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11.11.25 11:55 [스크랩] [정치]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 2011. 11. 25. 금요일 딴지정치부장 물뚝심송 지난 기사 보기 [경제] FTA를 총정리해주마 열받지? 맞아. 나도 졸라 열받았어. 열받아 죽겠더라고.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도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하여간 무조건 울트라 킹왕짱 열받아서 며칠동안 죽어라 술만 들이부었어. 원래 화 났을 때에는 술 먹으면 안 되는 건데. 꼭 사고치게 되는데.. 하면서도 막 심지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싶으면서 눈물이 나더라니까. 애들 같이... 근데 언제까지 화만 내고 있을 수 없잖아. 그래서 슬슬 맘을 잡고 앉아서 먼저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건지부터 따져보기 시작했어. 나라야 망하건 말건 일단 나부터라도 좀 안정을 찾아야 될 거 아녀? 맞아. 난 나라보다 내가 더 중요한 넘이야. 안 그런 사람도 있다고? 그거 다 구라야. 그렇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하고 곰곰히 따져봤더니 답이 나오더라. 먼저 내가 보기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진 넘들이 국회에 훨씬 더 많고, 그 자식들이 지 멋대로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결정을 막 날치기 해가며 내려 버리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제일 화가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손 뒤로 묶이고 실컷 두들겨 맞고 지갑 털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정도로 무력감이 느껴졌었어. 그런데 왜 그런 상황이 발생한 거지? 나도 유권자로 꼬박꼬박 세금 내고 비싼 투표권 얻어서 꼬박꼬박 투표하고 그랬잖아. 그런데 왜 저기엔 제정신 가진 넘이 저렇게 없는 거지? 우린 분명히 제정신인데... 정답은 단순해. FTA의 문제점에 대해서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소수"라서 그런거야. 좀더 정확히 말해볼까? 우리가 마치 무슨 잠수함 속의 토끼라도 된 거처럼, 다른 사람들은 아직 인식도 못하는 위험을 먼저 인식하고 우리가 먼저 죽어감으로써 위험을 경고하는, 그런 구시대적인 비장미가 있긴 하지만 사실은 졸라 구차하고 트릿한 상황이라는 거지. 난 잠수함 선원이고 싶지 토끼 따위는 하기 싫다고. 이거 반대로 말하자면, 다들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데 몇몇 또라이만 중뿔나게 그거 하면 다 죽는다고 설레발 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니까. 이건 진짜 아니잖아.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우야든동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려야 된다, 그게 비록 구찮고 짜증나고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이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는 거야. 결론은 지난번 FTA 토탈 정리에 이어서 다시 FTA를 원점에서 생각해보자는 거야. 이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어. FTA도 마찬가지야. 어느 날 갑자기 몇놈이 문득 생각해내서 이거 완전 새삥이니까 한 번 해보지 않으련? 이러고 들이댄 거는 아니라는 얘기지. 그 기원은 자본주의의 역사 속에서 고스란히 원형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뿌리가 깊은 거란 말이지. 자본주의라는 리바이어던? 자본주의의 역사는 말 그대로 자본이라는 괴물과 민중의 권력과의 투쟁에 다름 아니야. 19세기 자본주의는 완전한 자유시장체제였다고 볼 수 있지. 정부는 빠져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조절되므로 내비두면 잘 돌아간다, 라는 그야말로 허황된 신화가 지배하는 시절이었잖아. 다들 알잖아. 