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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정폭력 피해자입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2227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드뱅잉
추천 : 260
조회수 : 43071회
댓글수 : 6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11/08 19:04:25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1/07 07:34:00


 

첫 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제 이 얘기가 지겨운 분들도 계시겠지만, 많은 고민 끝에 글을 써내려가 봅니다

저는 일단 음,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그리고 해당 작품을 어렸을 때부터 접했고 제제를 사랑하는 독자입니다이렇게 얘기를 꺼내기 조금 힘들긴 하지만..저는 어렸을 때 무척 가난했고 부모님께 많이 맞으면서 자랐어요.  저는 부모님이 너무 미워요. 저도 제제처럼 어린 나이에 동생이 있었는데, 저도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하면 가차 없이 야단을 맞았습니다. 동생은 예쁨 받았고 저한테는 항상 엄한 잣대를 들이밀며 화를 내셨죠. 유치원생 때부터 저는 항상 잘못을 할 때마다 몸에 피멍이 맺혔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신체검사를 받는데, 선생님께서 얼굴의 멍을 보고 누가 그랬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아빠가 그랬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가, 부모님이 곤란해진 적도 있었네요. (맞은 얘기는 이만 하겠습니다)

동생의 잘못도 언제나 제 탓이었습니다. 언젠가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찍어두신 비디오 테잎을 봤는데, 아기인 동생만 찍혀있고 저는 목소리만 나오더라고요. 저도 다섯 살 남짓 되었을 때입니다. 그 어린 아이가 찍히고 싶어서 주변을 기웃기웃 하고, 목소리를 크게 높이면서 쫑알거리는데 부모님은 저를 아이로 여기지 않는 듯이 보이더군요.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져서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제제 또한 큰 누나들과 형에 비해선 어린 나이지만, 더 어린 동생이 있어 항상 돌봐주는 역할을 하죠. 그다지 아이 취급도 받지 못하고요. 혼을 낼 때만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제제가 철이 들기를 바랍니다. 참 야속하죠. 저희 부모님은 두꺼운 나무 빗자루를 들고 저를 때렸어요. 한 때는 엄마가 마녀일거라 생각하던 적도 있었어요. 너무 미웠습니다. 그냥 부모님이 죽어버렸으면 할 때도 있었을 만큼.

하지만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 안쓰러운 마음 또한 공존합니다. 저희를 키우느라 가난한 살림에 아등바등 하셨던 엄마의 모습, 말수가 점점 적어지는 아빠. 하지만 나를 화풀이 상대로 여기듯 마구 때리는 악마 같은 모습. 그리고 부모님께 사랑받고 싶은 나의 마음. 전 제 마음이 제제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읽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싶다, 그렇지만 너무 밉고 싫은 마음... 부모님에 대한 연민.. 두 감정의 충돌로 괴로웠어요. 토토카 형과 제제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우리 가족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아기 예수는 우리한테 잘 해주지 않느냔 말이야?

 여기서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을 무조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는데, 제가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해서 부모를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어요. 때리면 반항심을 가졌어요. 실제로 제제도 풍선을 찢어버린 누나에게 갈보, 창녀라고 외치고 외설적인 노래를 했을 때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에게 욕을 합니다. 

저는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독자인 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을 독자들이 어떻게 해석하든 그건 자유이죠. (아이유는 일단 논외로 하고, 현재 분위기가 남들과 다른 해석이 존중받지 않는 것 같아 씁니다) 분명 어른들의 모순되고 야속한 점을 책에 담아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제제는 가정 폭력을 당한 아이야. 비뚤어진 장난은 모두 폭력에서 비롯되었어. 

제제에게 교활하다, 나쁜 아이다 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모두 제제를 학대한 어른들이다.

아동 학대를 당한 아이들에게 위로하는 책이다.

이 해석들이 무조건적으로 맞는 해석이며, 모두가 이렇게 생각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저만 해도 의견이 조금 다르니까요.

첫째로, 모든 독자가 제제의 비행이 폭력때문이라고 생각할까요? 

