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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생각 1
게시물ID : readers_223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란달★
추천 : 3
조회수 : 21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28 23:28:35
어젯 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누가 슬퍼할까?
죽고 싶다는 생각 뒤에 든 생각이었다.
생각은 점점 더 커져갔다.
나는 하루 종일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누가 슬퍼할까?
내게는 가족이 없다.
내가 5살 때에 화재로 죽었다.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갔지만 가족들은 모두 집 안에 있었고
모두 죽었다.

친구도 없다.
화재가 있던 사건 때문인 지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였다.
학교를 가지 않고 나는 집 안에 틀어박혔다.
다행인 것은 유산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껴쓴다면 죽을 때까지 간신히 버틸 수 있다.
이대로만 지낸다면 고통도 행복도
슬픔도 고독도 당연한 것처럼 느끼며 죽을 것이다.
아무와도 만나지 않고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고,살아갈 것이다.

사람들과는 대화를 해도 물 속에서 하는 것처럼
단절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과의 비극이 단절을 초래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누구에게나 비극이 있고 그것은 내게 과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수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과 크게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가끔씩 밖에 나가는 상상을 하지만 여전히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
고치를 만드는 나비는 자신의 비상을 위해 고치를 짓지만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곳에 나 자신을 가둔 것일까?
상처 입은 채로 아물지 않는 상처를 죽을 때까지 혀로 밀어내기 위해?

신경과 의사였던 아버지의 방에는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도서가 있었다.어떤 것은 영어로 된 것이라 알 지는 못하지만
정신병의 종류를 증상과 함께 나열한 책이 하나 꽂혀져 있었다.
그것을 읽었다.나의 증상과 일치하는 것을 책갈피로 표시해두니
나중에는 콘크리트 위에 저문 낙엽처럼 수북해져 있었다.
정신과는 가보지 않았지만 간다면 증상으로만
열 손가락을 넘어갈 병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번 든 생각이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이 그 중의 하나다.
일종의 강박증이었다.
노력해도 한 번 든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이번에는 이 생각이었다.
내게 한 명도 슬퍼할 사람이 없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메마른 사막에서 천천히 수분이 고갈되어 죽어가는
선인장이 되어버린 것을 어느 날 발견한 기분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등교를 하는 학생들이 보였다.그들은 개미떼처럼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들은 그 안에서 무엇을 할까?
내가 사는 방이 너무나도 갑갑하게 느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문을 열었다.
용기가 필요했다.나는 문을 닫았다.문을 열었다.
문을 닫고,열었다.닫았다.
침대 위로 누워서 잠에 들려고 했다.잠이 오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문 밖으로 나갔다.눈을 감고 계단을 내려갔다.
 
밖은 추웠다.나는 걸었다.
그 이외의 할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늘을 바라봤다.하늘이 있다는 것을 안 이후로
여러 본 하늘이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거리를 계속 일직선으로 걸었다.
행인들은 다양했다.고개를 숙이고 모자를 쓴 채로
걸어가는 사람,술을 마시고 비틀 거리는 사람,
행복한 얼굴을 하며 서로 팔짱을 낀 채 걷는 연인,
학생 몇 명이 서로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 새 정신을 차리니 강이었다.
나는 주위에 강이 있었는 지 몰랐기에 약간 놀랐다.
강을 본 것은 아주 오래 전이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푸른색 카펫을 깔아놓은 것같은 강이 펼쳐져 있었다.
얼핏 보면 아늑한 공간같이 느껴졌다.
도로를 걸으며 나는 생각을 더듬었다.
강에 관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예전에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차의 창문 너머로 강을 발견한 동생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저기 강이 있어! 오빠! 강 말이야 강."

고개를 돌리니 신기한 표정으로 강을 바라보는 동생과
흐르는 강이 있었다.마침 일몰인지라 강은 노을을 반사하며
조그만 속삭임으로 가득찬 채로 반짝였다.

"강 보여? 오빠?"
"응"

눈을 더듬으니 손 바닥이 축축해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귓가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와
어디선가 희미하게 울어대는 새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강을 쭉 따라가다가 공원을 발견했다.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공원은 텅 비어 있었다.
공원 중간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종류는 모르겠지만 모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가지 위에 풍성한 머리칼처럼 얹힌 나뭇잎이 초록색으로 빛났다.
그 나무를 넋 놓은 채로 보았다.
벤치에 앉아서 앞을 보니 내가 앉은 벤치와 
마주한 벤치에 한 사람이 앉아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는 외롭나?"

그는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그는 내게 손을 뻗었다.
그의 손 안에는 작은 새가 있었다.

"이 새를 주겠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 새를 받아들었다.
그는 떠났다.뒷 모습이 점이 될 때까지 그를 바라보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새였다.붉은 깃털과 파란 깃털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새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길은 간단했다.
일직선으로 왔으니 갈 때도 일직선으로 왔던 길을 반대로 하여 쭉 걸었다.

처음 시도한 것은 집에 있는 상추였다.
새는 몇 번 씹어보더니 먹지도 않고 뱉었다.
여러가지 채소로 실험을 해보았으나 먹지 않았다.
냉장고 안에서 유통기한이 2일 남은 소세지를 발견했다.
나는 그 소세지를 새의 입에 들어가게끔 작게 부수었다.
오늘은 이것을 주고 내일은 새 사료를 사자고 다짐했다.