국부(거시기 아님) 전문가 아담 스미스 말야. 그런데 그 신화는 얼마 못가지. 그냥 내버려 뒀더니 돌아온건 대공황이야. 그래도 19세기에는 호황과 불황이 교대로, 주기적으로 오는 거 같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공황에 빠져서 살아날 기미가 안보여. 대단했어. 아주 서구 사회가 몽땅 망했다니까. 망해도 대차게 망했었지. 얼마나 심각하게 망했는지 한번들 찾아봐. 요즘 우리가 불황이네 금융위기네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그걸 해결한답시고 서구 진영이 들고 나온 무기는 바로 케인즈겠지. 이 자본이라는 괴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넘이니까, 우리가 선출한 정부권력이 통제를 좀 해야 된다, 호황에 들떠버리면 세금좀 더 걷어서 진정 시켜야 되고, 불황에 빠지면 돈 좀 풀어서 다시 경기를 올려주고, 그렇게 조절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된거야. 그래서 성공했냐고?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뉴딜 정책이 지속되는 기간에 경제는 그다지 살아나지 않았어. 실제로 1960년대까지의 호황이 오긴 했지만 그 호황은 바로 2차대전에서 죽어간 수천만명의 피값이었다니까. 그 와중에 재미있는 회담이 있었어. 바로 브레튼우즈 협정이지. '브레튼우즈 금융 협정'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1944년에 미국 뉴햄프셔 브레튼우즈에 모여서 내린 결정인데, 이게 국제 경제 체제를 완전히 뒤바꾼거라서 얘길 안 할 수가 없어.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한다. 이게 말만으로는 뭔가 감이 잘 안 오지? 이런거야. : 그 전까지는 국내는 물론 국제 무역에서 사용되던 모든 화폐는 금이었어. 실제로 금을 주고받고 한건 아니지만, 모든 화폐는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에서 금을 보관하고, 그 금의 가치만큼 발행해서 돌린 거라는 얘기지. 언제든지 화폐를 그 나라에 가져오면 해당하는 값어치의 금으로 바꿔준다는 "보증"이 있었다는 얘기야. 그래야 사람들이 맘놓고 믿고 그 화폐를 쓰지. 그런 보증이 없으면 화폐는 그냥 종이쪼가리잖아. 근데 브레튼우즈의 결정은, 그 보증을 그냥 미국이 알아서 하겠다는 거였어. 금 1온즈에 35달러. 국제 무역에서 모두 달러를 쓰고, 그 달러는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금고에 그만큼의 금이 있는지는? 그건 며느리도 몰라. 하지만 이 체제는 세계의 경제주체에게 모두 환영을 받았어. 왜냐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전세계(그래봐야 미국과 유럽 정도지만)가 다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엄청난 보호무역체제로 들어갔거든. 관세뿐 아니라 무슨 수입물량 쿼터제 같은 것도 다 하고, 다 죽을 판이니 우리라도 살아야겠다고 빗장 걸어잠그고 아우성치는 시대였어. 당시에는 어떻게 해서든 이 상호 교착상태를 깨고 다시 개방과 통상의 시대로 가야 된다는 요구가 있었던 거지. 누구의 요구냐고? 바로 대공황 때문에 갈길을 잃어 버린 자본들이지 뭐. 자기들이 세상을 어떻게 망쳤는지는 관심도 없고 속죄도 안하고, 어떻게 해서든 돈 될 거리를 찾아서 세계를 방황해야 되는데 다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으니까 말야. 답답했겠지. 로스차일드 가문의 문장 이렇게 달러가 국제 화폐로 자리를 잡고, 모든 국가의 화폐는 달러와의 교환가치로 그 존재를 보증 받는다... 라고 하니까 환율문제까지도 다 이 브레튼우즈 체제의 일부가 된거고, 전세계 무역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 유럽의 각국 정부는 이제 뭐 금을 보관하고 어쩌고 할 이유가 없어진거야. 큰형님 미국이 보증하시겠다는데, 2차대전에서 쫄딱 망하게 생긴 유럽을 구해주신 큰형님인데 말야. 이 대목에서 무역을 보조하기 위해 그 유명한 IMF도 생기고 IBRD도 생기고.. 그러면서 동시에 이 브레튼우즈 체제 하에서 결성된 국제 무역을 관통하는 기준을 세운 조직이 바로 GATT인거야. 이 GATT, 가트(가터벨트 생각하지 말고...)가 바로 FTA의 할아버지 뻘 되거든. 정리하자면, 완전 자유시장경제가 세상을 뒤흔들다가 그 결과로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니까 잠시 찔끔해서 조용히 찌그러져 있더니, 대차게 전쟁한번 치르고 다시 자본에게 활력소를 주자고 만들어진게 브레튼우즈 체제고 그 체제의 실질 총책이 GATT였다... 