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뭐지? 여긴 고속터미널 지하철 역이다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인데 이상하게 저 앞에만 사람이 더 많다 그리고 시끄럽다 뭔일일까 싶어서 사람들 품을 밀치고 가보니 웬 여자가 꺼이꺼이 울고 있다 그것도 머리는 산발한채 주저 앉아서 마치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그렇게 처량맞게... 옛날에 내가 초딩때 아니 그땐 국딩이었다 국6때 학원끝나고 집에 가는길에 모 은행앞에서 한 50먹은 아줌마 하나가 저 처녀처럼 바닥에 철썩 주저앉아 있었다 그 아줌마도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아이고 아버지 어떻게 벌써 날 두고 꺼이꺼이 일찍 세상을 꺼이꺼이 아흑흑흑흑 아 아부지 " 이 날의 기억이 처녀를 보며 오버랩되고 있었다 이 여자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까 그건 아닌듯했다 "이새끼야 그렇게 살지마 꺼이꺼이 니가 어떻게 날 흑흑 꺼이꺼이 니가 어떻게 날 꺼이꺼이" 아마 실연했나보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녀를 구경하고 있었다 곧 지하철이 왔고 나는 차창밖으로 홀로 남은 그녀를 바라보며 그 곳을 떠났다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열어보니 어라 왠 지갑이 그것도 여자께 들어있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사람들을 밀치며 구경갔을때 어찌어찌해서 내 가방에 들어가게 된 거 같았다 나는 지갑을 뒤적여 연락처를 찾았다 마치 잃어버리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지갑 안쪽에 연락처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꺼져있었다 이후 자기전까지 수차례 더해봤지만 꺼져있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시죠 아 지갑잃어버린분이죠 네 지갑 제가 갖고 있어요 오늘중에 볼까요 아 근데 제가 지금 여행을 와서요 대신 친구 연락처 알려드릴테니까 부탁인데 그 친구에게 전해주세요 네 여보세요 xx씨 친구분이죠 다름이 아니라 xx씨가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어쩌구 내가 그걸 주웠는데 저쩌구 그래서 아가씨한테 전달해주라네요 아 그런가요 그럼 이따 언제 어디서 봐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약속 장소로 나갔는데 이상하게 처음보는 사람에게서 낯익은 인상을 받게 됐다 아 근데 어디서 지갑을 주우신 거예요? 그게...저번에 고속터미널에서 왠 여자가 실연당해서 꺼이꺼이 사람들 웅성웅성 그 와중에 지갑 습득 주절주절 그 여자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해도 지고 날도 점점 어두워진다 사실 그날 그 여자가 저예요 지금 이렇게 얘기들으니 부끄럽네요 네 그럼 여기 지갑 받으세요 힘내시고 전 이만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그때 지갑잃어버린 사람인데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뭘요 수고하세요 저기 근데 네? 실연당한 그 친구 죽었어요 네? 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