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견제기구도 없고, 감시기구도 없는 의무 교육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오히려 의무 교육의 형편없는 질 낮은 교육에 실망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현재 추세이다. 아무리 교사라는 직업이 소신으로 가르치는 직업이라고는 하나, 소수의 소신 있는 교사가 있다고 해서 의무 교육 전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사교육은 경쟁과 효율의 원리로 작동한다.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지는 선생은 곧 도태되며, 도태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교습 능력을 길러가는 것이 사교육의 현장이다. 그러나 의무 교육은 어떠한가? 별다른 경쟁 세력도 없고, 감시 세력도 없으니 교실 안에서 형식적인 수업만 한다해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질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사교육을 선호하고 의무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학부모들은 아무도 공립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어떤 교사의 말대로 의무 교육이 자정능력이 있다거나, 교습 능력에 교사간 차이가 거의 없다면, 미국에서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하는 사립 학교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공립 학교로 학생들이 몰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나도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의무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고등학교때에는 하루 10시간씩 학교에 묶여서 공부를 하였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였던 시간이 그렇지 않았던 시간보다 많았는지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대에 진학하였으며, 수학 능력 시험에서는 수리 만점이라는 영광을 얻었다. 되돌이켜 생각해보건데, 차라리 의무 교육에 발목을 붙잡히지 않고, 제대로 된 사교육과 집에서의 복습 시간을 가졌다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인 물은 썪을 수 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의무 교육은 경쟁하지 않고, 누구도 능력을 검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인 물이나 다를 바 없다. 더이상 사립 학교에 퍼주기식 재정지원을 하는 어리석은 짓은 멈추어야한다. 그것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의무 교육의 경쟁력을 상실시켜, 학부모들로 하여금 의무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감을 조장하는 것에 다를바 아닐 것이다. 사립 학교에 대한 지원이 끊어진다고해서 당장 수업료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공립 학교는 여전히 저렴한 비용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수업료가 비싸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비싼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자녀들을 가르칠 부모가 있는 이상 수업료의 상승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부모들은 분명 존재한다. 또 교육비 전체의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도 설득력 없는 이야기다. 과외나 학원에서 배우는 대신 질 좋은 사립 학교에서 배울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과외비나 학원비로 지출되던 것은 이제 사립 학교 수업료로 대체될 뿐이다. 즉, 교육의 주체가 다시 학교로 옮겨가게 된다. 학생들은 더이상 의무 교육의 무료한 수업을 받으면서 잠을 자거나 딴청을 부리지 않아도 된다. 잘 가르치는 사립 학교에 가서 충분한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휴식을 청해도 좋다. 또 사립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이 제도의 시행으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활은 그전과 동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상대적 박탈감의 논리나 사회 계층의 불화간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정신나간 사람일 것이다.
당장의 심리적인 불화보다는 전체 교육에 대한 신뢰와 질을 높히는 방안을 통해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과제임은 누구도 부정치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육은 학교 재단, 교원 단체, 정치인들의 이권과 맞물려 스스로 개혁하기를 부정하고 있다. 이익 단체가 사회의 이익을 독점하는 사회는 부정한 사회이며, 부패한 사회이다. 부패한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