는 얘기야. 이제 다시 거대 국제자본들이 활개를 칠 마당이 만들어진거지. 이번엔 좀 잘되었을까? 당연하게도 브레튼우즈 체제는 얼마 안가서 붕괴했어. 44년에 생겨서 71년에 붕괴했으니 얼마 못 간거 맞지. 전세계의 화폐를 몽땅 미국이 보증한다는 이 허황된 체계가 오래 가지는 못했을 거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잖아. 미국은 기축통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고 돈 찍어내는 괴물이 되어 버렸고, 그 돈으로 전후복구가 시급한 유럽에도 뿌리고(이게 바로 마샬플랜) 여기저기 돈 퍼나르더니 베트남 전쟁까지 해치운거지. 물론 그렇게 돈 뿌리는 동안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리긴 했지. 거기다가 그렇게 미국이 돈을 뿌려댄 이유 자체가 '자본이라는 괴물을 통제하는 게 우리의 살길이다!' 라고 외치는 사회주의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거였기도 하고 말야. 냉전시대였잖아. 그런데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그렇게 돈을 벌지는 못하고 찍어다가 뿌리는데 견뎌내겠어? 결국 베트남 전쟁 끝나고 국제사회는 미국의 보증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니까. 니들 진짜 35달러 주면 금 1온즈 줄 거냐고 태환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등장했어. 달러 줄 테니까 금 내놔라~ 미국은 당연히 없다고 배를 쨌지. 실제로 없으니까 말야. 이게 1971년 닉슨 시절의 얘기야. 배 째... 씨바 35달러에 금 1온즈라메! 근데 이제 와서 없다면 그게 말이야 망아지야. 이렇게 브레튼우즈 체제는 붕괴하게 되는거지. 그래봤자 미국을 패죽일겨 어쩔겨.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이젠 금하고 화폐하고는 관계 없다고 치고 나가자... 라는 더 막나가는 상황이 연출된거야.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통제되던 각국의 환율은 마구 자유화 되기 시작했고, 달러는 금의 대체제로서의 자격은 상실했지만 그래도 국가간 기축통화의 위치는 놓치지 않았어. 그거 버리려면 몽땅 죽을까봐 겁났던 거지. 그러면서도 브레튼우즈의 자식이었던 GATT는 계속 유지가 되기도 했지. 아니 유지가 되는게 아니라 더 확장되기 시작했어. 지가 무슨 복싱경기도 아니면서 무슨 무슨 라운드는 그렇게 많이 했는지, 이름도 다양한게 정신 하나도 없어. - 제네바 라운드 : 47년 - 앙시 라운드 ; 49년 - 토키 라운드 : 51년 - 4번째 라운드(제네바) : 56년 - 딜론 라운드 : 60년 - 케네디 라운드 : 64년 - 도쿄 라운드 : 79년 그리고 끝으로 다들 한두번씩은 들어봄직한 우루과이 라운드로 끝을 맺어. 이러면서 GATT는 점차 쇠약해진게 아니라 점차 강해진다고. 원래 GATT는 일반 상품의 국제간 거래에만 관심이 있었어. 그런데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무역은 상품만 사고파는게 아닌걸로 변신하기 시작했잖아.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각국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농수산물등은 건들지 말자 그러고, 서비스업 같은것도 복잡하니까 빼자고 그러는 게 GATT 였어. 하지만 이젠 앞뒤 가릴 게 없다,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건 다 집어넣자는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래서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농산물, 특히 쌀 개방 문제가 우리나라를 뒤흔들게 되고 농민들이 외국까지 나가서 시위도 하고, 심지어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하고 말야. 이경해 열사 장례식 결국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거대 국제자본의 영역을 넓혀가더니 덜컥, 사생아가 하나 태어났어. WTO의 등장 브레튼 우즈 체제를 실질적으로 현실세계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하던 GATT의 확장보강판인 WTO는 좀더 포괄적인 무역업무를 관장하는 국제 기구로 태어났어. 