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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유리가면
게시물ID : art_21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8비트
추천 : 3
조회수 : 6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12/06 17:28:39
"그거 알아? 자폐아는 사람의 눈을 못 쳐다본데" 에스프레소 인 뉴욕. 비가 조금씩 잦아 들어가는 오후, 푸른색의 조명의 카페 안이었다.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 앉아 있던 그녀는, 내 말에 흥미를 느꼈는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가 커피 잔을 들었다. 평소의 습관처럼 머그컵의 귀에 엄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을 넣고, 새끼손가락을 컵의 밑바닥에 대었다. 무언가를 마실 때 그녀의 모토(CF 표정으로)에 충실하게,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문득 그녀와 사귀기 전에는 그녀의 이런 표정이 가식적이라 여기던 때가 생각났지만, 부러 말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인류가 그렇듯, 나는 불리한 것은 빨리 잊는 머리 구조를 가졌다. "어째서?" 그녀가 컵을 내려놓고는,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녀의 눈꼬리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를 보자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런 내 얼굴을 보고선 그녀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험악한 인상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애초에 어려보이는 그녀가 사나워 보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서 웃다가, 대답을 했다.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래." 그녀가 인상을 풀고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자폐아는 아닌가 보네?" 그녀의 말에 미소 짓고는 말을 이었다. “모든 정보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어” “그래? 뭐가 보이나요?” 이번에는 그녀가 팔짱을 끼고는 나를 응시했다.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무뚝뚝한 오빠를 둔 애교쟁이 둘째. 야무져서 손이 잘 안가지만 내버려 두면 외로움을 많이 타지" "그리고?" 그녀가 팔짱을 풀고, 한 쪽 팔을 테이블에 괴었다. 답을 재촉하는 듯, 눈이 내 얼굴에 고정시켰다. 두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어서, 오히려 불안해 보였다. 나는 그녀가 기대하는 대답을 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외로움을 견디기 수단이다. 내가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그녀가 나를 밀어 낼 만큼 모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그녀 자신을 사랑한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나는 그녀가 이기지 못할 상황을 주지 않는다. 내가 그녀에게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 감정이나 상황을 준다면,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실망할거다. 동시에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만든 나를 밀어낼거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녀를 사랑하지는 앉지만, 아직 필요하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내 대답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가늘어졌다. 그녀가 몸을 다시 의자에 기댔다. 뭔가를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반쯤 일어나 내 머리를 헝클었다. "그래, 맞아" 나는 문제를 맞힌 학생처럼 웃었다. 그녀가 핸드백을 뒤적거렸다. 작은 거울이 달린 화장도구를 꺼내,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일순간 빗금 치듯 자조적인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나는 거울을 보는 그녀가 자신의 가면을 정리한다고 생각했다. "거울 볼래?" 나에게 손을 내미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거울을 볼 필요가 없다. 나의 가면은 그녀의 것보다 두꺼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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