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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뭐 그리 잘난 것도 없는데 왜.... 후우.....
게시물ID : soju_222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5
조회수 : 434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3/05/21 04:53:18

 

 

 

 

 

  대구 내려가기 전에 언니네 가게에서 일을 한달 반 정도 봐줬다,

  물론 쉬고 싶거나 일이 있을 때는 미리 말하고 쉬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조정하면서 일을 했다,

 

  내가 대구로 내려간다 지난 주에 얘기를 했다,

  언니도 사람 구할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뭐, 그리 나쁜 조건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편에 가까운데 내 경우에는 정직원이 아닌 알바 개념이었다,

  언니는 정직원으로, 매니저로 채용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거부했다,

  전에 하던 일을 다 끝내지 못하기도 했거니와 더불어 더 받은 일도 있어서 내일에나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더 큰 이유는 다시 전에 하던 일을 하거나 다른 언니와 약속했던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먼저 약속을 했던 언니가 자리가 잡히고 이제 제대로 시작할 단계라 나를 불렀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여기 언니에게는 내가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이제 대구로 내려간다 했을 때 언니는 전에 하던 일 하면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냐 물었고,

  어찌 되든 일단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내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생각 때문에 우선은 내려가겠다 했다,

 

  그런 언니가 오늘 혼자 술을 처묵처묵 하더니 울었다,

  안 내려가면 안 되냐면서,

 

  대리를 불러 겨우 집에 들여놓으니 자고 가라며 옷이 찢어지게 잡지를 않나

  눈물 콧물 애처럼 흘리며 가지 말라고 하지를 않나,

  욕 나올 뻔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언니가 나를 아껴주고 도와주고 한 것들 다 아는데,

  오히려 내가 더 힘이 돼주고 잘해주지 못한 게 많아 미안한데,

  그렇게 울면 나는 어쩌라고,

 

  한 시간 가까이 언니를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담배연기만 밤하늘에 뭉게뭉게 피워올렸다,

 

  낮에 어머니께 이것저것 사드린 뒤 다시 용돈을 챙기지 못해 대리비를 내고 나니 지갑에 남은 돈은 1700원,

  소주 한 병 사와서 마시며 이런 넋두리나 하고 있다,

 

  500원만 더 있었으면 딱 좋을 양의 작은 펫을 살 수 있었지만 워낙 빚 지는 일을 싫어 해서

  자주 가는 곳임에도 외상으로 500원만 해달라 하기도 싫었다,

 

  대구 언니는 일요일에 친오빠와 올라온다고 한다,

  내가 짐은 택배로 보내고 내려간다 했더니 어머니께서도 누구와 일하고 어떤 사람들인지 봐야 안심하시고 보내실 수 있으니 일부러 올라오는 것이라 했다,

 

  내가 성격이 좋기를 하나, 이쁘기를 하나, 능력이 좋기를 하나, 몸매가 좋기를 하나,

  만날 사람들이 이제는 돌직구라 하는데 내 성격이 워낙 직선적이라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 하는데,

  이 언니들은 정말 사람 볼 줄 모르는 듯하다,

 

  내일까지 보도자료 써서 보내야 하는데,

  아우, 보도자료 쓰기 위해 자료도 모으기는 했는데,

  보도자료 정말 쓰기 싫은데,

 

  하필 이런 일이 생기니 더 하기 싫다,

 

  유종의 미는 거둬야 하니 싫어도 해야지,

  그것이 의무이자 의무를 다해야 권리도 생김을 생각해야 한다,

 

  우는 언니를 달래며 말했다,

  내려가서 정 아니다 싶으면 일주일만에 다시 올라올 수도 있다고,

  잠깐 헤어지는 일일 수도 있으니 장례식 치르는 것처럼 울지 말고 기쁘게 보내 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주면서 달래는 듯해 사실 마음이 안 좋았다,

  언니, 지금은 잘 자려나,

 

  에잇, 다 때려치우고 다시 전에 하던 일이나 다시 할까,

  매니저를 해달라 하는 것이지만 난 정장을 무척이나 싫어 하고 편한 게 좋다,

  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개구리바지와 카키색 웃도리가 사원복일 정도로,

  신발도 물론 운동화였다,

 

  굽이 4센치인데도 불편한데 그걸 계속 신어야 하다니 괴롭다,

 

  다시 전에 하던 일을 하려 해도 우선 약속은 지켜야 한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깨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내 말과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때 비로소 내가 할 말이 있게 되니까,

  의무는 등한시한 채 권리만을 주장하는 인간들을 얼마나 혐오하는가,

  동급의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해야 한다,

 

  잠시 마음 아프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자,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행해야지

  생각하지 않고 행하면 그 행함이 생각이 된다,

  도태된다는 말이다,

 

  기억하자,

  잠시 쉬어갈 수는 있어도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여튼 언니 덕분에 잡생각이 많은 밤이다,

  더불어 사람도 없어 잡소리 늘어놓기도 좋은 밤,

  혹은 밤과 새벽의 경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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