일반상품에 농산품까지, 거기에 서비스업까지, 지적재산권도 포함시키고 심지어 각국의 위생, 검역 시스템까지 간섭을 하는 체제가 탄생한 거야. 사실상 이 정도면, 여기 가입한 국가들끼리는 거의 무역장벽이 없다고 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야. 뭐 있어봐야 사소한 관세 정도 붙이고 그러는 거 뿐이고. 보호무역? 이런 개념은 오래 전에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상태가 되는 거지. 현재 이 WTO에 153개국이 가입이 되어 있고, 그들중 대다수는 개발도상국들이거든. 어떻게 해서든 잘사는 나라한테 물건 좀 팔아먹어 보려고 발악을 하는 중이지. WTO회원국 파키스탄의 경제역군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WTO는 바로 거대국제자본의 영토를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지. 단적으로 얘기해서 WTO 체제 하에서 여기 편입된 개발 도상국이 좀 잘살게 되었다는 통계가 하나라도 있을까? 지하자원이라도 파내서 좀 팔아볼까 싶던 나라들은 일제히 한 방씩 "자본에 의한 빈집털이"를 당하는 게 현실이야. 우리라고 예외일까? 97년 IMF를 벌써 잊었어? 결국 이 WTO는 국제 무역을 활성화해서 세계 경제를 유지하자는 미명하에, 너무 비대해져서 자국 내에서는 더 이상 먹이를 찾기 힘든 거대국제자본들의 먹이감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라는 게 나뿐 아니라 많은 진보적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되는 거야. 이와 동시에, 세계화라는 개념이 등장해. 완전 자유시장체제가 대공황으로 무너지고,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케인즈가 득세를 하는 것 같더니, 결국 또 베트남 전쟁 이후의 불황이 다가오자, 예전의 과오는 어디다가 다 잊어 먹고 왔는지, 또 자유시장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어. 그게 바로 구닥다리 자유주의를 대치하는 신자유주의잖아. 이 신자유주의는 다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 줘야 우리가 산다고 외치면서 지들이 불황을 한번 타개해 보겠다고 나섰고 말야. 그렇게 얘들이 자본의 편에서서 자본의 영토를 확장해 주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주장한게 바로 세계화야. 그 있잖아, 영삼옹이 그렇게 좋아하던 세계화 말야. 그게 바로 이거야. 비슷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두 사람 세계화 그러면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상 GATT나 WTO에 의해 뒷받침되는 현실의 모습을 보면 그냥 전세계를 거대 자본(대부분 미국에 뿌리를 둔)의 먹이감, 사냥터로 만들어 주고 있는게 현실이고 말야. 그런데 진짜 열받는 건, 그렇게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좋다고 외치더니 결국 현실에서는 전세계를 뒤흔들어버릴 정도로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준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로 나타난거잖아. 실질적으로 쫄딱 망했잖아. 완전 실패한거라고. 그럼 좀 집어 치워야 될거아냐. 미국만 휘청거리나? EU도 망하잖아. 이걸로도 증거가 부족해? 이렇게 거의 전세계를 망가뜨리는 결과가 나왔으면 아니 이게 좀 아닌가베~ 해야 될거아냐. 왜 자꾸 망하는 길로 또 가냐고 말야. 이건 상식이잖아. 백보 양보해서 나같은 빨갱이도 돈 좋아하고 먹고 사는거 편해지면 좋아한다고. 안 그런 넘이 어디 있어. 세계화고 신자유주의고 뭐고 편하게 먹고 살게 해주면 빨갱이의 자존심 다 버리고, 아 네~ 하면서 룰루랄라 살아갈거야. 저 파라다이스로 난 냉큼 갈 꺼라고. 근데 씨바, 다 망했잖아. 해보니까 안되잖아. 근데 또 왜 해? 무슨 근거로 잘 될 거라고 주장하냐고? 이 씨바들아. 아니 GATT도 망하고, WTO도 망했는데, 왜 또 FTA야... 이 개새끼들아. FTA가 뭔데 그러냐고? GATT를 열 배쯤 뻥튀기 하고, 거기에 WTO를 스물다섯 개쯤 갈아서 토핑으로 뿌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통합 딜럭스 증보판이잖아. 