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끔씩 그런 생각들을 해 본다. 자신의 욕심으로 세상을 보려하는 것. 그러면서도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 자신만이 이해받고파 하는 것.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온전히 타자의 입장에 서지는 못하고, 또한 온전히 선다 해도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설 수 있기에 우유부단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독선과 이기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 아무리 우유부단하고 여리다 해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절대선과 절대악이 없기는 하지만 지킬 것은 지킬 수 있다.
2. 어느 곳에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지켜져야 할 한계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용서할 수 있는 한계가 되는 것이다.
3. 바람이 차다. 일 년여 동안 나는 무척이나 방황했고, 바닥을 차고 나왔다 생각했을 때는 더 깊이 파고 들었을 때이다. 이제 놓아주기로 한다. 어차피 상관 없는 것들이다. 그들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붙잡고 있었을 뿐이다.
4. 회색이든 파란색이든 하늘은 하늘일 뿐이다. 피상으로 본질을 구분하느냐, 본질로 피상을 구분하느냐의 차이는 단순히 말 바꾸기의 차이가 아니다.
5. 이상을 꿈 꾸면서 자신과 다른 이상을 꾸는 자에게 헛소리라 함은 결국 자신의 이상이 헛소리라는 역설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이상에 닿기 위하여 들이는 시간적, 물질적, 정신적 노력을 다른 사람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혹은 그릇되었다는 생각과 발언은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의 목을 칠 것을 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상대를 '존중'하며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6. 높이 나는 새가 멀리보지만, 낮게 나는 새는 자세히 볼 수 있다. 역으로 높이 나는 새는 자세히 볼 수 없으며 낮게 나는 새는 멀리 볼 수 없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어떤 생각과 사고를 택하겠는가?
7. 긍정과 부정, 희망과 절망은 일란성 샴 썅둥이이지만, 정신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은 긍정? 혹은 부정? 혹... 그 둘의 부적절한 합일?
8. 일상들은 낡아 있고, 무릎이 아파 왔고, 선풍기는 바람이 없고, 신발은 사시사철 그대로고, 노래는 언제나 같은 음계를 반복하고, 일정한 도수를 가진 소주가 있고, 무엇보다 실패와 절망의 노리개가 되기에 나는 너무나도 젊었으나, 안주하지 않으려 할 때 주저앉았고, 대패를 가지고 소름돋는 껍질을 밀었고, 깊숙히 숨은 오골(烏骨)의 땀을 말아 먹었고, 밤은 언제나 내일을 베일에 감추었고, 푸른 피들은 흉터처럼 시들었고, 눈은 계란후라이 같고,
9. 쓸데 없는 질문은 해답 없는 질문이다. 삶은 나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모든 빗방울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이 나고 자라 생명을 품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러므로 잉태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다 하여 잉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