잠에서 깬 것은 새벽 5시였다.새가 베란다 쪽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새를 보다가 탁자에 앉아 밥을 먹었다.
도서관에서 새에 관련된 책을 빌렸다.
그것을 읽는동안 새를 보니 새는 베란다에 앉아서 바깥 쪽을 보고 있었다.
내 주위로도 가끔씩 날아왔다.내 쪽에 앉아서 나를 검은 눈으로
보는 새를 살짝 쓰다듬었다.매끈했다.
나는 이 새가 마음에 들었다.

어제 다짐한 새 용품을 사려고 밖을 나서려고 했다.
이번에도 용기가 필요했으나 저번보다 더 필요하지는 않았다.
문을 여는데 내 어깨 위에 새가 날아와 앉았다.
나는 새를 잡아 떼려고 했으나 내가 떨어트리려고 하면 어깨 위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새는 나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짹짹.새가 울었다.
어쩔 수 없이 주머니에 넣으니 그제서야 아주 조용해졌다.
가끔씩 더듬어 살아있는 것을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애완동물 용품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다시 그 공원이 눈에 띄었다.
공원 가운데 심어진 나무 때문에 알았다.
이렇게 큰 나무가 있다면 싫어도 알 수 있었다.
공원 안에는 예의 그 남자가 있었다.
어제 길을 쭉 직진으로 걸었을 때에 발견한 공원 안의 그 남자였다.
이상한 것은 백화점으로 가는 길과 내가 어제 걸었던 길은 완전히
반대 쪽에 위치했다는 점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공원이었다.

"어떤가?"

남자가 말했다.

"뭐가요?"
"그 새 말이야."
"좋아요."
"그 새를 소중히 여기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무표정한 채로 있었다.
순간 머릿 속에 가면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 남자의 얼굴은 가면 같았다.
그 얇은 막을 도려내면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자네는 이 세상이 마음에 드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새가 무엇인 지 알고 데려갔지?"
"애완동물로."
"그 새는 지구를 멸망 시킬 수 있는 유일한 새이네."

그는 나를 바라보더니 나의 주머니 쪽을 봤다.

"가져왔군.자네와 떨어지지 않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믿거나 말거나 자네 마음이네.
나는 오랫동안 이 공원에 앉아서 이 새를 건넬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지.난 암이네.내게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 전의 사람도 생명이 얼마남지 않은 사람이었어.
그 새를 건네 준 사람 말이네.
그는 죽기 전에 내가 지금 있던 이 곳에서 지금 나와 똑같은
말을 하며 새를 건넸지.그 때 당시 나는 30대였어.
아버지는 노망이 든 할머니를 오랫동안 간병하다가 할머니를
죽이고 자신마저 자살했어.어머니는 그 전에 집을 떠났지.
홀로 남은 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노숙자가 되었어.여기 저기 옮겨다니다가 우연히 이 공원에 도착했고.
돌이켜보면 내가 여기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자네와 같은 사람,나와 같은 사람만이 이 쪽으로 오네.
'이 쪽'으로 올 수 있는 거야.주위를 둘러보게."

나는 그의 말대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째서인지 이 공원은 저 나무와 자네가 앉는 벤치와 내가 앉은
벤치 위에는 아무 것도 없지.
나는 신이라는 것이 있는 지 없는 지 모르네.
가능하면 이걸 신의 의도라고 하고 싶어.
지금 이 공간은 심심풀이 삼아 외계인이 만든 것일 수도 있어.
그 새도 말이야.그래도 변치 않는 사실이 있네.
그 새는 이 세상을 끄는 버튼이네.자네가 그 새를 죽인다면
이 세상은 멸망하는거야."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나는 말을 흐렸다.그러고보니 사람과는 정말 오랫만에 이야기하는
것이었으나 이 사람은 처음 만날 때부터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가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남자는 나무를 바라보다 내 쪽을 봤다.

"그 새는 자네의 손이 아니면 절대 죽지 않아.
만약 자네가 이 세상을 끝나고 싶다면 그 새를 죽이면 되네.

그 새에 관련된 자료에서 예전에는 그런 새를 끝나무새라고 불렀어.
북유럽 쪽의 전설인데 이 세상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가 있었어.
그리고 그 새는 그 커다란 나무에 사는 새야.

푸른 색과 붉은 색의 깃털을 가진 그 새는 매일 아침 지평선 저 너머에 있는
가시 덤불의 안에 있는 꽃잎 하나씩을 먹는다더군.

그 안에는 수 많은 꽃이 있는데 그것은 봄에도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그 새가 그 꽃잎을 다 먹어서 꽃이 사라지면 세상에 멸망이 온다더군.

이 새는 좀 달라.이 새가 죽으면 세상이 멸망하는거야.
이 새와 그 새가 관련이 있는지,
어쩌면 이 새가 그 새인지 나는 모르네.
이제는 관심도 없어.내 말을 믿지 않는다해도 어쩔 수 없어.
나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
어떤 정신병자 한 명이 말하고 그가 산 잡종 새 한 마리를 전해주었던 것이
오래 지속되다가 나에게 이르렀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거든.
그러나 나는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네."

그는 그 말을 하고나서 공원을 떠났다.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붙잡아서 무엇을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주머니에서 새를 꺼냈다.
새에게 사료를 먹였다.새는 사료를 잘 먹었다.
새가 사료를 먹는 것을 보며 나는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돌이켜보았다.
터무니 없는 소리였다.새 하나로 세상이 멸망한다니,
망상장애에 빠진 사람이 의사와 면담을 하며 할만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궁금했다.정말 이 새가 멸망의 버튼일까?
물론 아닐 터였다.어느 새 배가 고팠다.밥을 먹었다.
새가 내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베란다 쪽으로 날아갔다.
어느새 잠에 들었다.


출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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