신자유주의 종결자라고, 종결자. 지금 FTA의 12개 독소조항이네 뭐네 하고, 민주당은 그 와중에 ISD만 물러주면 뭐 다 해결되는 거같이 얘기하지만, 그런 디테일 잡고 씨름할 시간도 없어. 말 나온김에 ISD 얘기해 볼까? 이거 WTO에도 비슷한 거 있었어. 자유 무역을 하다가 분쟁이 생기면 중재하는 조항이 있었다고. 그나마 WTO에는 니네 회사가 저 나라 가서 무역을 하는데 그 나라 정부가 방해하면, 너는 니네 나라한테 그 나라를 WTO산하 기구에 중재해달라고 요청을 해라. 이런 조금은 점잖은 조항이 있었다고. 근데 시바, FTA에는 그런 귀찮은 절차도 없어. 일개 기업이 상대 국가의 정부를 상대로 바로 제소가 가능한게 ISD라고. 자본이 이제 드디어 정부 권력을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어 주는게 FTA잖아. 이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먹혀봐야만 아나? 아니 씨바 우리 이미 97년도에 한번 먹혀 봤잖아. 당해 보고도 몰라? 이런 식이야. 이게 바로 우리가 직면한 FTA의 역사적 기원이 담긴 참 모습이라고. 망해도 한번 망한게 아니라 몇십년 주기로 반복해서 망하고 있는 체제에 들어가 같이 망하려고 발악을 하는게 FTA라는 얘기야. 실질적으로 이제 이 FTA체제에 안 들어가도 아무도 뭐라 안 해. 우린 이미 GATT 회원국이었고, WTO의 정식 회원국이라고. 더 안 가도 충분히 개방 통상국가야. 거기다가 이 시스템은 이미 그 수명을 다했고, 언제 또 왕창 뒤바뀔지 모르는 낡아빠진 논리라는 거야. 왜 거기에 또 들어가려고 그래? FTA해서 좆된 케이스를 눈앞에서 똑바로 봤잖아. NAFTA, 나프타, 이게 발음이 다르니까 다른건줄 알더라. 저게 바로 노쓰 아메리카 FTA잖아. 멕시코하고 캐나다 좆되는 거 다 봤잖아. 제발 그만 좀 하자. 제발 부탁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모른다. 맞아. 진짜 답답하지만 몰라주지. 어쩌면 우리는 잠수함속의 토끼들이 맞는지도 몰라. 이렇게 죽어가야 되는 건지도 몰라. 그래도 해볼 수 있는 한 해 봐야지.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실제로 늦은 건가? 아냐, 아직도 시간이 있어. 죽기 전까지 해 봐야지. 몇 가지 내가 겪어본 가장 흔한 질문들을 정리해 볼게. 1. 시대가 어느 시대라고 쇄국정책이냐, 니가 대원군이냐?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대원군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쇄국정책 얘길 꺼내나. 우리나라가 GATT에 가입한게 1967년, 그리고 1995년 1월 1일부터는 WTO정식 회원국이었다고. 우리나라는 이미 개방해도 너무 해서 탈이지, 쇄국정책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간지가 오래야 이 사람아. 어디 우간다에서라도 살다 왔나. 실제로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하고 무역을 할 때 막힌게 어디 있어? 차를 못 팔아? 반도체를 못 팔아? 유럽의 수십 대 내려온 장인이 한땀한땀 꼬매놓은 명품을 못 사입나? 한대에 수십 억(맞나?)하는 부가티가 시내에 굴러 다니는게 우리나라야. 지금 어따대고 쇄국 정책 얘길하는겨? 정신차려 이 양반아. 2. 그래도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데.. 그치. 수출해야 먹고 살지. 뭐 박정희가 니 머리에 꽂아준 "수출입국" 구호가 아직도 머리속에서 남산 아래 저 소나무가 두른 철갑처럼 강력하게 둘러쳐져 있는 모양인데, 우리나라 무역량이 세계 10위권 언저리야.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무역강국이라고. 수출 할 만큼 하고 먹고 산다고. 여자들 머리뽑아 가발 만들어 팔아먹던 6-70년대 마인드 좀 버려주면 안될까? 그래 좋아. 그래도 수출 잘 되면 무역흑자 생기고 좋긴 하지. 근데 수출 잘된다고 너한테 좋은 점 있어? 삼성이 돈벌면 누가 좋을까? 세금 늘어나니까 너한테 뭐좀 올거 같어? IMF 이후 여태까지 우리나라 쫄쫄 굶을 때 대기업들은 돈 팍팍 챙겨서 지금 창고에 현찰이 그득한데, 그걸로 당신 배가 불러? 결정적으로, FTA 하면 수출이 진짜 잘 될까? 지금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건 중에 관세 없어진다고 잘 팔릴 물건이 뭐 있을까? 자동차잖아. 근데 어쩌냐. 