노린 번트를 가리키지만 영어단어 스퀴즈(squeeze)는 본디 강하게 누른다는 뜻이다. 양손 엄지로 눌러 여드름을 짜는 것도, 빽빽한 틈에 뭔가를 쑤셔넣는 것도, 금융당국이 돈줄을 조이는 것도, 감귤을 압착하는 것도 스퀴즈다. 그런데 이 말이 사람의 삶에까지 쓰이는 세상이 됐다. 1년 전 이맘때 영국 노동당수 에드 밀리반드는 노동당의 정책목표가 ‘으깨어진 중산층(squeezed middle)’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중간소득(2만6000파운드) 언저리에 있는 성인 88%(4200만명)의 삶이 짓이겨진 감귤 같은 신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의 생활방식은 대체로 안정된 직장이 있고, 집도 한 채 갖고, 의료보험 덕에 아플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며,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고, 휴가철에 가족여행도 떠나며, 은퇴 뒤에도 괜찮은 노년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으깨어진 중산층’이란 섬뜩한 표현은 사회의 버팀목인 중산층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선 중산층 위기(middle class squeeze)란 표현이 10년 전부터 나왔다. 물가가 치솟고, 임금은 줄고, 복지도 주는 3중의 압력이 중산층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영국에서 중산층의 위기를 다룬 경제회의가 열렸다. 중산층이 으깨어지는 미국병의 영국 전파에 대한 이 회의의 요지는 이렇다. “좋은 소식은 영국이 경제성장률 수치가 올라가도 중산층의 삶은 팍팍해지기만 하는 미국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점이고, 나쁜 소식은 영국에도 미국병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회의에서 미국 조 바이든 부통령의 경제자문을 지낸 제러드 번스타인은 이렇게 당부했다. “영국은 중산층의 고통을 덜어주든지, 아니면 중산층의 파탄에 대비해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으깨어진 중산층’을 뽑았다고 한다. 중산층을 위기로 내모는 시대상황을 대변한다고 본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밀리반드의 표현에 시큰둥하던 영국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30여년 전 영국병을 고치겠다며 신자유주의의 깃발을 들었던 영국이 신자유주의의 짝패인 미국으로부터 미국병의 전염을 걱정하는 세태가 아이로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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