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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지하벙커 그리고 돌격대[서프]
게시물ID : humorbest_2224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Q
추천 : 71
조회수 : 1654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1/13 01:29:03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1/12 17:15:19


미네르바, 지하벙커 그리고 돌격대
(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09-01-12)


지하벙커, ‘미네르바’, 제2롯데월드, 떡찰...

최근 인구에 회자되는 말들이다. 언뜻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이것들을 잠시 엮어보면, 무언가 일이 꾸며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이 최근, (당초 극구 부인하던 것과 반대로) 누구보다도 앞서, 더 섹시하게 ‘갱제가 어렵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의문은... ‘미네르바’가 등장해야만 비로소 풀린다. 즉, 미네르바는 최근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핵심 매개다. 지하벙커와 연결하면 말이다.

체포된 미네르바가 진짜 미네르바가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가짜냐 진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네르바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극적으로 등장해줬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네르바는, 지하벙커가 가동된 직후 쑥~ 떠올랐다.

2009년 대한민국 대통령이 유일하게 '잘 하는(?)' 경제는 '삽질
갱제'다. '갱제'는 살는지 모르지만 '경제' 살리기는 어려워 보
인다.

이명박이 갱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자인한 이후 미네르바 프로젝트가 가동되기까지 일련의 상황을 보면,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갱제에 올인했다는 얘기인데, 이것은 곧, ‘갱제’라는 주홍글씨를 마빡에 붙인 이명박으로서는 그 갱제가 올해도 막장으로 가면, 아주 심각한 사태(요즘 여권 관계자들에 의해 심각히 표현되곤한다는 그런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정권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작년의 촛불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중요한 경제를, 이명박은 실제로 살릴 수 있는가? 물론 없다. 이명박의 갱제는 경제가 아니라 갱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에게 갱제는 삽질이다. 그러므로 경제는 살아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갱제가 살아났다고 믿게 만들어야 -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게끔 해야 - 한다. 아니면, 갱제를 살리려 노력하는, 척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왜 엄숙하게 ‘지하벙커’ 쇼를 해야했는지 이제사 이해가 간다.

그것에 국민들이 속겠느냐고? 속는다. 미네르바들이 사라져주고 MBC들이 고분고분해진다면 말이다. 촛불들이 꺼지고, 사람들이 무언가 모를 불안감에 떨게, 입을 다물게, 자기 검열하는 글을 쓰게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지하벙커와 미네르바 체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딱 이거다.

믿기지 않지만, “노무현이 나라를 망쳤다”는 말은 인터넷과 공중파가 멀쩡하게 살아있었는데도 하나의 ‘진실’인 양 퍼졌다. 만약 인터넷이 투항하고 조중동류가 방송을 장악한다면, 이명박이 성공한 갱제 대통령이 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제2롯데월드를 굳이 숨어서 발표하듯 할 필요도 없다.

1987년 본격화되어 노무현의 당선에 의해 완성된 듯 보이던 - 완성된 게 아니다. 노무현은 당선 후 그것을 완성하고자 하였다. -  민주주의 대신 사람들은 재테크, ‘대박’의 꿈, “부자되세요.”라는 슬로건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즉, 자신들이 가진 돈을 지켜줄 수 있고 그것을 특별한 노력 없이도 부풀려 줄 수 있는 '청계천 신화적’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의 도덕적, 정치적 내용이 어떻든 그것은 전혀 문제시하지 않을 용의가 있었다.

‘갱제만 살린다면 만사 오케이’라는 사고 내지 행동은 곧 <갱제독재>라 할 수 있다. 이명박의 당선 자체가 사실 그것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데, 요즘 부쩍 그것과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를 목격할 수 있다. 가령, 방송을 장악하려는 언론관계법도, 좌파를 척결해야만 하는 것도 다 갱제를 위해서다.