어차피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는 반이상이 현지 생산 분량이라 이미 관세 안 내고 있는데 말야. 그리고 앞으로도 현지 생산량만 왕창 늘리지 국내생산물량을 추가 수출할 일은 없거든. 차 싣고 갈 배값은 누가 꽁짜로 주나? 위대하신 가카께옵서 미국 디트로이트 가서 얘기했잖아. 여러분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그게 무슨 뜻인줄 알아? 앞으로 미국에 팔 현대기아차는 몽땅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서 팔겠다는 소리야. 그러니까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보장되는 거지. 아, 그래도 현대차가 돈 벌면, 우리나라에 돈이 들어온다고? 현지공장 돈 벌면 세금 누구한테 내냐? 미국정부에 내지. 그래도 회사가 돈 벌면 돈이 들어오겠지. 회사가 돈 벌면, 누구한테 배당금이 가냐. 주주에게 가지. 현대 기아차 지분이 우리나라 사람이 많게, 외국인이 많게. 현대 기아차 미국 공장이 돈 벌면, 세금은 미국정부가 먹고 주주 배당금은 반 이상을 외국인 주주들이 먹는다고. 당신한텐 타이어 한 개 공짜로 안줘. 그래도 FTA가 수출 잘 되게 하니까 좋다고 그럴 거냐? 3. 값싸고 질좋은 외국산 농산물들 많이 들어오면... 장사할 때 말야, 가격을 어떻게 정해서 파나? 원가가 얼마니까 마진 10% 붙여서 팔아야지~ 이런 장사꾼이 세상 천지에 단 하나라도 있을까? 내 물건이 팔리는 한도 내에서는 무조건 비싸게 받는게 장사의 기본이야. 즉, 상품의 가격은 원가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거라고. 값싼 농산품이 들어와. 우리나라에 이미 있는 거야. 예를 들어 쌀이라고 치자. 그럼 우리나라 쌀보다 졸라 싸게 팔겠지. 원가가 싸니까 그래도 되잖아. 그럼 우리나라 쌀은 안팔리겠지. 그러면 사람들이 농사를 짓겠어? 못짓지. 그럼 우리나라 쌀이 없어지겠지.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은 쌀을 먹어야 되잖아. 계속 쌀을 먹는다고. 그러면 우리나라 쌀이 없어진 뒤에도 외국 쌀이 현재 우리나라 쌀보다 싸게 팔릴까? 안 사먹으면 죽는데? 이건 초딩애들 동화책에 나오는 원숭이한테 꽃신 팔아먹는 얘기랑 한치도 틀리질 않아. 거기다가 이 단순한 얘기 속에 스며 있는 농부들의 생명에는 당신, 관심 없나? 그 사람들이 누군줄 알아? 바로 너의 삼촌이고 내 아버지란 말이다. 그 분들 평생 농사만 짓다가 쌀 안팔리면 어떻게 될까? 목매달아 죽는다고. 정부가 보상하면 된다고? 이젠 FTA 체제가 되면 정부가 농민들에게 보상 하는 것 자체가 금지가 되는거야. 소송 걸려 돈 왕창 토해내야 되는거야. 씨바, 이젠 도와줄 길도 막혔어.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WTO각료회의 할 때, 우리 농민이 가서 할복자살을 했어. FTA보다도 한참 더 물렁한 WTO에 대해서도 우리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왔다고. 근데 지금 마트에서 먹거리 살 때 니 지갑에서 나갈 돈 몇푼 절약해서 좋다고 그분들, 너와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거야. 4. 명품도 싸게 살 수 있다는데...(이 부분은 이해영 교수의 설명을 따옴) 명품 좋지. 그런데... 일단, 명품은 대략 유럽제가 많잖아. 이번에 얘기하는 건 한미 FTA야. 하기사 뭐 미국제 명품도 있겠지. 그리고 이미 체결된 한-EU FTA도 FTA니까. 근데 말야. 예를 들어 천만원짜리 에르메스 백이 있다 치자. FTA가 되면 이게 얼마나 싸질까? 핸드백 등 피혁제품에 붙는 관세 8%가 없어지니까, 천만원에 8%, 80만원이 싸지겠네, 우왕 조아라~ 이렇게 될까? ... 이게 정부에서 홍보하는 내용이야. 근데 완전 구라라고. 고가 명품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통관될 때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 일단 수입원가가 있잖아. 거기에 관세를 붙여. 그리고 운송비나 제반 비용이 붙어. 그리고 도매상 소매상을 거치면서 마진이 붙어. 그리고 최종 소비자가격이 나오는거야. 근데 마진율은 얼마나 될까? 아주 착하게 정상적으로 수입된 것들오 기본 4-500% 마진이 붙어. 4-50%가 아니라 4-500%. 너댓배 받고 파는 거라고. 명품이 달래 명품인가. 마진 많이 붙어서 졸라 비싸니까 명품이지. 그러니까 관세율은 소비자 가격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게 함정이라고. 