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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한테 혼나쓰요.
게시물ID : animation_225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12
조회수 : 432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4/05/01 23:02:16
저는 서른 하나의 그- 하여튼 그런 남자입니다.

얼마 전에 저희 집 덕망주 얘기를 했었죠.

사실 저희 집에는 저, 둘째, 그리고 덕망주 사이에 중학교 2학년인 셋째가 있습니다.

이 녀석은 덕질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얼마전에 구글 플레이에서 산 중2병 극장판, 그리고 IPTV에서 늑대와 향신료를 매우 즐겁게 본 것 빼고는 평소에 덕질이랑은 아무 관련이 없는 녀석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저희 집 덕망주가 뉴타입 3월호의 애독자 퀴즈 코너를 통해 NT 노벨 신간 세트를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반송이 되고 어쩌고 하다가 어찌어찌 상품을 받았는데, 제가 검열을 해보니 열 두살 짜리가 보기에는 너무도 선정적인 내용들이 많아 전부 몰수조치했습니다.

당연히 받은 상품을 어찌 해보지도 못한 덕망주는 매우 실망했습니다.

열 두권이나 되는 신간 세트 중에 자기가 읽을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평소에 셋째 녀석은 책을 잘 안 읽는 편이라 '너 혹시 읽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하나 골라라.' 했더니

'배신소녀'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3월 신간 중에 1권은 3권 뿐이었고 나머지는 이야기가 진행된 분량들이더라구요.

그리고 책을 살짝 떠들어보니 트럭에 치인 여자애가 멀쩡히 걸어갔다는 부분 빼고는 그다지 문제가 될 부분도 없어 보였습니다.

열심히 읽더구먼요...


그런데.

오늘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데 어머니께서 이러시는 겁니다.

"야, 셋째 책 보던 거 엄마가 뺏았다."

저는 되물었습니다. 왜 뺏으셨냐고요.

어머니 왈,

"평소에는 책 거들떠도 안 보던 놈이 책상에 자리 잡고 앉아서 정독을 하고 있더구만."
"그래서 뭔가 수상해서 내가 뺏아서 뭘 읽고 있나 살펴봤지. 그런데."

"그녀의 온몸이 흠뻑 젖어 가슴의 윤곽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 써 있지 뭐냐."

그랬던 거시었습니다.

한창 사춘기인 셋째 녀석은 배신소녀에서 묘사된 가벼운 섹시 코드에 정신을 팔고 만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충분히 걱정하실만 했지요.

그러나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뭐 어때서요. 볼 나이도 됐지. 나는 중 1 때부터 시작했는데..."

"그래도 임마! 아직 안 돼! 엄마도 어릴 때 일본 애정소설을 읽어봤는데....(중략) 하여튼 아직은 안돼!"

결국 빼앗긴 책은 되찾을 수 없었습니다.


셋째가 실망하는 것 같길래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형이 더 죽이는 거 줄게, 형 방에 오면 맥심 있는 거 알지?"

그러자 셋째는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 사실 뺏기기 전에 다 읽었어요. 두 번째 읽다가 걸린 거에요."


그리고 제가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제 등 뒤에 대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형, 저 배신소녀 2권 살려고요...!"

저희 집은 오늘도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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