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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이탈리아 외교관이 본 나치 독일.txt
게시물ID : history_225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urelius
추천 : 7
조회수 : 10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16 13:18:19

스스로의 내구력과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껏 정복해온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온 힘을 다해 지키고 개발하며, 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삶을 조직하는 것. 이 모두가 분명하고 정확한 목표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 목표를 중심으로 지지자들과 합의를 모으는 것처럼 보였다. 독일이 분명하고도 고치기 어려운 무능력을 보인 것은 바로 이 정치적 과업에서였다는 사실만 없었다면 말이다. 


전 유럽을 피라미드처럼 위계적으로 조직하고 그 정점에 독일을 두겠다는 야심 찬 독일의 의도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유럽의 재건에 대한 독일의 태도를 파악할 수 없다. 프랑스 혁명으로 등장했고 베르사유에서 절정에 이르렀던 국제질서가 이제 종말을 고했으며, 민족국가가 자신의 자리를 훨씬 큰 규모의 정치체에 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 정치적 분위기나 흐름은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바로 어제까지도 독일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국가들에서도 그렇다. 


그러므로 유럽을 위계적으로 조직한다는 개념 그 자체를 수용하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독일인들과 만나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유럽 질서를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유럽을 조직한다는 것을 곧 어떤 광물을 얼마나 생산하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필요한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어떤 경제 질서도 정치 질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독일인들은 모르고 있다. 벨기에와 보헤미아의 노동자들을 일하게 하려면 높은 임금을 약속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공동체, 즉 그 자신 역시 속해 있으며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1942년, 3월 14일. Mario Luciolli (이탈리아 외교관)



매우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왜냐면 지금의 독일도 사실 저때랑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적어도 유럽연합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말이죠. 독일은 유럽연합을 순전히 경제적 논리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원국들의 반발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사실 독일역사에서 <보편주의>나 국민국가를 초월하는 이념이나 정치적 프로젝트는 없었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공산주의>겠죠. 하지만 독일에서 태동한 공산주의는 오히려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독일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독일의 그러한 경향이 1942년이나, 2015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현상인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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