내가 좀 비싸... 그러니까 천만원짜리 에르메스 백이 수입될때에 수입원가는 이백이 안 된다고. 그 이백에 관세 8%가 붙어. 16만 원이야. 80만 원이 아니라 16만 원의 비용이 줄어드는 것 뿐이야. 그러면 판매상들이 오오! 관세가 철폐되어 값이 싸졌으니 우리도 싸게 팔자~ 하면서 천만 원짜리 백을 파는데 가격표를 10,000,000원에서 9,840,000원. 이렇게 갈아붙이고 팔 거 같어? 그냥 싸구려 립스틱(원가 오천원짜리) 한 개 더 사은품으로 껴주고 말 거 같지 않아? 제발 속지 마. 지금 우리나라 형편 잘 알잖아. 제대로 된 언론은 나꼼수 하나밖에 없는 거 말야. 설득은 분명히 먹힌다. 실제로 먹히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FTA 얘기나오면 사람들이 다 수출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농민들의 피해는 수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보상해 줘야 한다고 이렇게 순진하게 생각을 했었어. 그 결과 FTA찬성율이 80%가 넘기도 했었어.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잠수함의 토끼들이 하는 말이 먹히고 있다고. 진짜야.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건 어째서건 지금 야당들은 한목소리로 반대를 하고 있잖아. 그리고 온갖 경로를 통해서 FTA의 문제점들이 속속 대중의 귀에 전달이 되고 있어. 물론 주류 언론들은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고 하고 있지. 걔들, 언론들이 나쁜 게 아냐. 그 언론들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자본의 힘이 그렇게 세다는 증거일 뿐이야. (물론 언론들도 죽일넘은 맞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비율은 점점 올라가고 있어. 이제 거의 반반이 되었다고. 서둘러야 돼. 이번에 날치기 한 직후의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비율이 약간 높아. 44% : 41% 정도 될거야. 이거 부족해. 많이 부족해. FTA가 물론 졸라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이기도 하고, 정부와 주류 언론이 우리나라 먹고 사는 길을 이거밖에 없다고 졸라 선전하니까 다들 그런가보다하고 있긴 하지만, 각개격파 하는 수밖에 없어. 만약 우리가 좀 더 손을 빠르게 써서, 날치기 하기 전에 FTA 반대 여론이 70% 넘겼으면 어쨌을까? 얘들 무서워서 날치기 못했을 거야. 이제라도 안 늦었어. 아직 FTA 비준 과정이 갈길이 멀다고. 그 진행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돼. 그리고 결정적으로 차기 총선까지 이어서 비준 철회를 하건, 재협상을 시도하건 무조건 막아야 되는거야. 물론 그것도 안되면 최후의 옵션으로 백악관에 팩스 보낼 대통령을 뽑아야 되는거고. 그렇게 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FTA 반대여론을 최고조로 올려야 된다고. 시간이 없어. 졸라 급해. 씨바거리면서 세상을 원망하고, 나처럼 무력감에 사로잡혀 술이나 퍼먹고 이러지 말자고. 뭘 하든 해. 벽을 보고 화라도 내자고.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어. SNS 해. 트윗도 하고 페북도 하고, 내가 요즘 하는 구글플러스도 해. 그걸 하면서도 맨날 반대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화만 내지 말고, 찬성하는 사람들을 만나. 맨날 보는 넘만 또 보지 말고 모르는 넘들을 막 만나. 그러면서 설득을 해.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이야. 그렇게 판을 깔아놓고, 총선에서 FTA 무효화 시킬 넘들로 과반의석을 만들어 버리자고. 그럼 되는거야.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어. 난 생존의 위협 없이 편하게 살고 싶어. 최소한 내 딸아이한테 그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어. 우리들 하나하나의 작은 행동이 마지막 희망이야.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제 그거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