 제제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숙해질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도저히 다섯 살 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성숙한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또 그만큼 심한 장난도 저질러요사실 소설을 읽어보면 제제가 어른들에 대한 반항심으로 못된 짓을 하진 않아요아이다운 호기심과 천진함 (누군가에겐 잔인함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때문이지. 관심이 필요해서 저지른 장난 치고는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기 위해 궁리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 장난들 덕에 집안 식구들은 제제를 꼬마 악마’ ‘나쁜 아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가족 뿐 아니라 제제의 장난은 동네에서 악명 높아요. 사실 제제가 순수한 마음에서 한 장난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겐 아주 위험한 장난이에요. 스타킹 뱀 때문에 임산부가 유산될 뻔 했고, 양초를 연줄을 굳히는 데 사용한다고 거짓말 해 얻어낸 다음, 녹여서 사람들을 넘어뜨립니다. 차에 매달리는 일명 박쥐놀이도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놀이에요. 이 외에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장난들을 천진난만하게 저지릅니다. 동네 사람들이 보았을 때 제제는 아주 악동일 수 있어요. 그 장난들은 누가 봐도 나쁜 짓인걸요. 

자기 스스로도 제제는 내 안에 악마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넌 악마다라고 어른들에 의해 주입되어 하는 짓인지, 제제 스스로 장난기가 많은 아이라 그런지 그걸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나름이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제제가 어른들에게 나쁜 면모를 배워 아이답지 않게 조숙하고 먹구름 가득하고 교활한 면모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천사같다고만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작은 악마같은 모습도 있지만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사랑스럽다 라고도 볼 수 있지요. 

 어쨌든 어른들은 이 과정에서 제제를 심하게 혼내요. 그냥 단순히 학대했다, 제제를 미워하기만 했다 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악동의 이미지가 쌓여 너는 구제불능이다, 대체 왜 그러느냐 라고 아이를 다그칩니다. 저는 폭력을 정당화 할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폭력은 잘못된 방법이에요. 하지만 이것이 그저 제제를 학대했다 라고 한 방향으로만 치우쳐 있어 하는 말입니다. 

 이 어른들도 제제의 장난을 멈출 방법을 몰라요. 단지 때리고 무섭게 겁주면 장난을 멈출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배경으로 봤을 때, 그 당시 가난에 찌들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생계만으로도 바빠 삶의 여유가 없는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저는 봤습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어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저희 부모님만 봐도 그런걸요. 어른이라고 해서 모두가 성숙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느껴왔습니다. 단지 가정폭력범, 아동학대의 불쌍한 피해자라고만 표현하기엔 더 깊은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서는 어린 제제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어 동화 같으면서도 더욱 비참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제제의 이야기. 제제가 성숙해져가는 성장과정을 담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아동폭력의 피해자 제제의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라요. (물론 저의 생각일 뿐 다른 사람들은 단지 불쌍한 아이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를 단순히 가려내기엔 제제 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그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 사는 인물들인걸요.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 매일 직장을 구하러 돌아다니고 어머니는 남의 집 빨래를 하고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합니다. 토토카 형은 겨우 9살인데 가족을 돕기 위해 성당에서 일을 하고, 열다섯 살 글로리아 누나는 집안일을 도맡아 해요. 어긋난 부분이 어디서부터 고쳐야 될지 모를 만큼 너무나 많아요. 비극입니다

다음은 제제가 야한 노래를 부르고 난 뒤, 아버지가 아이를 허리띠로 마구 때린 뒤의 장면입니다.

 

아빠는 식탁 위로 허리띠를 내던졌다. 그리곤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 그러더니 나와 자신이 불쌍해서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정신이 나갔지. 난 얘가 날 놀리는 줄 알았다. 내 말을 일부러 듣지 않는 줄 알았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때려놓고 합리화를 하는 가증스런 아버지일 수 있겠습니다.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후회할거면 때리지 말지, 조금 더 애를 이해하고 보듬어주지. 철저하게 불행한 제제의 아버지가 미우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 이건 경험이지만 저희 아버지도 제가 아버지를 무시한다고 오해하는 때가 있거든요.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닌데도.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무엇이 아버지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열등감에 가득 차고, 무시 받고 싶지 않아 저렇게 자식에게까지 날을 세울까. (저의 경험에 의한 개인적인 생각이고 해석입니다) 그렇지만 폭력은 정말 미워요.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겪어봐서 뼈저리게 압니다. 밉지만 안타까운 이 두 감정이 모두 공존합니다.

 

제제가 아버지에게 맞아 정신을 잃고 난 뒤, 이웃들이 병문안을 오고 어머니는 제제 곁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자신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제제의 말에 어머니는 말합니다.

모두들 제 운명을 안고 태어나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제제. 너는 가끔씩 장난이 좀 심할 뿐이야.”


