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희귀 애완 동물이 생겼다고 가정해봅시다. 이제 이 애완 동물한테 A라는 이름을 줍니다. 몇가지 질문을 드려봅니다.
1. 이제 A를 키우기 위해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ㄱ. 세상에 태어나서 사는 것이 다 비슷하지 뭐.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여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본다. ㄴ. 어떤 환경에서 키우는 것이 더 잘 키우는 것이지? 책이나 인터넷이라도 잘 키워본 사람이 있는 지 알아봐 야 겠다.
2. 환경이 만들어졌네요. 이제 같이 살아야 하는데, 말도 안통하고 어떻게 다뤄야할 지 난감합니다. ㄱ. 그냥 집안에다 두면 알아서 살겠지 ㄴ.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피해를 주면 따끔하게 제지를 해야겠다. ㄷ. 이것도 한 번 책에서 찾아봐야겠다.
3. A가 갑자기 문제행동을 합니다. ㄱ. 이게 왜 이러지? 몇대 때리면 괜찮을까? 아니면 가둬둬야하나? ㄴ. 왜 이러지? 내가 뭘 잘 못 줬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것도 찾아봐야 하나?
4. 마지막입니다. A를 키우는 데에 조언자로서 누구를 택하겠습니까? ㄱ. 비슷한 동물을 한 두마리 키워본 경험이 있는 옆집 아줌마. ㄴ. 이 동물에 대해서 수년간 연구한 동네 아저씨. ㄷ. 조금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 동물을 연구하는 전문가.
질문이 많지는 않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이제 A를 '아이'로 바꿔 보세요. 여러분의 '아이'를 다른 희귀동물과 바꿀 수 있나요?
하물며, 고양이나 개를 키우더라도 고양이와 개의 습성, 행동 등을 이해하려고 하고, 문제가 있으면 조언과 도움도 구해 보려고 하지 않나요? 지옥견이라는 비글도 '비글은 사냥개의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하지 않나요? 아이를 키우는 것에는 왜 이런 노력이 없죠? 아이의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신가요? 대부분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우리 어른들을 이해해죠'라고 하지 않나요? 본인이 겪어본 어린 시절의 아이도 이해 못하는 것이 어른인데, 아직 겪어보지도 않은 어른이 이해가 되나요? 이것이 말이 되나요?
지금 이곳에 계신 많은 부모들과 예비 부모들, 그리고 모두를 포함한 어른들에게 진심으로 당부드립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이를 '희귀 동물' 정도라도 봐주세요. 조금만 공부하시면 됩니다. 많이도 필요없어요. 책 한 두권이면 됩니다. 한 두권 보시다 보면 막연했던 곳에 조금씩 방향이 보일 것입니다. 새로운 핸드폰을 사용하더라도 설명서를 봐야 정확히 사용이 가능하듯이, 아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조금만 더 나은 방법을 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