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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 구속 23주년 기념 트리뷰트 동인지 '여전히 즐거운 사라'
게시물ID : readers_223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랫파이
추천 : 4
조회수 : 87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0/28 23: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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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여전히 즐거운 사라


랫파이


사라는 땅콩을 깠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입술에 땅콩을 대고 살짝살짝 입술 위에서 굴려가며 껍질이 벗겨진 땅콩의 맨질맨질한 기분을 느꼈다. 조그맣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땅콩돌기가 그녀의 아랫입술에 닿으면 사라는 소인국의 왕자에게 오럴섹스를 해주는 유쾌한 상상을 하곤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잡지사에 입사한 그녀는 회사 내에서도 승승장구해 지금은 어엿한 시니어 에디터가 되었다. 물론 그녀의 쾌속승진을 시기해 뒤에서 수군덕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주요 레퍼토리는 사라가 사장에게 지속적으로 몸을 대줘서 그 정도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뭐 그런 유형의 것들이었다. 하지만 사라는 그러한 소문들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그러한 자신감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었는데, 첫 번째는 혼자만의 실력으로 그 자리까지 왔다는 건 누구보다도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어서였고 두 번째는 사장이 사라의 허락 없이 그녀를 승진시켜준다면 그날로 그녀와 사장이 은밀하게 즐겼던 지배와 복종놀이를 단번에 끊을 것이라고 사장에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가벼운 기분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사라는 밀린 카톡이 67통이나 된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카톡에 들어가 보니 대개는 쓸데없는 메시지들뿐이었다. 헬스클럽 트레이너가 저녁으로 고단백 스테이크를 먹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그녀는 이제 그런 무식한 고깃덩이는 그녀의 입술 안으로 더 이상 들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지 오래였다. 홍대앞 가로수길에서 만난 귀여운 얼굴의 대학생이 한 번만 더 만나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풋오이는 두 번째 베어 먹으면 입맛만 쓰다는 걸 아는 그녀는 가볍게 소년의 애원을 무시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발딱 뻗은 남자들의 나뭇가지를 가차 없이 가지치기하던 사라는 낯선 이름을 발견하곤 손가락을 멈추었다. M? M은 누구지? 사라는 한참을 고민했다. M이라는 남자는 사라에게 오랜만이라며 시간이 되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M, M, M....... 가늘게 트리밍한 눈썹을 살짝 찌푸리던 사라는 문득 번개같이 그녀의 뇌리를 지나간 이름을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 M선생님!

 

M선생님은 사라가 대학생 시절 마지막으로 만난 남자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M교수님이라고 불러야 했지만 M선생님은 교수란 단어를 알레르기마냥 질색했다.

 

그 명칭은 나에게 권위를 떠넘기고 있어.”

 

언젠가 침대 안에서 사라와 담배를 피며 M선생님은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사라는 그에게 가르침 아닌 가르침을 받고 있었으므로 M선생님으로 부르는 걸로 서로 타협을 본 상태였다. 그렇게 약간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지만 밤이 되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M선생님의 알몸은 비쩍 말라서 처음 봤을 땐 형편없어 보였지만 배꼽 아래는 또 달랐던 것이, 온 몸의 양분을 그 녀석이 다 빨아먹고 쑥쑥 자라났나 의심될 정도로 검붉은 핸드-캐넌이 그녀의 앞에 자리했을 때 그녀는 보기만 해도 허벅지 안쪽이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사라라는 땅 위에서 비를 뿌리고 바람처럼 거침없이 천둥을 내리꽂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던 그는 마치 승천하려는 용과 같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땅은 용의 뿌리를 단단하게 옥죄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마침내 뿌리 아래에 위치한 여의주들에게서 한 방울도 남김없이 용의 기운을 짜낸 뒤에야 사라는 그를 놓아 주었고,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는 탈진하듯 그대로 젖은 땅 위에 풀썩 쓰러지곤 했다.

 

M선생님은 사라가 만난 남자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물론 자유분방한 성격과 잠자리 실력도 그 이유가 되었겠지만 사라가 M선생님에게서 가장 맘에 들어 했던 건 그 눈이었다. 단춧구멍만한 눈은 보통의 여성에겐 설명이 애매한 불쾌감을 제일 먼저 주었다.

 

이 눈 때문에 길가다가 경찰에 잡혀갔던 적이 있었어. 무슨 죄로 날 잡아넣었냐 하니까 공공음란죄라고 하더군. 아니 기가 막히는 거야. 내가 길바닥에서 니베아 핸드크림을 바르고 용두질을 했어, 멀쩡한 처녀의 엉덩이를 grab했어? 왜냐고 따지니 그 눈이 음란하다고 하는 거야. 허허허. 더 웃기는 건 무언 줄 아나? 나랑 같이 학교에 들락날락하던 동료 교수들도 나를 비난하더군, 나의 눈엔 윤리의 실오라기가 한 가닥도 걸쳐져 있지 않다나 뭐라나?”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라는 그 눈이 좋았다. 그 작은 눈빛이 사라의 전신을 휘감고 가슴을 쓸어내려가며 꼭지를 핥으면 사라는 설령 만원 지하철 안이라도 있는 힘껏 교성을 지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찐득찐득한 팥고물 같은 그 눈빛이 사라의 갈라진 온천을 자극하면 그녀는 M선생님의 멱살을 잡아 끌고 다니며 사람들의 눈에 그나마 덜 띌만한 장소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한때의 유희에 그쳤다. 두 사람의 땀이 식은 것이 아니라 국가가 M선생님을 용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M선생님이 냈던 책이 문제가 되었는지 그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동료 문학가들과 높으신 분들에 의해 선생님의 소설문서가 되었고, ‘창작제조가 되었다. 이에 선생님은 충격을 받으셨는지 모든 연락을 끊고 홀연히 잠적했다. 사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M선생님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끝내 알아내지 못했고, 결국 포기한 채 그를 기억 속 뒤로 묻었다.

 

그러한 선생님이 23년만에 사라에게 잘 지내냐고 연락을 한 것이다. 사라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주체 못하며 선생님의 저녁식사 초대에 응했다. 업무 시간 내내 사라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퇴근 시간이 되자 바람처럼 회사를 빠져나와 약속 장소로 향했다.


M선생님이 계신 곳은 유명한 대학교의 연단이었다. 이제는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주름살이 그 전보다 늘었지만, M선생님의 그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었는지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쓰던 선생님이 학생들을 돌아 볼 때마다 여학생들은 살짝 진저리를 치곤했다. 2시간이 넘는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모두 강의실을 나가자 사라는 준비한 꽃다발을 M선생님께 드렸다.

 

원래 이런 건 오랜만에 연락한 사람이 줘야 하는 것인데.......”

 

쑥스럽게 웃는 선생님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 사라는 손등으로 장난스레 살짝 M선생님의 사타구니를 건드렸다. 그 순간 사라는 손등에 전해지는 세찬 느낌에 깜짝 놀랐다. 내려다보니 M선생님의 뿌리는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있어 바지춤이 팔딱거릴 정도였다. 사라와 M선생님의 눈이 마주쳤고, 이내 살짝 눈웃음을 지은 사라는 M선생님의 지퍼를 내렸다.

 

오늘도 사라는 하루를 즐겁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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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은 마광수 교수님이 즐거운 사라 때문에 구속된지 정확히 23주년이 되는 날이라네요.

허둥지둥 날림으로 쓴 트리뷰트입니다. 문체는 날림이어도 마음만은 리스펙트이니 이쁘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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