 크리스마스 날, 너무 가난해 아무 선물도 받지 못한 제제가 실망스런 마음에 나는 가난한 아버지가 싫다고 소리칩니다. 그 뒤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위해 구두닦이를 해서 돈을 벌죠. (그 와중에 버려진 스타킹을 주워 챙깁니다. 나중에 임산부를 놀라게 하는 장난감 뱀으로 쓰입니다) 담배를 드리면서 아버지께 울면서 사과합니다.

울지 마라, 얘야.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일생 동안 울어야 할 일이 한이 없겠다.”

아빠, 그럴 마음이 아니었어요.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안다. 알고말고. 네 말에도 일리가 있어서 화가 나지 않았단다.”

아빠는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얼굴을 받쳐 들고 옆에 놓여있던 냅킨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제 훨씬 나아졌구나.” 아빠는 작은 숟가락으로 과일 샐러드를 내 입에 떠 넣어 주었다.

이젠 다 지난 일이야. 안 그러니, 얘야?”

허리띠로 제제를 때린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평소 아무리 심한 장난을 친다고 해도 습관적으로 아이를 쥐어박는 것도 심합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조금 찡했네요.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제제처럼 아버지도 모순적인 면모가 있고사람은 누구나 모순적인 면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는 무식하고 무능한한심한 아버지였지만 생계를 위해 발버둥치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죠. 가족들에 대한 연민의 여지도 분명 나타나있습니다.

제제는 어른들로부터 심하게 혼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랑 또한 받았습니다. 제제를 이해해주고 많은 것을 알려주는 에드문드아저씨, 학교 선생님,

어머니, 글로리아 누나 그리고 제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뽀르뚜까 아저씨. 뽀르뚜까 아저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제제는 앓아눕습니다.

그러자 많은 이웃들이 제제의 병문안을 와 슬퍼합니다.아버지는 밤에 외출하는 일마저 그만두었습니다. 토토카 형은 양심의 가책이 심해 여윌 정도였다고 합니다. 본문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제제의 캐릭터에 대해서 다시 짚어보면, 사실 제제는 어린아이답다면 어린아이답지만 5살 아이치고 굉장히 성숙하고 똑똑하잖아요. 책을 읽다가도 중간 중간 느껴요. 5살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지? 어른들을 꿰뚫어보는 눈도 가졌고, 사람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잘못을 용서받을 전략(?)을 꾀하기도 합니다. 능청스럽게 위험한 장난을 꾸미려고 머리를 쓰기도 하다가, 천사처럼 착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아이다운 면모도 보입니다. 제가 아까괄호 친 부분, 아버지를 위해 구두를 닦다가도 장난을 치려고 스타킹을 챙긴 부분. 그 부분을 캐치한 독자도 있어요. 참 흥미로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제는 절대 흥미로운 캐릭터가 아닌데, 천사같은 제제인데 라고만 생각하시던 분들은 저에게 공감하지 않으실 수 있겠지요) 또한 이것이 모든 폭력 가정 아이의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은 있지만 제제의 모든 부분에 다 공감하고 고통 받고 하지는 않습니다저는 오히려 억압되고 혼나는 게 무서워 소심하고 착한 아이처럼 행동하려고 했어요

 비슷한 경험으로 고통 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치유할 수 있어도, 저는 저지 제제는 아니라는 걸 압니다. ‘또 다른 제제라고 불릴 수는 있어도, 저는 저만이 가진 고유한 성격, 행동 패턴이 있으니까요. 가정 폭력을 당한 사람들을 또 다른 제제라고 부르시면서, 그 제제를 단지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저는 딱히 반갑지 않았어요..제가 반갑지 않아 제제를 동정하지 말라는 건방진 소리는 아닙니다. 그냥 단지,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J. M. 데 바스콘셀로스(J. M. de Vasconcelos, 1920.2.26~1984) 1920226일 리오 데 자네이로의 방구 시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2년 간 의학공부를 하기도 했으나, 가난한 집안사정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리오 해안 농장의 바나나 배달꾼, 카페 종업원, 막노동꾼, 초등학교 교사 등 여러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책을 읽고 여행을 하며 실제 생활을 토대로 한 철저한 체험주의 작품을 썼다. 정겨운 어린 눈으로 비참하고 불행한 사람들의 생활을 꾸밈없이 묘사했으며, 브라질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을 옮겨 적고 또 인디언들의 환경과 생활을 소재로 글을 썼다. 1984년에 브라질 국민의 슬픔과 애도 속에서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네이버 지식백과] J. M. 데 바스콘셀로스 [J. M. de Vasconcelos] (해외저자사전, 2014. 5., 교보문고)

