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삭제했던 글 170여 개가 인터넷 상에서 복구됐다. 복구된 글들에는 작성한 사람이 구속된 박 씨로 돼 있어, 가짜 미네르바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구된 170여 개의 글에는 미네르바가 명성을 얻게 된 ‘리먼 브라더스 파산 예측 글’과 ‘절필선언', '주가 예측 글'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21일 오전 현재, 삭제됐던 미네르바의 글 170여 개가 미네르바의 다음 블로그에 복구됐다. 미네르바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daum.net/pheonix1234”로 누구든 접속하면 복구된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모든 글들의 작성자는 ‘미네르바’로 돼 있고, 작성자를 클릭하면 '미네르바'의 개인 아고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CBS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 개인 아고라는 검찰에 구속된 박 씨의 아이디(holy******)와 비밀번호(11자리)로 로그인했을 때 접속되는 개인 아고라다.
즉 170여 개의 글이 모두 박 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 한 뒤 작성된 글이 라는 점이 인터넷 상에서 확인된 것이다. 또 알려진대로, 모든 글의 아이피 또한 모두 구속된 박 씨의 집으로 돼 있다.
◈'리먼파산' '주가전망' '절필선언' 등 모두 박 씨 ID·비밀번호
특히 복구된 글 가운데는 미네르바가 명성을 얻은 계기가 된 ‘리먼 브라더스 파산 예측 글’, ‘절필선언’, ‘주가전망 예측 글’ 등이 망라돼 있다. ['결국 리먼 브라더스를 쳐 먹는구나'(리먼 파산 예측), ‘10년 후에 뵙겠습니다'(적정주가 1210∼1235 포인트 전망), '과연 나는 누구인가'(절필선언)] 앞서 신동아 12월호와 2월호를 통해 등장한 K 씨는 위의 글들을 모두 자신이 속한 7인의 금융 전문가 그룹이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복구된 글을 통해 볼 때 위의 글들은 모두 박 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K 씨 측이 썼다고 주장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시면 안 됩니다’, ‘제2의 IMF' 등의 글도 복구된 글 목록에 포함돼 있다.
◈신동아 K 씨는 누구? 이 같이 삭제됐던 글들이 복구됨에 따라 신동아를 통해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한 K 씨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찬종 변호사 측은 “K 씨가 아예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K 씨의 실체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 변호사 측은 이어 “K 씨가 미네르바 박 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증명하지 않는 한 더 이상 가짜 논란은 의미가 없다"며 "특히 박 씨는 비밀번호를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K 씨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면 다음 아고라에 아무 글이나 한 번 작성해보라”고 요구했다.
K 씨가 박 씨의 비밀번호와 아이디로 로그인한 뒤 글을 쓰고, 누군가가(박 씨든 K 씨든) 수백 편의 글의 아이피를 박 씨 집으로 조작했다고 가정해야만 K 씨의 주장이 논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K 씨 측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신동아 2월호를 통해 “7인의 멤버 가운데 연락이 되지 않는 1명이 박 씨에게 글을 보내 올리게 했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긴 바 있다.
그러나 검찰 또한 글을 올린 ID와 IP, 박 씨의 컴퓨터에 남은 접속 기록 등이 모두 일치한 것으로 확인함에 따라 가짜 미네르바 논란은 한 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 복구 과정은? 미네르바의 글이 복구된 과정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미네르바는 스스로 ‘강만수 장관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 등 단 2개의 글을 제외하고 모든 글을 삭제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스크랩’, ‘원문담기’, RSS 등의 방식으로 저장 및 보관하고 있었다.
포탈 측은 다른 네티즌들이 글을 퍼갈 때, 원문을 손상시키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하고 있어, 옮겨진 글에도 원문의 상태가 그대로 유지돼 있다.
특히 원작성자와 작성 아이피까지 모두 남아 있다. 구속된 박 씨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 측은 흩어져 있는 원문들을 다시 모으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21일 1차로 170여 편을 공개한 것이다.
박 변호사 측은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더 많은 글들을 원문 그대로의 상태로 복구할 수 있을 것이며, 미네르바의 RSS 독자들과의 접촉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박 씨 외에 '미네르바'가 없다고 결론내리고, 이르면 21일 중으로 박 씨를 전기통신기본법(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주선)는 지난 19일 월간지 '신동아'를 통해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한 K씨가 '가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국민일보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씨와 그의 여동생만이 박씨의 IP주소로 글을 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씨의 주장대로 박씨가 IP주소를 조작해 글을 올렸을 경우 동일한 IP주소로 등록된 글 중에서 K씨의 ID로 등록된 글도 있어야 하지만 박씨의 IP주소로 등록된 글 중 박씨와 그의 여동생을 제외하고 K씨는 물론 다른 ID로 게시된 글을 하나도 없었다는 게 검찰측의 설명이다.
검찰은 박씨가 IP주소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없으며 오히려 다른 사람이 IP를 조작해 박씨의 IP인 것처럼 꾸몄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K씨가 직접 작성했다고 주장한 리만브라더스 파산 예측, 절필 선언, 일본의 투기자금의 침투를 경고한 ‘노란 토끼’ 등의 글도 모두 박씨가 본인의 아이디로 로그인해 직접 썼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미네르바로 가장한 K씨가 박씨의 글을 짜깁기해 신동아 12월호에 기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박씨측은 신동아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박씨 변호인 박찬종 변호사는 “박씨가 신동아 2월호의 내용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으며 자신을 가짜라고 모는 것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면서 “신동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당하다"며 K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이처럼 검찰 조사에 따라 K씨가 가짜로 드러난 데다 박씨 측이 법적 대응을 검토중인 만큼 신동아측도 더 이상 K씨를 보호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30일 수사를 착수한 이후 미네르바의 글로 추정되는 244편을 확보해 IP주소 확인 등을 통해 236편의 글을 박씨가 직접 게재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나머지 8편 중 3편에 대해서는 박씨가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5편은 글의 내용에 비춰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