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자마자 엄마가 잔소리를 했다느니. 용돈도 너무 적게 줘서 친구들도 못 만난다느니. 잘난 오빠가 해달라는 건 다해주면서 자기는 찬밥이라느니. 울면서 제게 고해 바치는 거예요. 솔직히 그런 일은 시시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집이든 이런 갈등은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여친부모님께서 "친구(지방대)를 사귀어도 너같이 못난 애를 만나" 라고 하셨다나요...
그 때부터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여자친구도 지방대생이고 저도 지방대생인데 이런 말이 나왔다면 여친부모님이 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도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런 사실이 조금 우울하게 합니다.
분풀이가 끝나고 여자친구는 자기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묻습니다. 저는 딱히 할 말이 없었구요. 그러자 '쓸모없어' 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저는 위로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여자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할 마음이 없네요. 집전화로 20분 가량 분풀이 들어줫는데. 돌아오는 말은 '쓸모없어.....'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나 자신에게 대한 회의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용돈을 다 써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여자친구와 학자금 대출 이자 따위나 근근히 갚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안정적인 직장과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여친에게는 투자를 안 한다는 소릴 듣는 여친부모님과 진저리나는 빛 독촉. 엎친데 덮친 격, 폐결핵까지 걸린 새아버지와 남의 공장에 아침에 일 나갔다가 저녁에서야 들어오시는 어머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여자친구는 원래 남 배려할 줄 아는 세심한 사람 입니다. 가끔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생각 안하고 말을 막 할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저는 상처를 받습니다.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단지 내가 비관적인 사람이기 때문일까요.
지금 전 공부하러 가요~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 공부가 수월해지더라구요. 돈도 없고 운도 없고 빛만 지고 있는 지잡대생이 할 수 있는 건 할 것없이 비어 있는 시간동안 책이나 봤다는 변명거리 만드는 일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