 

정겨운 어린 눈으로 식구들의 슬픔까지 모두 보듬어준 제제가 자기 엄마 아빠가 아동 학대범으로만 회자되는 걸 과연 좋아할까.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걸 가리켜 저를 제제납셨다고 조롱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모두 제제의 입장에서 생각하시기에, 저도 제가 제제라고 생각하고 느낀 바는 그렇습니다.)  저는 그들(제제의 가족들)을 무지하고 불행한 사람들 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폭력을 정당화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가리켜 폭력 피해 아동에게 바치는 이야기로만 해석되는 것이 조금 안타까워 적어봅니다. 그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제의 즐거운 상상이나 어린아이답지 않은 모습, 어른들을 향해 통쾌하게 한 방 먹이는 악동의 면모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이건 옮긴이의 해석에도 나와있더군요. 

왠지 지금의 분위기는 소설을 모두가 느끼는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라서. 이렇게 느끼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도 적어놨네요...지금의 실황은 해석을 획일화 하면서 남의 생각은 폄하하는 분위기라 조금 안타까운 마음에서 글을 써봅니다..(동녘 출판사도 이 분위기에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아이유가 대중가수이고 책에 대한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출판사에서도 한가지 시선에서만 책을 읽으라고 할 권리도 없을 뿐더러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두번째로 이번 논란이 된 아이유양의 가사에 대해 불편하신 분들 이해가 갑니다.  제제를 사랑하신 많은 독자분들께서는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지요. 제제를 상품화했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어떤 동화의 캐릭터를 어떤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새로운 시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원작에 대한 리크리에이티브 즉 재창작입니다.

게다가 가사 내용이 아예 제제는 더러워, 교활해 가 아니라 가사 전반적으로 제제에 대한 밍기뉴의 애정이 드러나 있는 게 보입니다. 분명 교활한 장난을 치고 사고뭉치지만 난 네가 사랑스러워. 내가 밍기뉴(소녀)라면, 나는 제제가 사랑스러울 거야. 라는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작사를 시도한 거죠

아이유양 인터뷰와 해명 여러 게시물에서 숱하게 봤는데, 제제 캐릭터의 그 모순적인 성질이 매력적이라 밍기뉴와 제제의 관계를 중점으로 썼다고 하더군요. 그 부분만 따서 아티스트의 상상력을 이용해 밍기뉴가 소녀라고 봤을 때의 입장으로 쓴 가사라고 보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밍기뉴는 제제와 같은 나이의 어린 나무잖아요? 성인 여성이 아니에요. 

하나 뿐인 꽃을 가져가. 일부 문학에서 꽃이 여성을 상징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문학작품에서 꽃이 여성을 상징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게 섹스를 의미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봐요. 밍기뉴가 소설의 마지막에 이별의 선물로 제제에게 꽃을 주잖아요. 그거랑 연관이 있는 게 충분히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요

밍기뉴는 아이유가 아니라, 아이유가 소녀로 상상해 낸 밍기뉴에요. 당연히 글을 쓰는 작사가 자신이 투영되어 있지 않을 수는 없죠. 이걸 가지고 밍기뉴가 여자래! 자기 본인이래! 라고 말하면서 의도와 상관없이 소아성애자로 몰아가는 건 사실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러워’ ‘섹시하다라는 표현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부분이 불편하다. ‘단순히 밍기뉴와 제제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초점을 맞추기엔 작품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말하신다면 그건 정당한 비판의 범주입니다.