지하벙커가 만들어지자마자 미네르바를 체포했다는 것은 갱제독재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지하'벙커'는 순 군대식 용어이며, 군대와 정치가 만나면, 우리가 아는 한, 필경 그것은 파시즘으로 연결된다. 지하벙커의 등장은 그것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갱제독재가 믿기지 않는가? 미네르바로 다시 돌아가 보자. 강만수와 기획재정부, 즉,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관료들도 ‘인정'했고 눈치를 봐야만 했던 그 미네르바를, 떡찰은 순식간에 ‘백수’ 건달(=가치없음)로 전락시켜 발표해 버렸다.

만수들은 그 얼마나 쪽팔려 했을 것인가. 게다가, 잡힌 미네르바가 진짜라는 것을 믿게 만들려고 떡찰이 ‘딱히 배우지 못했지만 거, 미네르바 대단하더라.’라고 하면 할수록 기획재정부 엘리트들은 더 죽을상이 된다.

이명박이 좋아하는 ‘선제적’ 액션을 취한 떡찰류, 이런 것들은 흔히들 '돌격대'로 불린다. 권력기관들이, (나름대로 권위있는 행정부 관료들을 제쳐놓고) 주인에게 직접 충성을 맹세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이것은 독재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이다. 정부청사가 아닌 청와대에 지하벙커를 돌리는 것도 이것과 궤를 같이 한다. 중앙부처 내 고위간부들이 왜 좌파 척결의 우선 대상이 되어야 했는지도 생각해보라.

‘국방’을 한다면 당연히 반대의견을 강하게 제시해야 할 국방부가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에 대해 왜 일언반구 없는지도 분명해진다. 요즘 속도전, 돌격이라는 심상치 않은 용어가 나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언제 히틀러가 각료들과 진지한 토의와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을 했던가. 나치의 권력집행기구는 행정부가 아니라, 돌격대와 친위대였지 않은가.

지하벙커, 미네르바, 제2롯데월드 커넥션은 앞으로 이명박들이 보여주게 될 신종 파시즘의 미래를 보여주지만, 갱제독재는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부엉이들을 잡아들여 대운하를 녹색뉴딜로 속이고, 좌파를 적출하여 내친 김에 영구집권까지 노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말이다. ‘갱제’ 하나로 대통령 되고, 절대 다수의 의석까지 얻었는데, 그 정도는 뭐 우습지 않겠는가. 국민들한테 갱제가 잘 팔린다면 말이다.

돌격대들의 정해진 수순은 대충 이럴 듯 하다. ‘지하벙커에서 일하다보니, 학벌 낮고 정규코스 밟지 않고 정체불명의 삐딱한 미네르바들(불신자들, 인터넷들, 아고라들, 386들, 촛불들, MBC들, 좌빨들) 때문에 갱제가 어려워졌고 갱제살리기도 안된다! 저것들의 입을 우선 틀어 막고, 2월 쯤에(즉 봄이 오기 전) 저번에 시도하려다 완강히 버티는 민주당 놈들 때문에 못한 ‘민생’법안들을 통과시켜...지금도 생각하면 지긋지긋한 작년 봄과 여름의 그 거리 촛불들이 다시는 보이지 않도록, 잔뜩 겁을 주자. 거리에, 온라인에, 공중파에 미네르바들이 넘쳐나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그 후로는 일사천리..’

미네르바 체포건으로 제2롯데월드 같은 심각한, 지하벙커와 같은 우스개(?) 소재가 묻혀졌다고, 즉, 떡찰의 작전에 말려들었다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진짜 미네르바가 구속되었다한들 뭐 어떤가. 또 다른, 무수한 미네르바들을 만들어내면 된다.

꼭 경제에 해박한 미네르바여야 할 필요도 없다. 꼭 온라인상에서만 활동하는 미네르바여야 할 필요도 없다. 비판적 네티즌들은, 촛불들은 그동안 누구나가 다 미네르바였었다. 이제 자기가 진짜 미네르바였다고, 진짜 미네르바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선언하기만 하면 된다.

큰 벌집이 건드려졌다. 이왕 미네르바로 시작된 거, 아무래도 진짜 미네르바들이 끝을 내야 될 듯싶다.

 

ⓒ 초모룽마




원문 보기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9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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