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녹아 흐르면 내게도 봄이 올까. 딱딱하게 굽은 마른 등 뒤로는 아직도 낮은 햇살이 업어달라고 칭얼대는데 희망의 지점을 향하여 발길을 돌려도 가슴의 추는 자꾸만 그늘 쪽으로 기운다. 살며시 심장의 지퍼를 열면 보일 것이다. 검은 피로 채색된 그리움의 조각이거나 초라하기 짝이 없는 슬픔의 자투리들. 조금은 덜어내지 못할 이름도 아닌데 부적처럼 왜 그것을 떼어놓지 못했을까. 이제 그리움에도 뜨거운 붉은 피가 돌고 슬픔에도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도록 햇살을 등에 업고 해빙의 강을 건너자. 살아있는 한 어둠 속에서도 꽃은 피나니 겨울 숲이라도 나는 널 잉태하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