하지만 아이유를 가리켜 빼박 소아성애자다, ‘아이유 정말 교활하고 더럽다. 아 물론 제 3자에게 한 얘기이다.’ 이런 식의 비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제를 가리켜 더럽다는 게 핵심이 아닐뿐더러, 아이유는 작품으로서 얘기했으니 저 댓글은 아이유의 노래와 대등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전혀 공정하지 못해요. 아이유의 모순적인 면모를 모티브로 차용한 소설을 하나 쓴다고 해도 이건 웃기는 일이에요. 아이유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니까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작가가 어린 시절의 일을 그대로 옮겨 적은 체험 수기나 수필이 아니라 자전적 소설이에요. 실존 인물인 작가와 완전히 동일시하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앨범 아트에 관한 부분을 얘기해볼게요. 야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그저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걸로 볼 수도 있거든요. 이걸 가지고 이게 왜 안야해? 망사잖아! 핀업걸 포즈잖아! 하시는 분들 있겠지만.. 저는 정말 그런 느낌을 못 받았어요 ㅠㅠ 선정성이 있다 라고 보이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건 '일부 어른들의 눈' 으로 봤을 때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요? 가사적으로 섹슈얼리티를 담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일부 어른들의 해석이 아니라면 전혀 못 느꼈을 분들도 계실 거에요. 그리고 그런 부분을 빼고 밍기뉴와 제제의 관점에서 본 가사라고 해석하는데에도 어려움이 없다고 느끼구요. 아이들이 본다면 그저 동화의 한 장면으로 봤을 아트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하지만 더러워’ ‘섹시하다라는 표현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앨범 아트까지 겹쳐 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우리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거죠. 그 해석에 대해서도 아이유가 감수해야 할 부분인 것도 맞습니다.

더욱이 재미있는 것은, 앨범 전반적인 컨셉을 보니 모순된것에 대해 표현하고 있더군요. ‘어느 것이 진짜일까. 보는 관점에 따라 판단하기 나름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23, 레드 퀸, 제제 모두 동화를 컨셉으로 하고 있지만 캐릭터의 성질을 차용해 아이유 본인의 이야기를 덧입혔습니다. 어느 것도 동화 속 배경과 원작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 않아요. 아이이고 싶지만 섹시하고 싶은, 다 큰 것 같지만 한참 부족한, 여우처럼 살고 싶다가 곰이기도 하는,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이 되기도 하는. 순수하지만 어떤 면은 때 묻고 더러운 자신의 모습을 동화 캐릭터에 덧입혔습니다.



길을 잃었어. 어디로 가야해?’

그건 네가 어디에 가고 싶으냐에 따라 달린 거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스물 셋 가사 중/

 

겁나는 게 없어요

엉망으로 굴어도

사람들은 내게 매일 친절해요

 

인사하는 저 여자

모퉁이를 돌고도 아직 웃고 있을까

늘 불안해요

 

엉망으로 굴어도 사람들은 내게 친절해 겁나는 게 없다.

모퉁이를 돌아 간 저 여자가 아직 웃고 있는 지 불안하다.

 

두 문단이 전혀 상반되는 내용이에요. 이런 식으로 스물 셋 가사가 진행됩니다.

겁나는 게 없어서 엉망으로 굴겠다는 걸로 보이세요, 아니면 불안해하는 걸로 보이세요?

두 가지 다 본인의 심경입니다. 어느 쪽으로 보든 보는 사람의 자유겠죠.


레드 퀸 가사

 

표정이 없는 그 여자

모두가 미워하는 그 여자

당신도 알지 그 여자

 

오 가엾어라 그 여자

모두가 무서워 해 그 여자

당신이 아는 그 여자/

 

재밌는 얘기 하나 할까

(어쩌면 슬픈 얘길 지도)

믿거나 말거나 한 가벼운 얘기죠

(부디 비밀은 지켜줘요) 아 글쎄 말야

그 여자 있죠

무시무시한 그녀에게

푸른 날 하늘처럼 새파랗게

(웃던 때가 있었다네요)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사람이 아닌 것들까지

전부 반해 사랑에 빠질 만큼

그 웃음이 예뻤다나요

꼬까옷 입고 천진하게 재잘거리며

지금 핏기 없이 메마른 뺨엔 생기가 돌더래요

Oh Red Queen

 

웃음이 예쁜 그 여자

모두가 사랑하는 그 여자

당신도 알지 그 여자

모두가 사랑하는 그 여자 (you know)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들의 해석이 다양하듯, 아이유가 나쁜 의도로 가사를 썼다고 해석하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도 있어요. 앨범에 담고있는 전반적인얘기를 봤을 때, 나쁜 의도로 제제를 폄하한 게 아니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얘기를 하면, 너는 팬이니까 그렇지. 라며 의견을 묵살해버리더군요. 딱히 팬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설령 팬이어도 의견이 묵살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적으로 욕하지마! 가 아니라면요. 어떤 식으로 아이유의 노래를 해석하든, 어떤 평가를 내리든 자유지만 과도한 비난과 억압은 분명 존재합니다. 무조건 내 해석이 옳다는 주먹구구식의 주장과 지나친 비난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글을 썼네요..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횡설수설하게 써서 약간 걱정도 됩니다. 

길고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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