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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꿈
게시물ID : dream_2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낭나나낭
추천 : 0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3 20:26:16
이 꿈을 꿨던 건 고등학교 1학년 쯤이었다. 그때는 매일 악몽과 기묘한 꿈에 시달렸고 그만큼 우울하고 힘든 날들이었다. 하지만 이날 꾼 꿈은 유독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다. 꿈속에서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다. 내 주위는 검고 탁한 것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책망하다가 위로해주고, 그러다 다시 나에게 화를 냈다. 아마 이것들은 내 속에 있던 부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불도 침대도 책상 옆에 자리한 책꽂이도, 모든 것이 실제 내 방과 똑같았다. 바람이 불면 깜빡이는 창문 밖 전등은 여전히 빛나지만 검은 것들에 가려져 방 안은 어둡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손등에 꽃잎이 한장, 떨어졌다. 연한 붉은색으로 빛나는 꽃잎은 점차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한장, 두장씩 떨어지던 꽃잎은 열을 지어 쏟아져 내렸다. 바람이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닫힌 줄 알았던 창문은 아주 살짝 열려 있었고 나는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곳에는 아주 커다란 꽃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깜깜한 한밤중에도 만개하고서 주위를 밝히는 꽃나무가 있었다. 나무 꼭대기는 하늘만큼 높아 끝이 보이지 않고, 나무 기둥은 양 팔을 쭉 핀 것보다 두꺼웠다. 나무 밑에는 수많은 꽃잎이 쌓여 보드랍고 포근했다. 나는 넋을 놓고 그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는 나를 둘러싸던 검은 것들도, 이런 나무가 없었다는 사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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