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다.
컨셉 기획초기부터 마녀사냥을 표방했느니, 공중파에서 19금에 목이 말랐느니.. 여러가지 잡설들이 많았던 예능입니다.
현재 MC계에서 독보적 네임밸류를 가진 "유재석" 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구요.
(유재석의 위치도 있지만, 유재석은 한번 시작한 프로그램은 오래하는걸로 유명하죠. 매 프로그램마다 평균 5년정도 진행해왔구요.)
결과적으로 첫 방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허지웅의 "남자들만 있는데 그게 될까요?" 라는 의문에 대해서 "이만하면 남자들만 있어도 되지 않겠느냐?" 라고 답 해주는듯한 방송이었네요.
마녀사냥을 표방한 방송도 아니었고, 19금에 목이 마른 방송도 아니었습니다. 남자끼리 헉헉 거리는 방송도 아니었구요.
현재 네티즌들 반응이나 관련 기사들도 방송 전에 부정적인 입장이 다수였다면 현재 대부분 그런 의견들이 사라진 모습을 보이고있구요.
시청률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참고로 나는 남자다는 4.1%, 라디오스타는 4.9%, 오마이베이비는 4.6% 의 시청률을 얻었습니다.)
유재석을 데려다놓고 "4.1%" 가 나쁘지 않은 거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뭐.. 수치상으로는 분명 좋은 숫자는 아니지만
1."수요일 심야" 라는 시간대 자체가 시청률이 잘 나오기가 힘든 시간대이며, 최근 이 시간대에 시청자 파이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2. 지난 주 "밀리언 셀러" 의 2.4%에 비해 4.1%란 수치는 "나는 남자다"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본 시청자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3. 햇수로 8년차, MBC 최장수 인기예능 중 하나인 "라디오스타" 와 신설 예능의 입장으로 경쟁을 해야하며, "나는 남자다" 가 방영 되면서
"라디오스타" 와 "오마이베이비" 둘 다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다.
4. 무엇보다 파일럿이며 첫 방이다. 고정 시청자층이 전혀 없으며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터넷세대가 아닌 중장년층 들에게 거의 홍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그럭저럭 만족까지는 아니지만 괜찮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다른 파일럿들이야 시청률보고 안좋으면 잘라버린다지만, 애초에 유재석을 데리고 한다는 시점에서부터 어지간히 반응이 안나오지 않는 이상
정규로 편성 될 확률이 99%라고 봐야겠죠.
현재 방송후 반응들도 긍정적이고, 검색어 1위를 달리고 있고요.
이정도 반응이 온 시점에서 "나는 남자다" 가 정규로 편성되지 못 할 일은 없겠네요.
해피투게더 4로 들어갈지, 나는 남자다만 따로 정규편성 될지, 해피투게더를 종영시키고 편성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지만.
일단 첫 방만 봤을때는 억지스럽다기보다는 생각보다 편하게 웃음 지을 수 있는 방송이었습니다.
유재석이 진행한다는 점 그 자체에서 일단 신설 방송이라는 거부감보다는 왠지 모를 기존의 익숙함이 더 컸구요.
거기다가 노홍철까지 같이 나오면서, 전혀 낯설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무도멤버가 둘 이상 모이면 그냥 익숙해지더라구요.)
이게 장점이 될 지 단점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일단 프로그램의 기본 진행형식은 남자패널들이 비밀을 얘기하면 그 사연에 대해 유재석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포경수술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하고요, 이것 저것 수위 높은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일단 첫 방에는 "쎄다" 정도의 수위를 넘나드는 얘기는 없었구요.
그 외 기타 패널들 참여유도와 더불어 여자 게스트도 초대하고, 노래도 부르고 이상형도 뽑고 이것저것 하더군요.
좀 산만하긴 했지만, 그건 첫방이기도 하고 또 파일럿이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최대한 많은 컨텐츠들을 실험해보고 정규편성 될 때 쓸만한 것만 뽑아서 쓰자' 이런 의도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패널이 많고 스튜디오가 넓다보니, 기존 토크쇼들보다 좀 더 활기 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MC들이 동선이 넓다보니 정적인 분위기에서 오는 지루함보다는 역동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구요.
다만 이게 정규로 편성된다면.. 어떤 식으로 나아가게 될 지 상당히 걱정됩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남자들만의 사연이 과연 얼마나 될 지, 그 사연을 가지고 토크만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웃음을 뽑아낼 수 있을지.
한시간 내내 토크로 웃기는 방송인데 과연 공감가는 남자들만의 사연이 그렇게 많을까요..?
포경, 군대 경험썰, 그 외에 각 연령대별 남자들의 고충.. , 외모고민, 연애. 물론 당장은 뽑아낼 거리들이 있겠지만 점점 중복될것이고, 결국 토크 소재들이 고갈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물론 굳이 하자면 할 이야기야 많겠지만 "재밌는" 소재여야 한다는게 중요한거죠.
"안녕하세요" 같이 소스를 계속 뽑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힐링캠프" 나 "무릎팍도사" 같이 인생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남자들만 우글우글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여자게스트를 계속 섭외하게 될텐데.. 수지야 단발성 게스트였다지만 여자 게스트 나올때마다 우워어어
하고, 띄워주고 난리나고 그런 분위기로 갈 수도 없는거고요. 좀 정형화된 포맷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무한도전" 의 경우 어쨌든 소스가 무한대에 가까운 예능입니다. 아이디어 회의 조차도 방송분량으로 만들 수 있는 예능이니까요.
"해피투게더" 같은 경우 애초에 포맷이 확고하고 게스트들을 불러서 그 포맷에 끼워 맞춰서 진행해나가는 방식이죠.
식상하다는 엄청난 단점을 안고있지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기도 하구요. 또 해피투게더는 일단 적어도 소스는 많습니다. 계속 영화던 드라마던 컴백하게 되고 게스트들 조합을 짜맞추면 되니까요.
근데 "나는 남자다" 같은 경우 분명 "해피투게더" 처럼 포맷에 맞춰 진행해나가야하는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소스 자체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같이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포맷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연" 이라는 범위가 제한적이기도 하구요.
이러한 소스가 제한적인 예능들의 경우 인기를 끌게 되더라도 그 수명이 짧다는 문제점이 있죠.
대표적으로 "SBS 런닝맨" 의 경우도 그렇구요. (여전히 인기예능이긴 하지만, 비교적 빨리 내리막을 탔죠.)
아무튼.. 아직 초기단계라 그런지 여러가지 한계점들이 명확히 보이는 방송이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일단 재밌었네요.
요즘 라디오스타도 약간 비리비리한데 조만간 정규편성되서 크게 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