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은 11년 전 어머니의 외도를 이유로 이혼하셨습니다. 당시 전 10살밖에 되지 않았고, 9살난 동생이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인생의 목표가 저와 제 동생이라고 늘 말씀하실 정도로 저희를 사랑하십니다. 어린 나이에 상처받을걸 걱정한 저희 아버지는 곧바로 재혼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미련도 없이 저와 동생만 데리고 나가셨고, 그야말로 맨땅에서 재기하셨습니다. 그렇게 오늘까지 11년.. 전 재혼한 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며 살아왔습니다. 친구에게도 숨기면서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어머니의 가정 소홀 문제로 아버지는 자주 싸우셨습니다. 그 때마다 싸움은 아버지의 일방적인 양보로 끝이 났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아버지와 그 여자가 말싸움을 벌이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생인 아들의 뒷바라지는 못할 망정 그 전에 치료받은 유방암 핑계를 대며 집안일에는 거의 손대지 않고 (자기 방 청소는 열심히 합디다) 심지어 아침밥도 저희가 알아서 차려먹거나 아빠가 찌개를 끓여주셨습니다. 그 즈음부터 아버지가 각방을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수능이 끝난 지금에야 안 이야기지만, 그 당시 아버지는 이혼을 결심하셨답니다. 하지만 2번의 이혼... 수험생인 저에게 지장이 올까봐 이 악물고 참아오셨다고 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아버지는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저는 받아들였죠.
하아.. 저는 이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서울 생활을 누릴 꿈에 젖어있었고 살얼음판을 딛는 것 같은 분위기를 벗어나 가정에 평화가 찾아올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 집을 팔려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 2년 전, 생활비 핑계로 은행에서 2천만원을 대출받았다고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담보로 해서요. (명의가 그 여자 앞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몰래 이 집도 부동산에 내놨더군요. 헐값에요.
저희 아버지, 돈 꽤나 버십니다.. 신문에도 몇 번 나셨고요. 그렇게 벌어온 돈을 매일매일 그 여자에게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생활비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제가 명품을 사는 것도 아니고, 중학교+고등학교 6년동안 공부만 하느라 옷 한벌 사지 않았습니다. 그 흔하다는 메이커 운동화도 없이 살았는데..
1월 6일까지 2천만원을 마련해주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5일 저녁에 체육관에 다녀온다면서 집을 나간 이후 지금까지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하시지만 그 타들어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장 서울에 자취방을 잡으려면 보증금 낼 돈이 필요한데, 그 여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 거지요.
게다가 집은 또 얼마나 헐값에 내놨는지 모르지만 사고자 하는 사람은 밤낮으로 찾아오는데 핸드폰을 받지 않아서 부동산에서도 애를 태우고 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