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비방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 원 게시물이 웹툰 '도축'에 관련된 내용이라 만화 게시판에 작성하였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어제 자신의 웹툰이 영화 '옥자'를 베낀 것이라고 누명을 썼다는 한 웹툰 작가의 글이 베오베에 갔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대략 9,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였습니다.
댓글을 보다가 방향이 조금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몇 가지 사실 관계를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아래는 댓글들)
해당 댓글들이 위 게시물의 주류 의견이고,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본다면
"봉준호 감독(혹은 각본가)이 공모전 스탭과 부정을 저질러 도축의 시나리오를 무단으로 갈취했다."
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에 정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게시물을 남깁니다.
일단 타임라인입니다.
도축에 관련된 부분은 게시물로 이동해보시면 나오니 별도로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그 외 옥자에 관련된 정보는 아래 링크로 정리하였습니다.
2010. 박찬욱 감독 시나리오 구상
봉준호가 밝힌 '옥자'의 출발 "2010년 우연히 만난 큰 동물"
2012. 박찬욱 감독, 틸다 스윈튼에 차기작 출연 제안
틸다 스윈튼 "봉 감독, '옥자' 변보는 그림 보여주며 제안"(접속 무비월드)
타임라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선 옥자의 시나리오 구상이 시작된 것이 2010, 도축의 시나리오 개발이 시작된 것이 2011입니다.
그리고 이미 도축의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에 박찬욱 감독은 설국열차 촬영 중인 틸다 스윈튼에게 차기작 출연을 제안했습니다.
만약 많은 분들이 의심하시는 것처럼 '옥자'가 공모전 스탭들과의 작당모의로 '도축'의 시나리오를 훔쳐냈다면, 박찬욱 감독은 최장 2년 만에 옥자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사실관계의 정리입니다.
이 다음은 제 의견입니다.
1. 소재 겹침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오유 원본 글의 몇몇 댓글에서도 지적하듯이, 소재의 겹침은 매우 흔한 현상입니다.
유전자 조작을 다룬 영화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맥스 3000이나 스플라이스가 그 예입니다.
그리고 슈퍼돼지라는 소재로 국한하자면 간첩 리철진의 소재 역시 슈퍼돼지였습니다.
2. 옥자와 도축은 플롯이 다르다.
옥자는 옥자라는 슈퍼돼지 자체가 구출의 대상입니다.
도축은 주인공의 동생이 구출의 대상이며 새끼 돼지는 그의 대체제입니다.
이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옥자의 이야기는 옥자가 구출되면 끝나지만, 도축의 이야기는 동생으로 인한 갈등이 해결되어야 이야기가 끝납니다.
감히 추측컨대, 이야기의 결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3. 옥자의 등장인물인 루시 미란도는 주인공이 아니라 악역이다.
글의 작성자께서는 악역인 루시 미란도를 주인공으로 지칭하며 이름의 유사성을 지적하였습니다.
헌데 영화 정보 싸이트인 IMDb에서 검색해보면 루시 미란도라는 배우(철자도 같은)가 둘이나 나옵니다.
영화 판에서만 두 명인데, 루시 미란도라는 이름을 쓰는 일반인을 추려보면 얼마나 더 많을까요?
제가 보기엔 그냥 가져다 쓴 이름인데 겹친 것뿐인 듯 합니다. 그것도 앞글자 두 글자만.
(여담이지만 이탈리아어로 미란도라는 단어에는 '감탄스러운'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4. 지나치게 좋은 타이밍에 제공된 보도자료
위 기사는 7월 10일에 게시된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에는 원글 작성자가 제기한 유사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3가지 항목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사의 아랫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물론 이 기사가 올라온 시점, 무료 이용권이 제공되는 시점, 작성자님이 글을 작성한 시점에는 크게 연관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보통 이러한 보도자료의 경우 업체측에서 초고를 작성하여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옥자'와 '도축'을 둘러싼 논의가 단지 작성자님 개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애써 만든 작품이 다른 작품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폄훼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독자나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방식의 상황묘사는 좋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자신이 그 의혹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말이죠.
추가로, 이 글을 바탕으로 더 이상 옥자라는 창작물에 대한 터무니 없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