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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여년만에 화낸 썰-스왑?-
게시물ID : wedlock_2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박카스중독자
추천 : 10
조회수 : 2046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6/06/03 16: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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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좀 쓰다보니 길어요.
저희는 대학생때 결혼해서 현재 결혼 한지 10여년차인 30대 초반 부부입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낳고 여유있지는 않지만 나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네요.
 
이야기에 앞서 저와 와이프의 성격에 대해 간단히 해보자면 와이프는 남들이 보기에는 청순한 스타일의 소유자(?)입니다.
머리도 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연예시절부터 고수해왔으며 마른 몸매와 하얀편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성격은 흔히 말하는 정형적인 경상도 스타일입니다.
무뚝뚝하고 애교없고 기념일따위는 개나 줘버려 하는 성격(그러나 태생은 전라도 토박이)
저는 인천 송도 출신으로 바다 사나이 답게 여리고 애교많은 스타일입니다...(-_-)
 
6월 1일은 저희부부가 결혼이후 처음으로 제가 화를 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라 싸울일이 없어요)
시작은 다들 그렇듯 사소한 문제였습니다.
둘이 저녁에 맥주 한잔 하면서 TV보다 말이 나왔죠.
 
나 - 도대체 내 생일선물은 주기는 줄껀가?
 
와이프(이하 와) - 뭘 줘야할지 몰라서 고르고 있어
 
나 - 내 생일 벌써 지났는데...(5월생)
 
와 - 알아
 
나 - 알아가 아니라 선물달라고오~!!(빼애액~~)
 
와 - 뭐 갖고 싶은데?
 
나 - 갖고 싶은게 아니라 알아서 줘야 할거 아니야아~
 
와 - 필요한걸 줘야지 내가 어떻게 알아서 줘?
 
나 - 나는 당신한테 알아서 속옷부터 악세사리 필요하다 싶으면 알아서 선물하잖아
      저번 크리스마스에는 당신 노트북 느리다해서 바꿔주고 이번 생일때는 옷 없다해서 옷 사주고 나는 당신이 사달라고해서 사줬냐?
      필요한거 같으니까 사준거잖아
 
와 - 그러니까 자기 필요한건 뭔데?
 
순간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좀 유치하고 쪼잔하게 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나 - 내가 연예때부터 당신한테 받은 선물이라고는 셔츠 하나랑 지갑 하나뿐이거든요~ 지갑은 2년전에 지갑 찢어졌다고 하나 사달라고해서
      사주고 셔츠는 대학 연예시절에 사준거잖아 그것도 사이즈 큰걸로
 
와 - ...... 바꾸라고 했잖아
 
나 - 남자친구 옷 사이즈도 모르냐? 그리고 처음 사준 선물인데 뭘 바꿔? 기념이지
 
와 - 남자들 평균 사이즈가 100 아닌가?
 
나 - 생일 전에 옷 사이즈 물어봤었잖아? 까먹었던거 아냐?
 
와 - ......점원이 추천해준 사이즈...
 
-_-;;
점원이 옷이 아닌 사이즈도 추천해주나... 그 전에 옷 사이즈 물어보고 자기가 까먹은거면서 저런식으로 핑계아닌 핑계를...
 
나 - 사랑한다는 말도 나만 하고옷!!
 
와 - ...... 나도 가끔 했어...
 
나 - 좋은시간(?)도 내가 맨날 먼저 애기하고
 
와 - 자기가 먼저 덤비(?)니까 내가 말할 시간이 없지
 
나 - 예전에 나 처음 보자마자 나보고 당신이 뭐라고 했어?!
 
와 - ...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잘...
 
나 - 개새X 꺼져~!! 가 첫 마디였잖아?!
 
와 - 기억이...
 
나 - 와 어떻게 나중에 남자친구이자 남편이 될 사람한테 첫마디가 욕이라니
 
와 - ... 그땐 이렇게 될줄 몰랐지...
 
좀 유치해보이지만 저런식으로 자꾸 그러니까 갑자기 급서러움이 밀려오더라구요.
그래서 그래도 내가 남편인데 가끔 나한테 애교도 좀 보여주고 애정표현도 좀 하고 그러면 안되냐고 애기를 했죠
그렇더니 와이프가 하는 말이
 
와 - 했어... 가끔...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남들은 전라도 여자분들 성격 좋고 음식도 잘한다고 저보고 장가 잘 갔다고 하는데...ㅠㅠ(음식은 와이프가 잘 못해서 내가 하고 애정표현도
내가 훨씬 많이 하는데...ㅠㅠ)
 
나 - 됐어... 당신이랑 애기 안해...
 
와 - ... 용돈으로 줄까?
 
나 - 성의가 없잖아
 
와 - 옷 사줄까?
 
나 - 남자가 회사 다닐때 옷 하고 츄리닝이면 됐지 뭐~!!
 
와 - ... 그럼 게임 시디 사줄까?
 
나 - 하고 싶은건 용돈으로 사라며?
 
와 - ......
 
이렇게 둔감(?)한 여자도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건 그냥 무엇이든지 알아서 사다주면 고마웠을텐데...(옷이든 게임시디든... 말하지 말고 알아서...)
한동안 말을 안 하는 아내를 보다가 저는 잠을 자겠다고 일어나 침대에 가서 누웠습니다.
내가 화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벽을 보며 누웠지요...(글로 쓰다보니 느끼는건데 소심해보이네요...)
 
조금 있다가 우리가 먹었던 맥주를 치우고 침대로 올라오더군요.
그리고 잠시 동안 침묵...
그러더니 갑자기 제 발위에 발을 올립니다...(날씨가 덥기도 하고 집이라 둘다 편한 반바지 차림)
그리고는 또 침묵...
그렇게 한 1~2분이 지나자 갑자기 제 손을 잡더니 두 손으로 꼼지락 거립니다.
꼼지락... 꼼지락...
말도 없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한 5분정도 지났을까요? 하도 답답한 마음에 와이프쪽으로 돌아서 말을 하려는 순간
 
와 - 히잉~...
 
엄청 어설픈 애교섞인 콧소리(?)
저는 순간 빵 터졌고...
저희는 좋은시간을 새벽까지 보냈죠...(다음날 아침6시 출근이라 출근후에 졸려서 죽을뻔한건 비밀...)
 
어제 저녁에 와이프와 애기하는데 인터넷에 여자와 남자 대화법?인가? 저랑 애기할때 그게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음... 마무리가... 그냥
애교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남들은 모르는 조그만한 것이라도 서로 웃을수 있고 이뻐보이는 그런게 결혼생활에 필요한거 같아요.
와 새삼스럽게 와이프가 더 이뻐보이네요~~
 
마무리는 훈훈하게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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