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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 김용택
게시물ID : lovestory_22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rbidDesire
추천 : 0
조회수 : 6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6/12/18 22:22:27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불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 김용택, '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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