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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의 기도...........................
게시물ID : lovestory_22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말새키
추천 : 5
조회수 : 6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1/18 21:40:15
누렁이의 기도 

 
주인님... 

부디 한번만 제 눈을 바라봐 주세요!! 

차가운 철조망 축사안에서도 

저는 늘 주인님의 발자국 소리만을 기다리며 지내왔습니다. 

주인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면...

조금이라도 주인님께 가까이 가고자 

제 머리는 늘 좁은 철조망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주인님... 

이제 곧 주인님의 곁을 떠나야 할 때가 가까워 온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주인님이 그 무서운 곳으로 저를 보내신다 해도... 

저는 주인님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주인님이 저를 미워하셔서 그러시는게 아니고...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러시는 거라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요...

 

주인님...

다만 그날이 오면...

주인님과 작별해야할 마지막 순간이 오면... 

제가 어릴 때 그러셨던 것처럼... 

제 머리와 가슴을 한번만 따스히 어루만져 주세요...

그러면 전 무서움으로 온몸이 떨려도 

주인님의 체온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

거뜬히 정들었던 보금자리를 나설 수 있을 거예요... 

 

태어나서 한번도 떠나본 적 없던 이 축사...

좁고 지저분했지만...

제게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였지요! 

장난치며 지내왔던 정든 친구들과도 

이제는 이별할 준비를 해야겠어요...

 

주인님... 

그 순간은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얼만큼 무섭고 아파하면 편안한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요? 

주인님을 위해 잘 견뎌내겠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저는 절대 주인님을 미워할 수가 없는데... 

너무 많이 아프면... 

혹 주인님을 원망하게 될까봐 

두려워지니까요!! 

 

주인님... 

제가 눈감는 그 마지막 순간에... 

전 주인님을 기억하며 떠나겠어요... 

주인님의 반가운 목소리... 

그리고 따스했던 마지막 손길을 기억할께요... 

행여... 저 때문에 조금이라도 슬퍼하지 마세요... 주인님!! 

전 주인님을 사랑해요...

전... 

언제까지나 

순하고 착한 주인님의 누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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